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함께 만나는 야생화 이야기 1

“봄소식을 알려주는 반가운 까치, 봄까치꽃”

봄입니다. 그것도 아주 완연한 봄입니다. 적어도 제가 있는 이곳 지리산은 이제야 완연한 봄입니다. 다른 해 같으면 벌써 봄꽃들이 지고 여름 맞이를 한창하고 있을 때인데 올해는 추운겨울을 보낸 탓인지 봄이 조금 늦었습니다. 그러나 늦게 찾아온 봄소식을 반갑게 알려주는 친구하나가 있는데요, 바로 우리가 흔히 보는 봄까치꽃이랍니다.
봄까치꽃이란 이름이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큰개불알풀이라고 하면 “아하~! 그 꽃!”이라며 알아채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봄이면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일명“잡초”속에 묻혀 꽃이 피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던 꽃이지요.
우선 이름부터 살펴볼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이름 ‘큰개불알풀’!
큰개불알풀은 귀화식물이지만 원주민격인 개불알풀이란 식물이 있습니다. 개불알풀의 열매가 뒤에서 본 개의 불알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인데요, 이 개불알풀보다 꽃이 조금 크다고 해서 큰개불알풀이 된 것입니다.
또 다른 이름 ‘봄까치꽃’!
제목에서도 눈치 채셨을 텐데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처럼 이른 봄소식을 알려주는 반가운 꽃이라고 해서 봄까치꽃이라고도 합니다.
성직자가 붙여준 고귀한 이름 ‘베로니카’!
큰개불알풀의 학명은 ‘Veronica persica'인데요, 이 베로니카는 형장(刑場)으로 향하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은 베로니카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자, 그럼 꽃을 한번 자세히 살펴볼까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면, 큰개불알풀꽃도 서둘러 땅에서 푸른빛의 작은 꽃을 피웁니다. 이때는 곤충들도 긴 겨울을 마치고 슬슬 활동을 시작할 무렵이지요. 땅에 작게 핀 까닭에 곤충들을 유인할 요량으로 4장의 꽃잎이 가운데 수술과 암술을 향하여 가이드라인이 그어져 있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의지해서 작은 곤충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꽃 속에는 곤충이 살기 좋은 조건이 갖춰지게 되는데, 위성안테나처럼 넓게 펼쳐진 꽃잎이 햇빛을 교묘하게 끌어 모아서 꽃 속에 공간을 따뜻하게 덥혀주면, 곤충들은 그 따스함에 자극받아 더욱 활동적으로 꽃 속을 돌아다니게 된답니다. 또 큰개불알풀의 꽃은 곤충이 착 달라붙기 쉽도록 수술과 암술이 배치되어 있으며 쉽게 흔들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조금 큰 곤충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힘을 주게 되고 곤충이 그렇게 발버둥치면 그 소동을 틈타서 꽃가루가 암술에 묻게 되는 것이지요. 작다고 얕본 이 꽃이 이리도 영리하답니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큰개불알풀 아니 봄까치꽃이 달리 보이진 않으신가요? 그럼 어서 밖으로 나가서 다시 한번 그 작고 예쁜 푸른빛의 꽃에 눈길을 보내 보십시오.
이번 달은 봄까치꽃의 매력에 한번 빠져 봅시다~!

- 대전충남생명의숲 4월호 소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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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티를 내는구나, 느티나무!

요즘같이 불볕더위에는 시원한 나무그늘이 참 고맙다. 그래서 이번 달 친해질 나무는 나무그늘 시원한 느티나무이다.
도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 느티나무.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나무이야기를 할때면 꼭 등장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느티나무의 이름 유래를 어떻게 얘기해줘야 하나 고민하곤 했었다. 분명 어떤 유래가 있기에 ‘느티나무’라는 이름이 지어졌을 텐데 그 유래를 찾기가 힘드니 말이다. 그러나 작년에 참 재미있는 대답을 하나 얻었다. 서울에서 “궁궐의 우리나무 알기”라는 프로그램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숲 해설 선생님께서는 느티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하셨다.
“고향 마을 어귀에 가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나무 한그루가 있지요? 바로 느티나무입니다. 옛날에는 느티나무를 동네의 경계목의 용도로 심었다고 해요. 이 느티나무부터는 무슨 동네, 저 느티나무부터는 무슨 동네하고 알 수 있었지요. 또한 느티나무는 아주 오래 사는 나무에요. 오래 산 만큼 그 풍채 또한 아주 좋구요. 그래서 멀리서 봐도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는 한눈에 들어오지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사람들이 그런 느티나무를 보면서 늘 티내는 나무, 늘티나무, 늘티나무 하다가 느티나무가 되었데요.”
제법 그럴듯한 이름 유래였다. 큰 풍채의 느티나무는 동네 어디를 가든 단번에 눈에 들어왔을 것이 뻔하다. 그런 느티나무를 보며 늘 티내를 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느티나무의 설명을 들은 이후로 나또한 아이들에게 늘티나무란 유래로 설명을 해준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라는 말도 덧붙여서...
느티나무는 풍채만큼이나 오래 사는 나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혹은 노거수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의 나무로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서낭당으로서, 마을 주민들의 쉼터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또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지금과 같은 여름에는 푸른 잎을 달고 시원한 나무그늘을 제공하기도 하며, 무늬와 색상이 아름답고 중후한 목재는 우리나라 제일로 친다고 한다. 서민은 살아 생전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소나무로 만든 가구를 놓고 소나무로 된 기구를 쓰다고 죽어서도 소나무 관에 묻히지만, 양반은 느티나무로 지은 집에서 느티나무 가구를 놓고 살다 느티나무 관에 실려 저승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느티나무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느티나무에는 여러 가지 신령스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전라도 오수라는 마을에 가면 주인을 살린 충견의 동상을 볼 수 있는데, 이 개와 얽힌 유명한 이야기는 어렸을 적 전래동화집에서 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 보면 옛날 이 고을에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어느 봄날 장터에 다녀오던 길에 마신 술에 취해 잔디밭에서 그만 잠이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산불이 나서 봄바람을 타고 노인이 잠들어 있는 곳까지 불길이 번져오자 개는 근처의 물웅덩이를 찾아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잠든 노인 주변에서 뒹굴어 불을 끄고 탈진해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잠이 깨어 사태를 알게 된 노인은 슬퍼하며 이 갸륵한 개를 고이 묻고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는데 얼마 후 이 지팡이에서 뿌리가 내리고 싹이 터 훌륭한 나무로 자랐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개나무, 즉 오수라고 불렀는데, 지금 그 자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에 선풍기, 에어컨 앞에서만 있지 말고, 늘티나무, 오수의 유래를 생각하며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2004.7 광양환경운동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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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모양이 귀신같네! 자귀나무

얼마 전 일 때문에 제주도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제 눈을 사로잡은 나무 한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무 한가득 새빨간 꽃들이 가득 피었는데 그 생긴 모양이 마치 병을 닦는 솔 같더군요. 신기한 그 모양에 어떤 이름을 가진 나무일까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도감에서 그 나무를 다시 찾아냈답니다. 꽃이 병을 닦는 솔같이 생긴 나무... 그래서 그 나무의 이름도 “병솔나무”라는 것을 알아냈지요. 가끔 나무 공부를 하다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쥐똥 같은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쥐똥나무, 물에 가지를 담그면 푸른 물이 나온다고 하여 물푸레나무...
이번 달 친해질 나무는 자귀나무인데요, 여러분도 잠깐 생각해 보실래요? 왜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지...
자귀나무는 요즘 한창 활짝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미모사처럼 생긴 초록색 잎 위에 선녀들이 옷을 장식할 때 쓸 것만 같은 분홍색의 작은 술이 사뿐히 내려앉아있는 듯한 모습. 중마동에서 광양읍으로 가는 도로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나보셨을 거에요.
참, 자귀나무의 잎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손으로 잎을 건드리면 금새 오무라드는 미모사(신경초)의 잎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밥이 되면 증산작용을 줄이기 위해 작은 잎들이 서로 마주보기로 딱 붙어 버리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자는 모습이 귀신같다고 해서 자귀나무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답니다. 어떠세요? 여러분이 생각했던 답과 비슷한가요? 자귀나무는 또한 밤이 되면 잎이 서로 마주 닫히는 특징 때문에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예로부터 신혼부부의 창가에 이 나무를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50-80개나 되는 작은 잎들이 항상 짝수가 되어 서로 붙었을 때 짝이 없는 잎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10월이 되면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스산한 겨울바람에 부딪혀 달가닥, 달가닥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시끄러워 꼭 여자의 혀와 같은 나무라는 뜻으로 여설목이라 불렀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보니 나무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그 나무의 생김에서 찾으면 쉽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농부들은 자귀나무의 마른가지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면 서둘러 곡식을 파종하고, 자귀나무에 첫 번째 꽃이 필 무렵이면 밭에 팥을 뿌렸다고 합니다. 또 농사에서 중요한 소가 이 나무가 나지막이 자라고 있으면 어디든지 쫓아가 소쌀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요, 농부들의 눈에는 자귀나무가 참 예쁘게 보였을 성 싶습니다.
자귀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보다는 조경수로 약재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귀나무의 껍질은 합환피라 하여 동의보감에 보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서 만사를 즐겁게 한다’고 합니다.
또한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나무로 중국에서는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미움이 사라지고 친구의 노여움을 풀고자할 때는 잎을 따서 보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자귀나무의 줄기로 절굿공이를 만들어 부엌에 두고 쓰면 집안이 화목하여 진다는 이야기가 있고, 서양에서는 자귀나무를 비단나무(Silk tree)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서양에서도 좋은 이미지의 나무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달에는 자귀나무를 친해보기로 해요!

(참고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이유미 저.)

광양환경연합 6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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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친해지기(4)

안 좋은 나무라는 편견을 버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어린시절 부르던 노래, 과수원길... 모두 기억하고 계시죠? 이번 달 친해질 나무는 바로 이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아까시 나무입니다.
앗, 여기서 잠깐! 가사엔 분명히 아카시아라고 하는데 저는 왜 자꾸 아까시 나무라고 부를까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여러분과 함께 나무를 공부하는 제가 이름을 잘못 부를 일은 없을테고...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이름이 잘못된 것일까요? 네, 우리와 친숙한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에요. 반면에 실제 아카시아 나무는 열대 지방에 자라는 다른 나무랍니다. 여태껏 우리가 아까시 나무를 다른 나무의 잘못된 이름으로 불러온 것이지요.
자, 이젠 제대로 된 이름도 알았고, 나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우선... 아까시 나무하면 어떤 특징이 떠오르세요? 제가 추억하는 아까시 나무는 5월이면 흰꽃이 달리고, 그 향기가 기가 막히게 좋아 어릴 땐 꽃을 따서 먹어 보기도 했었구요. 그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꽃향기가 실바람 타고 솔솔 불어온다는 가사를 봐도 짐작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벌 또한 그 향기에 취해 꿀을 따러 아까시 나무 주변에 많이 모이게 되지요.
그러나 이런 향기로운 추억 뒤에는 아까시 나무에 대한 편견도 있답니다. 아까시 나무는 워낙 생장이 왕성하여 아까시 나무가 우거진 숲은 대개 잡풀이 적다고 해요. 스스로 자라는 데 많은 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과 나눠 쓸 줄 모르며, 더군다나 조상의 묘자리에까지 뿌리를 뻗어가기 때문에 없애려고 애를 써도 잘 없어지지도 않아서 골치 덩어리라고 하지요. 아까시 나무가 우리에게 나쁜 편견을 주는 요인 중의 또 하나로 일제의 영향을 피할 수가 없는데요. 처음 일본인의 손을 통해 인천으로 들어와 황폐한 산을 긴급히 녹화하기 위해 전국에 심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망치려고 좋은 나무 다 베어내고 몹쓸 나무만 잔뜩 심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도 있답니다.
그러나 아까시 나무는 빨리 자라고 또 땔감을 공급해야 하는 목적 때문에 전쟁 후에도 많이 심었으며, 한창 치산 녹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산림 보호에 힘을 쓸 때도 이 나무의 가시가 입산을 통제하는 데 효과가 있어 권장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말고도 아까시 나무는 약으로 쓰인다고 하는데요, 약재로 이용하는 부분은 주로 뿌리의 껍질인데 봄이나 가을에 채취해 잘게 썰어 건조시켜 놓고 달여 마시면 이뇨, 수종,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땔감의 목적으로 심어졌다가 그 수요가 없어지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지만, 제대로 된 나무로 자란다면 그 목재가치 또한 높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아까시 나무 꿀의 수익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고 하니 잘 알고 보면 여러 쓰임이 많은 나무임이 분명합니다.
일부러 우리 숲에 아까시 나무를 들여놓을 필요는 없지만, 척박하고 버려진 땅에 심어 제대로 가꾼다면 아까시 나무 뿌리의 질소고정 능력 때문에 좋은 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자, 5월의 아까시 나무 향기에 취해보는 건 어떠세요? 그리고, 아까시 나무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은 버려주시구요! ^^

2004.5. 광양환경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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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친해지기 (3)

밥이 열리는 나무, 이팝나무!

광양읍에 위치한 유당공원에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이 나무에서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어느덧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답니다. 그래서 이 나무의 이름을 입하목(入夏木)이라고 부르다가 입하가 연음이 되어 이파, 이팝으로 되었다고 하네요. 자, 이달의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이제 눈치 채셨나요? 네, 바로 ‘이팝나무’랍니다.

비단 유당공원 뿐만 아니라 중마동 곳곳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를 보셨을 거에요. 비록 그 이름은 몰랐더라도 말이죠. 도감을 살펴보면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나무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5~6월에 흰색의 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운 날씨 탓인지 광양에서는 벌써부터 이팝나무의 꽃을 볼 수가 있네요. 며칠 전 중마동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조금씩 수줍게 꽃을 피우고 있는 이팝나무를 발견하고 ‘벌써 여름인가?’하고 놀랐지 뭐에요. 나무가 계절을 알려준다니 신기하지 않으세요?

이팝나무에 꽃이 가득할 때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에 흰눈이 소복이 쌓인 듯도 하구요, 사발에 담긴 흰 쌀밥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밥나무라고 했다고도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쌀밥은 왕족이나 양반인 이씨들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씨들이 먹는 쌀밥’을 이밥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밥이 변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어찌됐든 밥과 관련이 되어서인지 옛날 조상들은 이팝나무의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고 그 해의 풍년을 점치기도 했답니다. 누군가는 우리 조상들이 하얗게 핀 꽃을 보고도 흰 쌀밥을 생각했으니 조상들의 가난이 아프게 느껴진다고도 했는데요, 이러한 맘씨처럼 이팝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열여덟 살에 시집 온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데요. 며느리는 쉴 틈 없이 집안일을 하며 살았지만 그녀의 시어머니는 옛이야기에 나오는 여느 시어머니들처럼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구박을 해서 이 며느리는 동네 사람들의 칭송과 동정을 함께 받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큰 제사가 있어 조상들께 드리는 쌀밥을 짓게 되었는데요, 맨날 잡곡밥만 짓다가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혹 잘못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뜸이 잘 들었나 밥알 몇 개를 떠먹어 보았데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시어머니가 보게 되었고, 제사밥을 먼저 퍼먹는다며 온갖 학대를 했답니다.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었고,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냈데요. 그래서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된 나무라 하여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슬픈 전설을 갖고 있지만, 꽃을 보는 순간 바로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이팝나무!
오늘은 집 가까운 곳에 피어있는 이팝나무 꽃을 한번 들여다 보세요! 정말 쌀밥 같은가요?

(사진참고 http://www.forestkorea.org
글 참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

2004. 4. 광양환경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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