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2 : 나만의 도슨트 루브르 박물관, 서정욱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산타 크로제 성당을 떠나는 순간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생명이 빠져나가는 듯 했고, 걷는 동안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from "나폴리와 피렌체 - 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1817)"
위 인용구는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피렌체를 방문할 당시, 명화 "베아트리아 첸치의 초상"을 보고 겪은 개인적 경험을 밝힌 것이다. 물론 이 일화에 대해 진위 여부의 공방이 존재했고,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는 평이지만 그의 이름은 후대에 "스탕달 신드롬"으로 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다수의 관객들이 명화에 압도된 나머지, 신체 이상을 호소하고 환상 증상 마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대에는 넘쳐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건텐츠가 존재하고, 직간접적으로 예술작들을 접할 기회가 비교도 안될만큼 존재하므로 이런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지금도 빼어난 명화들은 그 독보적인 생명력을 자랑하며, 가끔 예술 경매 시장에서 그 엄청난 몸값으로 자신의 위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성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참으로 신비롭다. 냉철하게 분석하면 회화는 단지 평면적인 재료들의 조합일 뿐이고, 음악은 뇌에 반응하는 특정 화음들의 나열이며, 건축이나 조각은 입체적인 재료들의 덩어리일 뿐인데 우리는 여전히 그것들을 사랑하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왜일까... 일찍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 세계의 상대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영원 불변의 "이데아"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 즉, 누구나의 마음속에 회귀하고픈 원초적 근원이란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에 대한 추구는 극단적으로 위와 같은 현상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법하다. (나 또한 실제로 몇몇 작품에서 넋을 잃고 빠져들었던 개인적 경험이 있어, 위 현상을 다소나마 이해하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서정욱 갤러리"로 잘 알려진 전문 도슨트이자 관장인 저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어하는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작을 선정하여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부터 비교적 한국에 덜 알려진 카미유 코로나 앙투안 와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사조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다수의 잡지와 신문 칼럼으로 대중들과 교감을 이뤄온 바가 있어서 이 책도 매우 대중 친화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명성이 높은 다빈치, 라파엘로의 작품은 물론, 다분히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필요한 자크 루이 다비드나 들라크루아의 대표작도 친절하게 해설해 주고 있다. 특히나 명화들은 그 해설의 유무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이 가능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의 큐레이션은 표준적이고도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보다 친근하게 해설하고 있다. 또한, 작자 미상이지만 "밀로의 비너스"나 "승리의 여신, 니케" 또한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특별히 권미에 소개를 놓치지 않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철저히 대중친화적인 면을 상정해서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바티칸 박물관은 일일히 소개하기도 벅찰만큼 다양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매일 찾아가도 그 전체 소장품을 미쳐 다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우리조차 한두번쯤 이름을 들어본 명작들은 연일 관람객들이 수없이 전세계에서 구름처럼 몰려든다. 실제로 현장에 가면 예약없이는 관람할 수 조차 없고, 예약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관객들로 충분한 감상에 무리가 갈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대표작들에 대해 충분히 표준적이며 쉽게 해설을 해주고, 실제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서술을 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의 작품과 호흡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방해받지 않고 감상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 있다 하겠다.)
또한 역사적, 정치적 해설이 반드시 필요한 작품들을 중반부에 대거 소개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나, 비교적 최근의 사조인 인상주의의 경우 따로 해설하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이해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낭만주의나 신고전주의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작품에 녹아있고, 그 의도나 배경을 알아채지 못하면 관람시 그 흥미가 반감되는 특징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당시 사회의 배경과 작가의 의도가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저자는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나 들라크루아의 작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 당대의 사조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매우 중요한 대표적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그동안 잘 정제된 저자의 실력이 빛을 발하는 듯하다. 잘 관찰하기 어려운 지점부터, 놓치기 쉬운 곳까지 세세히 지적하여 그 감상에 더없이 적절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저자 개인의 취향도 작용한 소개작들이 존재한다. 오로지 한 평생 풍경화만 고집하여 후에 대가의 반열에 오른 카미유 코로라든가, 작자 미상이지만 그 완벽한 조화와 아름다움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와 영감을 주던 그리스 시대의 유물들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이로써 저자의 개인적 취향도 잠시나마 발견이 가능하며, 이러한 작품들에 공감하기 좋은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물인듯 하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오로지 분량이다. 이 짦은 책의 분량으로는 그 방대한 작품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등장시키기에도 벅찰 만큼 엄청난 유물이 보관된 곳 아니던가. 따라서 그 많은 방대한 유물 중에서 아주 일부나마 저자의 눈과 해설을 빌려 감상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데로 사조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소개를 한 점이 눈에 띄나, 아쉽게도 인상주의나 현대미술 쪽은 배제되어 있다. 특히 인상주의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루브르 박물관이기에 더욱 그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정된 분량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아마 벽돌 두께의 화보집으로 만들어도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현대미술 쪽은 루브르 박물관의 특성상 여타 미술관과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저자는 대표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노선을 위해 이를 과감히 생략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중들과의 교감을 꾸준히 이어온 저자인 만큼, 후속작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하며 아쉬움을 접어둔다.
5. 나오며...

다시 돌아와 스탕달이 겪은 그 일화를 생각해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명화를 감상하는 것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평판과 소문,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그 실체에 대한 환상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고, 막상 만남에 있어 그 매력을 확인하는 순간, 감정의 동요를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감상 후에 헤어짐을 해야만 할 때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만남을 고대하는 그 감정적인 흐름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연애를 할 때의 사랑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스탕달의 일화가 단순히 허구인 미사여구나 호사가들의 농담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 자신의 삶을 바쳐 끝내 그 아름다움을 느끼듯이, 명화도 우리 삶에 있어 한순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환희를 안겨준다고 믿는다. 어쩌면 명작만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교회에 있는 루벤스 그림을 보기 위해 생을 다한 주인공 네로처럼, 우리도 각자의 가슴에 그런 작품들 하나를 품고 있지 않을까...
아직 그런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기회를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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