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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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5 :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저, 2023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오늘은 청량한, 그러나 한 낮의 열기가 남아있는 오후의 나른한 하늘을 나는 마주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나는 한 잔의 샴페인을 따른다. 시원한 청량감을  담은, 폭발하듯 날라가는 코르크 마개의 날림으로 시작하여, 투명한 잔 속에 비치는 무수한 작은 기포들, 넘치는 거품으로 그 포말의 역동과 향긋하고도 달달한 과실향아 내 코를 자극한다. 푸른 하늘의 코발트 냉감과 한낮을 지나친 오후의 샴페인이 어우러지고, 한 모금의 순간은 "한 낮의 샴페인이 나를 일으킨다..."는 나폴레옹의 예찬론을 떠올리게 하며 피식 웃음을 머금게하고, 그렇게 느긋한 초여름의 오후는 흘러만 가고 있었다. 무심코, 이런 것들이야말로 삶의 한 순간 내가 느끼고 행복이란 거창한 단어를 기꺼이 부여해도 될만큼 충분히 납득이 된다고 되뇌이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문득 거리에는 늘 그렇듯이 연인들이 지나가고, 늘 나의 작은 우주인 이 작은 골목 구석에서 캠핑 의자에 앉아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는 표정도, 나의 한순간의 여유가 투사된듯한 부러워하는 눈길도 순간적으로 느껴지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이 모든 순간들이 내 기억속 한켠에 자리잡아 오늘의 나를 느끼게 하고, 또다시 찾아올 내일을 위한 순간임은 의심의 여지없이 모두에게 공감이 될 풍경이 아니겠는가...

지난 3년간의 지긋지긋한 펜데믹은 정말 많은 것을 우리에게서 앗아갔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바꾸었다. 이제 슬그머니 "엔데믹"을 선언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많은 변화와 성찰들에 대해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렇게 우리는 또다른 우리의 삶을, 마치 그동안의 일들이 없었던 것인양, 그렇게 이어가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게된 계기인 이 책은 데이비드 색스(다소 민망한 어감의 이름이라고 본인도 유머러스하게 언급하고 있는)의 또다른 신간 때문이다. 이미 우리에게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알린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TED 강연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 작가이다. 앞서 언급한 책을 포함하여 일련의 저서들 제목에서부터 명확히 자신의 지향점을 숨기지 않고 일관되게 말해온 주제는 소위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인간 중심의 가치 체계가 이미 펼쳐진 "디지털"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그 고유의 유효성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특별히 "펜데믹"이라는 불가항력적 사태로 인해 강제적으로 (때론 폭력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전면적" 디지털 전환의 경험과 그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을 돌아보고, 이로써 우리에게 인간 가치 중심의 기술이 아직도 유효하며 이는 대체불가적이고 나아가 영속적일 것이라는 믿음으로까지 우리를 이끄는 예찬의 형식을 띄고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책의 형식상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거창하게 추상적 담론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매우 "실증적인" 공감가능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 펜데믹 상황에서 모두가 겪음직한 일상의 문제들을 "일주일"이라는 시간적, 사회적 활동에 빗대어 분야별로 짚어나가고 있다. 회사, 학교, 쇼핑, 도시생활, 문화생활, 대화, 휴식의 7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각 요일별로 상징되는 인간 행위 양식들을 체험적으로 서술해 나가고 있다. 이는 저자의 주된 동기인 "아날로그"적 실제 삶을 보다 독자가 더 친근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재미를 주는 접근으로 보인다.

또한 위 구성으로 논하는 우리의 일상에서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여러 학자들,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나 고찰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인지감성,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등 철학적 담론에서 기술적 담론을 거쳐, 종교적 담론까지 폭넓게 건드려보고 있다. (물론 심도깊은 논의는 차치하고, 그 논거의 준거점이 되는 지점들만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가 그동안 "모호"하게만 느꼈던, 그러나 분명히 인지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 문제점들을 비판의 논의장으로 올리기 위해 대중들을 설득하는 장으로써 이번 저서를 기획한 것이 엿보인다. ("디지털 러다이트"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의도를 관철시키고 싶은 저자의 소망도 같이...)

그리고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벗어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그 의도의 이면을 경계하며 비판한다. 궁극적으로 디지털화 된 세상을 누가 꿈꾸는 것인가? 또한 그럼으로써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라는 원초적인 문제들에 다름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다수의 독자가 동의할법한 "폭거적 자본주의"에 대한 분명한 비판이 그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소위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으로 대표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며, 이들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말한다. 우리가 그토록 누려온 간편하고 저렴하며 빠르게 편리한 소비가, "누군가"의 눈물과 피땀을 희생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누리게끔 조장한 측면에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분명히 말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호르크하이머가 일찍이 "도구적 이성비판"에서 지적했듯이, 디지털이 잘못되었다기 보다 우엇을 위한 디지털인가를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가치판단을 위한 성찰이 없는 도구적 이성은 크나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난 세기들의 과오를 경계하며, 그 중심에는 반드시 우리 "인간"이 중심 담론이 되어야 하고, 그 가치는 지속적으로 논의될 영원한 주제임을 천명한 맥락과 그 궤를 동기화한다. 결코 디지털은 "도구"이지 "목적" 자체가 될 수 없다

4. 아쉬운 부분...


고백컨데, 나는 이 책의 서평을 자처한 때부터 이미 작가의 주장에 동조한 상태였다. 그러므로 이 책의 목적을 명확히, 기꺼이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읽어나감에 있어 전혀 반감이나 무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물론 나를 포함)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이 책은 시작부터 "편향"되었다고 오독할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서 드는 사례나 인용하는 주장들이 "확증 편향"의 오류가 있을수도 있다고 느낄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누구나 공감핳 법한, 논증의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대해 저자에 덧붙여 말하려고 한다.

먼저 "디지털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이는 감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로 환원되어서 증명되는 명백하 사실이다. "아날로그", 즉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객체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물리적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그 객체에 대한 측정의 문제일뿐 실재하는 모든 존재를 완벽히 "정보화"하는 기술은 현재로써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시도는 처음부터 "디지털"기술의 의도에 어긋나며, 현재의 디지털기술은 그 탁월한 접근성과 효용성 및 효율성을 고려한 "축소된 이미지"인 것이다. 이로써 우리가 체험적으로 경험하는 실재와 우리에게 전달되는 디지털 이미지 사이의 간극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보들리야르가 언급한 "실재의 부재"를 경험하게 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이미지의 "조작 또는 가공으로 인한 실재의 전복"마져 가능케하는 지점이 오리라고 누군가는 경고하지만, 공허한 러다이트들의 회한쯤으로 치부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펜데믹을 통과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실례는 무수히 목격되고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딥페이크로 인한 온라인상에서의 폭력과 같이...) 

 더욱이 가장 근본적으로 "디지털 신봉자"들이 간과한 점은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이용하는 우리 스스로가 "아날로그"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남과 동시에 가정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디지털"적이지 않다. 보고, 듣고, 만지고, 입에 넣어 맛보며 우리의 뇌를 실재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지각하며 인식을 해온 것은 유사이래로 변함없이 진행되온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실재라고 인식하는 것들을 지각하고 판단할 때는 단순히 특정 감각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종합적 경험"에 기초하여 세상을 이해한다. 따라서 "축소된 이미지"의 근본적 한계를 가진 디지털은 우리에게 경험의 일부를 "체험"하게 해줄지언정, 경험 자체를 대체할 수 없다. 책에서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얼굴의 표정, 그 사람의 말, 살짝 느껴지는 체취까지도 그 사람의 특징으로써 각인되며, 우리는 각인된 거대한 정보들을 모두 충족시킬 때 안정감을 느낀다. 그런데 축소된 디지털 이미지만으로 행위양식을 강제하면, 우리 뇌는 현재 가용한 감각에 의존하여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디지털적 모호함" (나는 개인적으로 "디지털 기시감"이라고 종종 부른다.) 을 극복할 수 없으며 이는 이번 펜데믹에서 수없이 목격되고 있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분석에 초석을 제공한 카를 융은 일찍이 심리학적 분석과 접근법을 주창하며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상보성에 주목한 바 있다. 페르소나(인식의 가면)와 아니마(무의식의 원형)은 때때로 상호대립하면서도 균형을 이루며, 외부적 환경에 의해 그 균형이 깨질 경우 어느 한 쪽의 힘이 다른 영역으로 흘러가서 병리적 현상을 일으킨다고 봤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많은 것이 분명해진다. "의식의 세계"에서 아무리 디지털정보를 그럴싸하게 조작하고, 가공한다 할지라도, "무의식"적으로는 이것이 "실재"가 아님을 근본적으로 알게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재라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페르소나"와 갈등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 갈등관계의 모순에서 우리는 소위 "실재의 부재"를 경험하게 되며 허탈감과 무기력이라는 "병적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디지털은 함께하는 유대성과 공감의 현실을 제약하고 왜곡시키며, 더욱더 사람들이 "실재이 허기"에 지쳐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도록 부추길 뿐이다. 이는 엔데믹을 선언하고 있는 지금을 전후하여 사람들의 폭발적 행위양식 안에 이 무의식적인 집단 반발이 목격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과 공존해야만 하는 현재 우리의 삶에 중요한 점을 이 책은 시사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이며 우리 안의 어떤 것들에 대해 더 성찰해야 함을 말이다. 

5. 나오며...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즐겨듣던 "유재하"의 LP를 턴테이블 이에 올려놓고 함께하고 있다. 과거에 CD로, 이제는 물리적 실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스트리밍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이 무슨 원시적인 고집을 부리는가...라고 냉소적으로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처음 이 음반을 듣던 그때의 느낌을 잊지 않는다. 

조심스레 레코드 판을 꺼내어 올리고, 조용히 바늘을 얹는 그 긴장의 순간과 어떤 노래가 나올지에 대한 호기심, 곧이어 흘러나오는 지직거리는, 투박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따스한 느낌의 LP 특유의 톤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그의 노랫말...때론 약간 마음에 들지않는 곡이 있어도 바로 "skip"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다음 곡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한 인내, 한 면이 다 돌아갈동안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전체의 예술적 조형미, 그리고 그 다음 면에서 새로이 시작되는 탐험을 기꺼이 나는 받아들였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유재하를 좋아하는 이유에 영향을 미치고 그가 우리에게 하는 노래에 내 감정을 같이 이입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나는 말한다. 시작부터 skip이 되지 않기 위해 "기형적"으로 클라이막스부터 나오는 긴박함의 요즘 곡들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중함을 느낄려면 무언가 불편함을 감수할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자기 감정을 투사할 여지도 만들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현대인들도 어서 깨닫기를 바란다. 이 멋진, 소소한 이야기를 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다시 표하며 나는 오늘도 유재하의 노래에 상념에 잠긴다.

 

#디지털이할수없는것들 #데이비드색스 #아날로그의반격 #신간도서

@across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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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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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기대는 없다. 이미 좀더 책에 익숙한 독자라면 다 아는 내용이고, 그것을 보여줌에 있어서 “전시”에 가깝지, “성찰”의 측면이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지식의 전달자라면 이런 자극적인 요소를 씀에 있어서 그 의도가 명확해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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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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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4 : 동물권력, 남종영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Apes! do not! want war! But will fight! If we must!

(유인원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싸울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면)

위 대사는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 (2011~17)"에서 나오는 중요 선언이다.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투입된 실험용 침팬지가 신약의 부작용으로 인류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지게 되고, 서서히 그동안 자신들을 억압해오던 인간에게 저향하여 유인원 종을 이끌고 인간에 맞선다는 내용의 SF영화이다. 여기서 진주인공 격인 침팬지 "시저"는 극중에서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고, 이용하며 끝내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는 혁명적인 지도자 역으로 나온다. 비록 SF 영화이지만 우리에게 여러 점들을 시사하는 작품이며,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둥물권 보호" 운동의 선구자 격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환경논픽션 작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발간한 일련의 연작 시리즈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잠시 저자의 약력을 훑어보면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인간-동물 관계에 대해 전공을 하였고, 이후로 환경 운동과 관련하여 "지구 종단 3부작"이라는 시리즈를 발간하였다. 한동한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저술을 하고, 이어 필연적으로 동물 복지 문제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저서를 발간하며 "동물 복지"에 대해 연작 시리즈를 내고 있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최신 작에 해당된다. 기존 시리즈에서 저자는 인간과 동물간의 관점을 도치하는 시도를 해왔으며, 이번 저서에서도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본 역사가 아닌, 동물의 시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시도를 한 기사를 통하여 실제로 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수족관에서 자연으로 방생하는데 크게 기여한 바가 있으며, 이번 저서에서도 그 특유의 관점으로 독자들의 기존 인식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가득찬 저서를 발간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활동해온 작가답게 이 문제를 다루는 문제의식과 관점이 대단히 신선하며, 향후 우리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 설정에도 지면을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의 1, 2부는 그동안 인간 중신의 세계사를 전복하여, 인간과 동물을 동일선상에 위치하여 놓고 동물의 시점을 빌려 지나온 역사를 정리한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인간 중심의 인식론을 흔들어 새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가지게 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신선한 충격이다. 예를 들어, 흔히들 알고 있듯이 신석기 시대 즈음에 야생의 늑대를 길들여 지금의 개로 진화시켜 왔다는 속설과 달리, 오히려 야생의 늑대가 보다 안정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한 것"에 가깝다는 대담한 가설을 택하여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즉, 늑대는 인간과의 동거가 훨씬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한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했고, 인간 또한 사냥과 기타 노동력의 제공의 편의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게됨에 따라 일종의 "동업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독자의 성향에 따라 이 대담한 가설을 쉬이 받아 들일수도 있고,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현존하는 모든 종의 "최상위"로서 군림해왔다는 그동안의 오랜 편견을, 이렇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쉽게 그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는 신섬함을 제공한다. 

또한 3, 4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저자의 성향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매체에서 해외 토픽란에서 볼법한 소재들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탈주에 성공하여 야생으로 숨어들어간 동물들이, 평생 우리안에서만 자라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깨고 신출귀몰하게 숨어들어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급기야 대중들이 잡히지 않도록 응원하는 등의 반전이 벌어지는 기현상이라든지, 아니면 일종의 야생의 무법자로서 군림하던 동물이 공포와 경외의 대상으로 숭배마져 일으키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들을 "영웅"이라고까지 일컬으며 그동안의 인간의 폭정에 대한 반항을 실랄하게 풍자하기 까지 한다. 아울러 그동안의 오래된 관습을 이제 청산하고 새롭게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 설정을 위해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서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명시하지 않지만 근본 기저의 생각에는 권력의 지배구조와 피억압 계층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보인다. 인간이 동물에 대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착취하는 모습은, 마치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비롯된 자본주의 초기 시대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가혹한 착취행위에 다를바 없다. 이제는 우리가 인권으로 불리는 "파업권"과 노동법의 근본 개념도 이 당시의 참혹한 결과에 반대하여 나온 산물이다. 저자는 이 연장선상에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를 올려놓는다. 극단적 자본주의는 점점 인간을 기계부속으로 전락시키고, 사회에서 소외를 시킴을 지적하듯이, 현재 동물 관련 산업의 행태 또한 정확히 그 폐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동안 대중들이 외면하거나, 잘 알지 못했던 그 참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소개하고, 독자들이 능동적으로 향후 논쟁이 더 거세질, 동물 복지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술을 하고 있다. 이는 단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확장된 "인권 문제"로 점점 심화되어만 가는 자본주의의 횡포에 맞서서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의 중반부까지 서술된 인간-동물 간의 관계 도치는 꽤 신선한 시도였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시점을 바꾸는 시도만으로도 기존의 인류 역사들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고,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지면의 한계로 인해 이 시도는 절반 정도의 분향에서 멈추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예 이 부분을 한 편의 작품으로 따로 저술을 하는 것은 어떨지 하는 바램이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동물들과 계속 같이 살아왔고, 그들을 이용해왔으므로 관점을 도치시킨다면 새로운 역사적 해석이 가능한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5. 나오며...

앞서 말한 "혹성탈출 시리즈"는 사실 오리지널 작품이 존재하는 리부트 격인 영화이다. 원작은 1968년 개봉한 "혹성탈출" 영화이다. 이 원작은 리부트와 설정과 내용이 다소 차이가 난다. 원작에서는 오랜 우주 여행 끝에 불시착한 행성에서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기현상을 발견하고, 그들의 폭정에 맞서 주인공은 탈출을 하지만 끝내 도착한 바다에서 발견한 것은...

부서진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즉, 이 행성은 지구였던 것...)

이 충격적 엔딩은 개봉 당시에 엄청난 반향과 충격을 몰고왔으며,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자리잡았다. 유인원이 인간을 거꾸로 지배한다는 신선한 반전으로 시작하여, 인간의 오만한 결정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지를 냉소적으로 보여준 충격의 작품이었다.

비록 이 영화가 픽션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적잖은 파장으로 한동안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고대의 가르침을 져버리는 현재의 시점에서 언젠가 저런 파국을 얼마든지 맞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변화를 가져온 기후의 변화가 거꾸로 이상기온으로 돌아오고 있고, 지속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정치 경제구조로 인한 세계 각국의 분쟁 상황 또한 우리의 앞날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징후이다. 저 장면처럼 우리가 지나각 역사의 화석으로 기억되며, 오명의 역사로 남기 전에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할 때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의 저자의 관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며, 이 책을 보는 독자들 또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동물권력 #남종영 #북트리거 #동물복지 #동물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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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3 : 인조이 파리, 김지선/문은정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파리...웬지 이름만 들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위에 나온 "프렌치 키스(1995)"와 같은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대부분이 정열과 로맨스의 도시로 우리에게 환상을 주고 있다. 거꾸로 이제는 에펠 타워의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면 수많은 전세계의 연인들이 이곳으로 와서 소위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는 유행마져 생겨날 정도이다. 

이처럼 "프랑스"는 이미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 개인적으로 꼽는다. 어느 국가나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역사와 관련하여 이미지를 나름대로 구축하지만, 프랑스만큼이나 일종의 브랜드화가 된 국가 이미지도 많지 않다. 보통 우리는 프랑스하면 예술과 패션, 문화의 나라로 인식하며, 그 중심에는 수도 "파리"가 있다. 때문에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매년 2700만명이 넘는 전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여행을 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살짝 역사를 들쳐보면, 파리가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된 도시가 된 데에는 그리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17세기 당시 기록만 보더라도 파리에 온통 오물과 쓰레기 투성이어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던 도시에서, 나폴레옹 3세의 도시 정비 이후 개선문을 중심으로 현대 파리의 근간을 이루는 모습들로 정비가 되고 지금까지 그 면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극적인 변화의 역사를 간직하고, 유수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문화 도시로서 그 아름다운 이미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기존에 나와있던 동명의 여행 가이드 북의 2022년도 개정판에 해당한다. 이미 기존에 나와있던 저서는 파리의 다양한 모습과 각종 여행 정보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심지어 여행객의 입장에서 알아야할 수칙까지 빼곡히 담고 있다. 따라서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기에 편리하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개정판이 나올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으로 알고 있으며, 이번 개정판에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의 달라진 현지 정보나 유의 사항을 좀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또한 소위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지도 서비스까지 제공하여 실질적으로 여행객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사실 파리는 근대와 현대를 아울러 유럽의 핵심 도시였던 만큼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중요한 각종 랜드마크들을 보유하고 있다. (어쩌면 근현대사의 그 자체라고도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따라서 지면에 할애된 곳들은 익히 잘알려지고 접근성이 좋으며 누구나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장소들로 가득하다. 몽마르뜨 언덕, 샹젤리에 거리 등등... 어릴적 동화나 각종 매체에서 나오는 바로 그 장소들만 다 가보려고 해도, 아마 몇달은 족히 걸릴 것이니 말이다. 다행히도 파리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 중에서도 유래없이 구역화가 잘 이루어진 곳이다. 나폴레옹 3세가 파리를 근대적으로 정비할 당시, 개선문을 중심으로 각 구역별로 도로와 건물들을 비교적 통일감을 주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하여 그 덕택에 지금도 타 도시와 다르게 동선이 단순해질 수 있다. 따라서 여행객의 입장에서 테마 여행을 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고, 이 처서에서도 이를 놓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저서는 우리가 왜 파리를 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처럼 보인다. 기실 파리뿐만 아니라 파리 근교의 명소들도 소개하여 역사적, 문화적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 베르사유, 라데팡스, 스트라스부르 등의 장소들도 파리에 못지않은 유서깊은 명소들이며,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파리를 능가하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곳들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이런 곳들도 잘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제시하며, 이런 곳들을 찾아가지 위한 현지 교통편 또한 함께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 추천한 코스 이외에도 독자적으로 동선을 계획하기에도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쇼핑과 공연 등 파리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소양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념품, 특산물들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소개하고, 이를 구입하기 위한 장터, 쇼핑몰 등 구매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도 하고 있다. 또한 여흥을 위해 다양한 먹거리, 파리에서 즐겨볼 수 있는 공연들도 나열하며 매우 유익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권미에는 간단한 회화나 각종 여행 정보들을 추가하여 이 책을 그대로 들고 여행을 가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쯤되면 원포인트로 여행을 계획하기 좋은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다.

4. 아쉬운 부분...

앞서 말한데로 이 책은 평균적인 독자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파리 여행을 위한 가이드에 가깝다. 따라서 좀더 깊은 주제(역사적 내지는 문화적)로 여행을 하거나, 기존의 여행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효율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파리는 유럽 문화, 더 나아가 근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세계적 도시인 만큼, 그 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다. 도시의 모든 곳들이 에피소드 하나쯤은 담고 있고, 그 모든 곳들을 일일히 한정된 지면을 빌려 소개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였을 것이므로 수긍이 어느정도는 간다. 독자적인 여행을 기획하는 분이라면 의도하는 배경과 목적으로 연관 장소들을 따로 구성해야 할 것이고, 그에 맞는 여행 정보들은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이고도 대중적인 기초 정보는 충분히 이 책을 참고하여도 괜찮을 듯 하다. 

5. 나오며...

위 사진은 그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이다. 파리 북부의 18구역에 위치하며, 고지대로 자리잡은 유서깊은 곳이다. 프랑스 파리 코뮌 봉기가 최초로 일어난 곳이기도 하고, 벨에포크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카바레"를 비롯한 물랑 루즈가 떠오르는 환락가의 구역이다. 그 문화적 이미지에 반한 전세계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명소이지만, 실제 현지에 가본 관광객들은 그 복잡함과 끝도 없는 호객꾼들의 훼방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할 만큼 기대와 다른 동네이기도 하다. 허나 실상 이 곳의 내력을 알고나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실제로 이곳은 과거 파리에 속하지 않는 외곽지역이었다. 게다가 파리에서는 거의 유일한 고지대로 가난한 달동네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싼 방세와 모델이 될 만한 사람들을 섭외하기 좋다는 이유로 가난한 화가, 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곳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파리로 들어가는 나그네들을 위한 유흥주점이 들어서고, 이에 홍등가가 조성되어 그야말로 환락과 범죄의 소굴로 악명이 높았던 것이다. 이쯤되자 파리의 명사들이 오히려 유흥을 즐기기 위해 방문할 정도로 유흥의 구역이 되었고, 다양한 문화활동 또한 이어져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곳의 그 방탕하고도 지나친 자유의 분위기는 그때부터 이어져 온 이 지역의 분위기인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알고나면 한 장소에 대한 기억이나 이미지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가진 곳의 역사를 더 추가해서 여행을 한다면 한층 즐겁고도 의미있는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활을 다한 좋은 가이드 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하는 파리의 모습을 우리에게 또 소개해주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으며 이 글을 마친다.

#인조이파리 #김지선 #문은정 #넥서스 #파리여행 #해외여행 #가이드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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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 - 전문가의 맞춤 해설로 떠나는 나만의 미술 여행 나만의 도슨트
서정욱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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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2 :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 서정욱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산타 크로제 성당을 떠나는 순간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생명이 빠져나가는 듯 했고, 걷는 동안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from "나폴리와 피렌체 - 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1817)"

위 인용구는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피렌체를 방문할 당시, 명화 "베아트리아 첸치의 초상"을 보고 겪은 개인적 경험을 밝힌 것이다. 물론 이 일화에 대해 진위 여부의 공방이 존재했고,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는 평이지만 그의 이름은 후대에 "스탕달 신드롬"으로 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다수의 관객들이 명화에 압도된 나머지, 신체 이상을 호소하고 환상 증상 마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대에는 넘쳐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건텐츠가 존재하고, 직간접적으로 예술작들을 접할 기회가 비교도 안될만큼 존재하므로 이런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지금도 빼어난 명화들은 그 독보적인 생명력을 자랑하며, 가끔 예술 경매 시장에서 그 엄청난 몸값으로 자신의 위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성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참으로 신비롭다. 냉철하게 분석하면 회화는 단지 평면적인 재료들의 조합일 뿐이고, 음악은 뇌에 반응하는 특정 화음들의 나열이며, 건축이나 조각은 입체적인 재료들의 덩어리일 뿐인데 우리는 여전히 그것들을 사랑하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왜일까... 일찍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 세계의 상대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영원 불변의 "이데아"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 즉, 누구나의 마음속에 회귀하고픈 원초적 근원이란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에 대한 추구는 극단적으로 위와 같은 현상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법하다. (나 또한 실제로 몇몇 작품에서 넋을 잃고 빠져들었던 개인적 경험이 있어, 위 현상을 다소나마 이해하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서정욱 갤러리"로 잘 알려진 전문 도슨트이자 관장인 저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어하는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작을 선정하여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부터 비교적 한국에 덜 알려진 카미유 코로나 앙투안 와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사조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다수의 잡지와 신문 칼럼으로 대중들과 교감을 이뤄온 바가 있어서 이 책도 매우 대중 친화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명성이 높은 다빈치, 라파엘로의 작품은 물론, 다분히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필요한 자크 루이 다비드나 들라크루아의 대표작도 친절하게 해설해 주고 있다. 특히나 명화들은 그 해설의 유무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이 가능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의 큐레이션은 표준적이고도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보다 친근하게 해설하고 있다. 또한, 작자 미상이지만 "밀로의 비너스"나 "승리의 여신, 니케" 또한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특별히 권미에 소개를 놓치지 않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철저히 대중친화적인 면을 상정해서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바티칸 박물관은 일일히 소개하기도 벅찰만큼 다양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매일 찾아가도 그 전체 소장품을 미쳐 다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우리조차 한두번쯤 이름을 들어본 명작들은 연일 관람객들이 수없이 전세계에서 구름처럼 몰려든다. 실제로 현장에 가면 예약없이는 관람할 수 조차 없고, 예약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관객들로 충분한 감상에 무리가 갈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대표작들에 대해 충분히 표준적이며 쉽게 해설을 해주고, 실제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서술을 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의 작품과 호흡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방해받지 않고 감상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 있다 하겠다.)

또한 역사적, 정치적 해설이 반드시 필요한 작품들을 중반부에 대거 소개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나, 비교적 최근의 사조인 인상주의의 경우 따로 해설하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이해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낭만주의나 신고전주의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작품에 녹아있고, 그 의도나 배경을 알아채지 못하면 관람시 그 흥미가 반감되는 특징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당시 사회의 배경과 작가의 의도가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저자는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나 들라크루아의 작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 당대의 사조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매우 중요한 대표적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그동안 잘 정제된 저자의 실력이 빛을 발하는 듯하다. 잘 관찰하기 어려운 지점부터, 놓치기 쉬운 곳까지 세세히 지적하여 그 감상에 더없이 적절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저자 개인의 취향도 작용한 소개작들이 존재한다. 오로지 한 평생 풍경화만 고집하여 후에 대가의 반열에 오른 카미유 코로라든가, 작자 미상이지만 그 완벽한 조화와 아름다움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와 영감을 주던 그리스 시대의 유물들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이로써 저자의 개인적 취향도 잠시나마 발견이 가능하며, 이러한 작품들에 공감하기 좋은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물인듯 하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오로지 분량이다. 이 짦은 책의 분량으로는 그 방대한 작품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등장시키기에도 벅찰 만큼 엄청난 유물이 보관된 곳 아니던가. 따라서 그 많은 방대한 유물 중에서 아주 일부나마 저자의 눈과 해설을 빌려 감상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데로 사조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소개를 한 점이 눈에 띄나, 아쉽게도 인상주의나 현대미술 쪽은 배제되어 있다. 특히 인상주의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루브르 박물관이기에 더욱 그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정된 분량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아마 벽돌 두께의 화보집으로 만들어도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현대미술 쪽은 루브르 박물관의 특성상 여타 미술관과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저자는 대표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노선을 위해 이를 과감히 생략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중들과의 교감을 꾸준히 이어온 저자인 만큼, 후속작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하며 아쉬움을 접어둔다.

5. 나오며...

다시 돌아와 스탕달이 겪은 그 일화를 생각해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명화를 감상하는 것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평판과 소문,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그 실체에 대한 환상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고, 막상 만남에 있어 그 매력을 확인하는 순간, 감정의 동요를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감상 후에 헤어짐을 해야만 할 때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만남을 고대하는 그 감정적인 흐름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연애를 할 때의 사랑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스탕달의 일화가 단순히 허구인 미사여구나 호사가들의 농담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 자신의 삶을 바쳐 끝내 그 아름다움을 느끼듯이, 명화도 우리 삶에 있어 한순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환희를 안겨준다고 믿는다. 어쩌면 명작만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교회에 있는 루벤스 그림을 보기 위해 생을 다한 주인공 네로처럼, 우리도 각자의 가슴에 그런 작품들 하나를 품고 있지 않을까...

아직 그런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기회를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나만의도슨트루브르박물관 #서정욱 #넥서스 #루브르박물관 #미술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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