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울고 난 얼굴 민음의 시 247
이상협 지음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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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인듯 대답이고, 부정인듯 긍정이다. 이쪽도 저쪽도 모두 가르키고 있는 시들.


꽃은 막다르고
매번 붉고

무수한 조울의 끝장을
바람은 흔든다
새겨 둔다
잊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모자란 햇빛을 쥐어짜며
한 잎 두 잎
흔들리는 진료 기록부

치매 노인의 유서처럼 나무는
자신이 기억날 때마다 손등을 붉게 긋는다
달에서 펄럭이는 깃발처럼 몸을 뒤튼다
4월에 버릴 것은
힘이며 힘겨움이야

꽃이 죽지 않고 열매가 달린다
잎사귀 시푸른 채로 겨울이 왔다
백야의 질린 해처럼
반가운 청첩장을 받았다 - 불편한 꽃(전문)

세 시엔 읽지 않을 책을 주문한다 그걸 다 읽기로 한다 - 저절로 하루 중

귀신과 사람을 왕복하며 그들은
품에서 자라지 못한 자신을 꺼내었다 그걸
간판처럼 목에 내걸고 밀려다녔다
누적된 슬픔들이 서로를 당겼지만
각자 앓아야 하는 일이었다 - 기록 중

시작하기도 전에 슬픈 일은 많아서
네가 나를 앞질러 걷는 저녁
우리가 낳지 않은 아이들이 해변에서 모래 사람을 만든다 - 곡예사 중

2018.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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