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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처럼 습하고 더운 날에는 그녀가 얼어죽었을 그 추운 밤은 어떠했을지 더욱 궁금하다.
  화려한 1890년대 부잣집에서 발견한 어둡고 비좁은 하인들의 숙소에서 처음 영감을 떠올렸다는 이 소설은 잘 밝혀지지 않은 근대 캐나다의 생활상이 드러나면서 더욱 흥미롭다. 모두의 평등한 권리를 위하여 그들은 이 대륙으로 건너왔지만, 그 안에서도 돈이 권력과 신분이 되어서 가난한 이민자들은 온갖 천대와 멸시. 그리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했고, 그들은 사람이 아닌 그저 하인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두고 온 구대륙 혹은 그 섬나라에서의 생활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삶. 어쩌면 오히려 더 열악한 생활 환경은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그들을 끌고 내려갔다.

  어느 밤 따뜻한 침대에서 나와 뒷계단을 뛰어내려와 집을 나왔어야만 했을 그 소녀. 겨우 열여섯 남짓의 나이, 그 깊고 추운 밤에 소녀가 찾아갈 곳은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다니는 교회뿐이었다. 그러나 교회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만난 한 대의 마차는 그녀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다음 날 아침, 발가벗겨진 채로 발견된 소녀의 몸은 얼어붙은 땅바닥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녀가 올라타는 마차를 본 것은 앨리스 블랙 뿐. 그 칠흑같은 밤만이 소녀의 죽음을 보았다.

  어두운 과거의 상처를 갖고 있는 머독 형사는 소녀의 주검에서 단순 동사가 아니라는 흔적을 찾아낸다. 날카로운 감각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머독은 소녀의 가련한 죽음을 수사한다. 그리고 소녀가 유명 의사댁의 하녀였음을 알아내고 그녀의 주위를 탐문한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너절한 하류 계층들의 생활상은 더러움이 극에 달한다. 남의 물건에 대한 일말의 양심도 없는 욕심과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한 멸시와 천대가 인간들의 솔직한 모습이라는 게 더욱 소름끼쳤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따뜻해 보여도 그 안의 추한 욕망과 더러운 이기심이 가득한 상류층의 생활이라는 것 역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 아니, 지금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부의 편중 문제, 이민자 차별 문제, 그리고 종교 문제 등을 100년도 더 전의 이야기에 담는 재주가 놀랍다. 게다가 재미까지 겸비해서 이 더위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한다.

 

내가 찾은 오탈자  277쪽 17째 줄 '신 나는' -> 띄어쓰기 '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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