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이라면 한여름의 즐거움이다. 그리하여 어릴 때부터 '전설의 고향'이니 '구미호'니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이불 뒤집어쓰고 보는 여름밤의 즐거움을 누린다든지, 극장에서 상영하는 '버닝'이니 '오맨'이니 하는 영화들을 친구들과 몰려가서 소리지르며 보기도 했다. 공포영화에 대한 공포가 있는 나는 별로 즐기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이 된다. 이 소설 <카르마>는 바로 그런 친구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이 소설에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깊은 마음 속에 비밀을 감춘 채로 살아간다. 혹자는 이미 그것을 잊고 삶을 즐기고 혹자는 그 비밀에 가위 눌리며 몸서리를 친다. 삶과 죽음의 깊은 인과과 얽혀서 그들의 삶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미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다만, 지난친 우연의 설정들이 조금 걸렸다. 그들의 업(카르마)이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게 읽는 재미를 조금 떨어뜨렸다고 할까? 혹은 그 우연마저 카르마인 것일까? 한여름 밤 홀로 빈 집에서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것만한 피서는 없을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