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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손에 쥐자 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길이였지만, 참으로 흥미있고 또 상황 전개가 긴박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도시, 뉴욕에 크리스마스.
흰눈이 거리를 뒤덮고 아름다운 트리 장식과 흐여운 캐롤이 집으로 가는 발길을 재촉하는 밤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그러나 그 상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니콜은 아름다운 연주를 마치고 잘 나가는 변호사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강도를 만난다.
하수구를 열고 나온 노숙자, 마크. 그는 쓰린 속을 싸구려 술로 달래며 검정 강아지를 데리고 비틀거린다.
차도로 들어선 그를 운전자들은 피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크고 현대적인 멋진 병원을 가진 정신과 전문의 커너는 이 밤도 잠 이루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도둑을 만난다. 도둑은 십대의 비쩍 마른 소녀 에비이다.
오로지 1월이 되기를 뉴욕에서 기다리는 에비, 복수를 하기 위해서 총을 사려고 그녀는 도둑질을 하지만, 끝내 잡히고야 만다.
그리고 자기를 잡고 저녁을 사 준 그 사람이 자기가 너무도 만나고 싶어하던 커너라는 걸 모른 채 헤어진다.
거대한 유산의 상속녀 앨리슨. 방탕의 끝을 알고 싶은 그녀는 마약과 술과 스캔들로 아버지를 괴롭히지만, 알츠하이머를 앓던 아버지는 끝내 헤밍웨이식 자살을 감행한다.
이 소설은 이 상처받은 영혼들이 모여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아픈 영혼들은 과거의 상처를 잊지 못해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괴로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서로이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씻어준다.
결국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다른 상처 받은 마음인 것인가?
아파 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아픔에 매몰되지 말고 그 아픔을 넓게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적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는 그의 문체는 소설의 모든 장면들을 마치 눈에 보이는 영화의 스틸들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은 후, 나는 그 모든 장면들이 머리 속을 휙휙 스쳐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약 딜러들이 붙인 불에 몸을뒤트는 커너, 더러운 뉴욕의 지하철 속의 초조한 마크의 눈빛, 머리를 틀어올리고 아름다운 곡선의 팔로 바이올린을 켜는 니콜의 모습들이 그대로 생생하다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 덕이다.
모든 사건의 귀결은 사랑이다.
사랑이 모든 일들을 일으키고 모든 사건을 잠재운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산다.
참 사족 한마디.
이번 주에는 '라일라' 가 너무나 친숙하다.
얼마 전 본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여주인공 라일라.
이 소설에서 마크와 니콜의 실종된 딸 라일라.
오늘 읽고 있는 호세이니의 아름답고 슬픈 소설 <찬란한 천 개의 태양>의 라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