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속의 나라
박규원 지음 / 작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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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의 이야기가 복잡한 구조를 이루며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기다란 소설을 예감했었다.

1920~30년대의 번성한 상하이를 배경으로 던 많고 집안 좋은 가녀린 미녀와

 밑바딕에서 시작한 가능성 잇는 뼈대 굵은 남자의 러브스토리에

여자네 집에서의 반대와 여자를 짝사랑하는 부유한 청년 실업가를 등장 시키고

돈 앞에서 모멸감을 느끼는 우리의 남자 주인공의 갈등과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위대한 사랑의 힘을 예감했었다면 너무 로맨스 소설적인가?

 

그러나 이 책 <불꽃 속의 나라>는 그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내게는 세계사 중의 가장 취약한 나라인  중국의 상하이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은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다.

그저 아편전쟁으로 개항한 중국의 한 항구도시.

외국인의 물결로 한 때 번성했으며, 그 번화의 여파로 지금까지도 중국 최대 도시 중의 하나로만 알고 있었다.

 

외국이라면 오래 전에 가 본 태국인 고작인 나로서는 외국인 조계지 따위는 상상 밖의 세계였으며, 수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잘 되면 자신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부자가 되고, 혹은 어디서인지 모르게 두 다리가 잘리거나  강물 속의 물고기밥 신세가 되기도 하는 그 곳의 모습은 역시나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모험의 연속이다.

 

이 책은 각각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올드 상하이에 살아갔던 많은 부류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양복점으로 성공한 영국인 노처녀의 중국인과의 슬픈 사랑을 비롯해 상항이의 갑부가 된 유태인의 이야기와 상하이의 검은 손 수하에 있던 날쌘돌이의 이야기 등 상하이의 주류를 이루던 사람들의 일화가 많고,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이 글을 추천한 피천득님의  상하이 여행기를 일인칭 소설 형식으로 담아놓았는데, 피천득님의 상하이의 추억과 애정이 생생히 살아있다.

그다지도 아름다운 곳인가?

눈을 감고 글 속에 묘사된 대로 머릿 속에 그려본다.

큰 번화가인 남경로의 백화점들, 그 포장된 길을 여유있게 산책하는 아름다운 마차.

지난 주에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모여든 선남선녀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딸랑이는 보석들 그리고 맑은 샴페인잔들.

강에 보트를 띄우고 어린 딸과 강바람을 즐기는 독일인 상인.

성장을 한 채 으쓱대며 거리를 걷다가 찻집의 입구에 자리잡은 기녀들의 화장품 냄새.

나의 머릿속에선 방울이 딸랑이고 향기로운 화장수 냄새가 코끝에 퍼진다.

그러나,

골목 하나만 들어가면 거리에 웅크린 채 얼어죽어가던 걸인의 냄새는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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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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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손에 쥐자 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길이였지만, 참으로 흥미있고 또 상황 전개가 긴박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도시, 뉴욕에 크리스마스.

흰눈이 거리를 뒤덮고 아름다운 트리 장식과 흐여운 캐롤이 집으로 가는 발길을 재촉하는 밤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그러나 그 상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니콜은 아름다운 연주를 마치고 잘 나가는 변호사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강도를 만난다.

하수구를 열고 나온 노숙자, 마크. 그는 쓰린 속을 싸구려 술로 달래며 검정 강아지를 데리고 비틀거린다.

차도로 들어선 그를 운전자들은 피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크고 현대적인 멋진 병원을 가진 정신과 전문의 커너는 이 밤도 잠 이루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도둑을 만난다. 도둑은 십대의 비쩍 마른 소녀 에비이다.

오로지 1월이 되기를 뉴욕에서 기다리는 에비, 복수를 하기 위해서 총을 사려고 그녀는 도둑질을 하지만, 끝내 잡히고야 만다.

그리고 자기를 잡고 저녁을 사 준 그 사람이 자기가 너무도 만나고 싶어하던 커너라는 걸 모른 채 헤어진다.

거대한 유산의 상속녀 앨리슨. 방탕의 끝을 알고 싶은 그녀는 마약과 술과 스캔들로 아버지를 괴롭히지만, 알츠하이머를 앓던 아버지는 끝내 헤밍웨이식 자살을 감행한다.

 

이 소설은 이 상처받은 영혼들이 모여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아픈 영혼들은 과거의 상처를 잊지 못해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괴로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서로이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씻어준다.

결국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다른 상처 받은 마음인 것인가?

아파 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아픔에 매몰되지 말고 그 아픔을 넓게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적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는 그의 문체는 소설의 모든 장면들을 마치 눈에 보이는 영화의 스틸들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은 후, 나는 그 모든 장면들이 머리 속을 휙휙 스쳐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약 딜러들이 붙인 불에 몸을뒤트는 커너,  더러운 뉴욕의 지하철 속의 초조한 마크의 눈빛, 머리를 틀어올리고 아름다운 곡선의 팔로 바이올린을 켜는 니콜의 모습들이 그대로 생생하다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 덕이다.

 

모든 사건의 귀결은 사랑이다.

사랑이 모든 일들을 일으키고 모든 사건을 잠재운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산다.

 

참 사족 한마디.

이번 주에는 '라일라' 가 너무나 친숙하다.

얼마 전 본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여주인공 라일라.

이 소설에서 마크와 니콜의 실종된 딸 라일라.

오늘 읽고 있는 호세이니의 아름답고 슬픈 소설 <찬란한 천 개의 태양>의 라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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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 -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황희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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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수 없고 없다고도 할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글쓴이가 이 책의 앞과 뒤에서 재차 강조하는 말로 나또한 존경해마지않는 노신- 우리 때는 노신으로 배웠다.-의 말이다.

희망이란 결국에는 인간의 맘이란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 황희경은 마치 만화나 여행 안내서 같은 표지의 책 속에 이리도 심오한 경지의 언어들을 쏟아낸다.

이 글을 신문 연재로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꺼번에 읽어서 소화시키기에는 너무도 의미있고 훌륭한 이야기들- 한편으론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편 씩 읽어서 천천히 그 날 하루동안 곱씹어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진작에 구독을 끊어버린 한겨레 신문이 오늘은 문득 아쉽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숨겨진 의미있는 명소들을 안내한다.

그 이름도 거창한 세계 공원과 루쉰의 소설 주인공인 쿵이지를 이름으로 하는 주점과 중국의 소호인 다산쯔까지.

중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경극과 녹차와 강호를 그리고 홍루몽을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고전을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책의 곳곳에 섬세하게 배치된 중국 현지의 사진과 과거의 중국의 사진들은 생동감을 주고, 센스있게 자리한 영화의 스틸들은 오래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중국을 여행하기 전이라면 필수일 이 책은 그동안 미뤄뒀던 <홍루몽> 읽기를 내게 적극 권한다.

중국의 유명한 책들이 많지만, <홍루몽> 만큼은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어떤 책 -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논어, 장자 ......-보다 더 저자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독서력을 이미 확인한 바로 <홍루몽> 읽기를 이번 겨울의 테마로 삼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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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날개를 달다
야나 보오젠 지음, 이정언 옮김 / 새론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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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칙릿-치크리트(Chick-lit)는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chick와 문학 literature를 결합한 신생 합성명사라고 할 수 있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직업도 훌륭하고 착한 헬렌.

그녀의 목표는 서른에 네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젊은 여자를 찾아 떠난 정신적 외상과 식이 조절 장애의 병력을 가진 그녀.

어느 날, 날 잡아 놓고 계획과 예약이 완벽한 결혼 상대가 스스로 커밍아웃을 선언하고 그녀를 떠난다.

이미 그와 살림을 합친 그녀는 아버지와 교활한 새엄마와 멍청하고 예쁜 여동생이 사는 큰 집의 객실로 이사할 수 밖엔 없다.

다행히 그녀의 직업에는 이상이 없다.  (대다수의 칙릿들에는 직업 전선에도 이상이 있는건데 ....)

이별릐의 슬픔과 미혼인 채 서른이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쇼크가 다가오니, 베스트 오브 베스트 프렌드인 베른트의 사랑 고백.

그녀에겐 늘 위로해주는 친구일 뿐인 베른트는 그녀의 맘에 들고자 메이크오버까지 감행하지만, 헬렌에겐 친구일 뿐.

결말은 뻔하다.

맞춰보시라~~

자신을 배신했던 옛남자도 다시 돌아오지만, 헬렌은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진정 헬렌의 날개는 베른트인건가?

 

칙릿 소설이 다 그렇지만, 멋진 여성의 훌륭하고 돈 많이 버는 직업과 남자로 생각진 않지만, 남 주긴 아까운 멋진 친구와 아름다운 외모를 원하지 않는 여성이 있을까?

하지만, 그런 여성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문학적 가치나 문학의 사회적 의무로 볼 때, 칙릿은 그다지 큰 작용은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류의 소설들이 끊임없이 창작되고 소비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스스로 소외받는 다고 느끼는 대다수 여성들의 대리 만족 수단이 가장 가까운 정답이 아닐까 한다.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멋진 옷을 입고 아름다운 힐을 신고 잘 생긴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근사한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너무 잘 읽힌다.

단 두 세시간동안 나는 잠시 헬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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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여행을 멈추다 - 멈추는 순간 시작된 메이의 진짜 여행기
메이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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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라를 구하거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일까.

그럼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아픔을 참는 일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일까.

그렇다면 가장 하기 어려우면서 가치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남을 돕는 일일 것이다.

그것도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전생에도 한 번 만났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돕는 일.

돈으로 그들을 도울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몸으로 그들을 도왔다.

인도의 작은 시골 마을.

세상 사람들이 다 차파티를 먹는 줄 아는, 그래서 더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골랄끼또리아 사람들을 돕느라 여행을 멈춰 버린 메이.

매일 똑같은 일상이 너무나 졸려서 무작정 가방을 꾸리고 도착한 늘 그리운 인도.

그녀는 여기저기 그림 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골랄끼또리아에 머물러 생애 최초의 집을 거기서 가졌다.

200일 동안이나 나뭇가지로 얽은 진흙집에서 들판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인도 사람처럼 살았다.

마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살 수 있게 언덕에 공원을 만들면서 그녀는 무력하기만 했던 자신을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

 

메이가 그들을 도운 것보다 그들은 메이를 도왔고 또 메이는 메이 자신을 도왔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사람들 그들의 마음과 마음의 평안함.

그것들을 메이는 되찾았고, 그리고 살아가는 목적을 만들 수 있었다.

 

누구나 평생에 한 번은 찾아가야한다는 그 곳 인도.

타지마할을 보는 것도 삶의 큰 의미겠고, 겐지즈강에 몸을 담그며 내세를 기약할 수 도 있겠지만,

우리 생애 한 번도 부딪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는 시골 마을의 사람들과 발바닥이 갈라지도록  함께하는  메이의 여행은 인도의 또다른 방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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