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친해지기(4)

안 좋은 나무라는 편견을 버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어린시절 부르던 노래, 과수원길... 모두 기억하고 계시죠? 이번 달 친해질 나무는 바로 이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아까시 나무입니다.
앗, 여기서 잠깐! 가사엔 분명히 아카시아라고 하는데 저는 왜 자꾸 아까시 나무라고 부를까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여러분과 함께 나무를 공부하는 제가 이름을 잘못 부를 일은 없을테고...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이름이 잘못된 것일까요? 네, 우리와 친숙한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에요. 반면에 실제 아카시아 나무는 열대 지방에 자라는 다른 나무랍니다. 여태껏 우리가 아까시 나무를 다른 나무의 잘못된 이름으로 불러온 것이지요.
자, 이젠 제대로 된 이름도 알았고, 나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우선... 아까시 나무하면 어떤 특징이 떠오르세요? 제가 추억하는 아까시 나무는 5월이면 흰꽃이 달리고, 그 향기가 기가 막히게 좋아 어릴 땐 꽃을 따서 먹어 보기도 했었구요. 그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꽃향기가 실바람 타고 솔솔 불어온다는 가사를 봐도 짐작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벌 또한 그 향기에 취해 꿀을 따러 아까시 나무 주변에 많이 모이게 되지요.
그러나 이런 향기로운 추억 뒤에는 아까시 나무에 대한 편견도 있답니다. 아까시 나무는 워낙 생장이 왕성하여 아까시 나무가 우거진 숲은 대개 잡풀이 적다고 해요. 스스로 자라는 데 많은 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과 나눠 쓸 줄 모르며, 더군다나 조상의 묘자리에까지 뿌리를 뻗어가기 때문에 없애려고 애를 써도 잘 없어지지도 않아서 골치 덩어리라고 하지요. 아까시 나무가 우리에게 나쁜 편견을 주는 요인 중의 또 하나로 일제의 영향을 피할 수가 없는데요. 처음 일본인의 손을 통해 인천으로 들어와 황폐한 산을 긴급히 녹화하기 위해 전국에 심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망치려고 좋은 나무 다 베어내고 몹쓸 나무만 잔뜩 심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도 있답니다.
그러나 아까시 나무는 빨리 자라고 또 땔감을 공급해야 하는 목적 때문에 전쟁 후에도 많이 심었으며, 한창 치산 녹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산림 보호에 힘을 쓸 때도 이 나무의 가시가 입산을 통제하는 데 효과가 있어 권장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말고도 아까시 나무는 약으로 쓰인다고 하는데요, 약재로 이용하는 부분은 주로 뿌리의 껍질인데 봄이나 가을에 채취해 잘게 썰어 건조시켜 놓고 달여 마시면 이뇨, 수종,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땔감의 목적으로 심어졌다가 그 수요가 없어지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지만, 제대로 된 나무로 자란다면 그 목재가치 또한 높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아까시 나무 꿀의 수익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고 하니 잘 알고 보면 여러 쓰임이 많은 나무임이 분명합니다.
일부러 우리 숲에 아까시 나무를 들여놓을 필요는 없지만, 척박하고 버려진 땅에 심어 제대로 가꾼다면 아까시 나무 뿌리의 질소고정 능력 때문에 좋은 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자, 5월의 아까시 나무 향기에 취해보는 건 어떠세요? 그리고, 아까시 나무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은 버려주시구요! ^^

2004.5. 광양환경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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