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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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 책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읽었는데,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이어, 며칠 전 부고를 듣게 되었다.

어른다운 어른이면서도 위트있는 분, 좋은 글 남겨주신 분.

부디 평안하시기를...

책장에 남아 있던 아직 안 읽은 책을 꺼내 읽는다. 하필 시에 대한 이야기 시의 무정함에 대한 이야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마음이 아렸다.

억압의 저 너머를 꿈꾸지 않는 삶은 없다. 또 다른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물질이 이 까다로운 생명을 왜 얻어야 했으며, 그 생명에 마음과 정신이 왜 깃들었겠는가. 예술가의, 특히 시인의 공들인 작업은 저 보이지 않는 삶을 이 보이는 삶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사치는 저 세상에서 살게 될 삶의 맛보기다. 그 괴팍하고 처절한 작업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은 이 분주한 달음박질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묻기를 두려워하는 지쳐빠진 마음이다. - 30

시간이 흘러가며 잠시 만들어 놓았던 것에 그는 끊임없이 이름을 붙인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시간이 그 모든 이름을 휩쓸어갈 것이다. - 69

산문은 이 세계를 쓸고 닦고 수선한다. 그렇게 이 세계를 모시고 저 세계로 간다. 그것은 시의 방법이 아니다. 시가 보기에 쓸고 닦아야 할 삶이 이 세상에는 없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 271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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