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모양이 귀신같네! 자귀나무

얼마 전 일 때문에 제주도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제 눈을 사로잡은 나무 한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무 한가득 새빨간 꽃들이 가득 피었는데 그 생긴 모양이 마치 병을 닦는 솔 같더군요. 신기한 그 모양에 어떤 이름을 가진 나무일까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도감에서 그 나무를 다시 찾아냈답니다. 꽃이 병을 닦는 솔같이 생긴 나무... 그래서 그 나무의 이름도 “병솔나무”라는 것을 알아냈지요. 가끔 나무 공부를 하다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쥐똥 같은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쥐똥나무, 물에 가지를 담그면 푸른 물이 나온다고 하여 물푸레나무...
이번 달 친해질 나무는 자귀나무인데요, 여러분도 잠깐 생각해 보실래요? 왜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지...
자귀나무는 요즘 한창 활짝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미모사처럼 생긴 초록색 잎 위에 선녀들이 옷을 장식할 때 쓸 것만 같은 분홍색의 작은 술이 사뿐히 내려앉아있는 듯한 모습. 중마동에서 광양읍으로 가는 도로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나보셨을 거에요.
참, 자귀나무의 잎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손으로 잎을 건드리면 금새 오무라드는 미모사(신경초)의 잎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밥이 되면 증산작용을 줄이기 위해 작은 잎들이 서로 마주보기로 딱 붙어 버리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자는 모습이 귀신같다고 해서 자귀나무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답니다. 어떠세요? 여러분이 생각했던 답과 비슷한가요? 자귀나무는 또한 밤이 되면 잎이 서로 마주 닫히는 특징 때문에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예로부터 신혼부부의 창가에 이 나무를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50-80개나 되는 작은 잎들이 항상 짝수가 되어 서로 붙었을 때 짝이 없는 잎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10월이 되면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스산한 겨울바람에 부딪혀 달가닥, 달가닥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시끄러워 꼭 여자의 혀와 같은 나무라는 뜻으로 여설목이라 불렀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보니 나무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그 나무의 생김에서 찾으면 쉽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농부들은 자귀나무의 마른가지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면 서둘러 곡식을 파종하고, 자귀나무에 첫 번째 꽃이 필 무렵이면 밭에 팥을 뿌렸다고 합니다. 또 농사에서 중요한 소가 이 나무가 나지막이 자라고 있으면 어디든지 쫓아가 소쌀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요, 농부들의 눈에는 자귀나무가 참 예쁘게 보였을 성 싶습니다.
자귀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보다는 조경수로 약재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귀나무의 껍질은 합환피라 하여 동의보감에 보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서 만사를 즐겁게 한다’고 합니다.
또한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나무로 중국에서는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미움이 사라지고 친구의 노여움을 풀고자할 때는 잎을 따서 보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자귀나무의 줄기로 절굿공이를 만들어 부엌에 두고 쓰면 집안이 화목하여 진다는 이야기가 있고, 서양에서는 자귀나무를 비단나무(Silk tree)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서양에서도 좋은 이미지의 나무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달에는 자귀나무를 친해보기로 해요!

(참고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이유미 저.)

광양환경연합 6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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