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친해지기 (3)

밥이 열리는 나무, 이팝나무!

광양읍에 위치한 유당공원에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이 나무에서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어느덧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답니다. 그래서 이 나무의 이름을 입하목(入夏木)이라고 부르다가 입하가 연음이 되어 이파, 이팝으로 되었다고 하네요. 자, 이달의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이제 눈치 채셨나요? 네, 바로 ‘이팝나무’랍니다.

비단 유당공원 뿐만 아니라 중마동 곳곳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를 보셨을 거에요. 비록 그 이름은 몰랐더라도 말이죠. 도감을 살펴보면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나무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5~6월에 흰색의 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운 날씨 탓인지 광양에서는 벌써부터 이팝나무의 꽃을 볼 수가 있네요. 며칠 전 중마동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조금씩 수줍게 꽃을 피우고 있는 이팝나무를 발견하고 ‘벌써 여름인가?’하고 놀랐지 뭐에요. 나무가 계절을 알려준다니 신기하지 않으세요?

이팝나무에 꽃이 가득할 때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에 흰눈이 소복이 쌓인 듯도 하구요, 사발에 담긴 흰 쌀밥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밥나무라고 했다고도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쌀밥은 왕족이나 양반인 이씨들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씨들이 먹는 쌀밥’을 이밥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밥이 변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어찌됐든 밥과 관련이 되어서인지 옛날 조상들은 이팝나무의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고 그 해의 풍년을 점치기도 했답니다. 누군가는 우리 조상들이 하얗게 핀 꽃을 보고도 흰 쌀밥을 생각했으니 조상들의 가난이 아프게 느껴진다고도 했는데요, 이러한 맘씨처럼 이팝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열여덟 살에 시집 온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데요. 며느리는 쉴 틈 없이 집안일을 하며 살았지만 그녀의 시어머니는 옛이야기에 나오는 여느 시어머니들처럼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구박을 해서 이 며느리는 동네 사람들의 칭송과 동정을 함께 받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큰 제사가 있어 조상들께 드리는 쌀밥을 짓게 되었는데요, 맨날 잡곡밥만 짓다가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혹 잘못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뜸이 잘 들었나 밥알 몇 개를 떠먹어 보았데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시어머니가 보게 되었고, 제사밥을 먼저 퍼먹는다며 온갖 학대를 했답니다.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었고,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냈데요. 그래서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된 나무라 하여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슬픈 전설을 갖고 있지만, 꽃을 보는 순간 바로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이팝나무!
오늘은 집 가까운 곳에 피어있는 이팝나무 꽃을 한번 들여다 보세요! 정말 쌀밥 같은가요?

(사진참고 http://www.forestkorea.org
글 참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

2004. 4. 광양환경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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