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섣달 그믐부터 일은 시작되었다.
설 명절을 쇠러 가야하는데, 출발하는 날 아침에 자동차정비소에 가다니.
한참 전부터 오르막길도 버거워하고 붕붕 소리가 나고 클러치를 밟았다 놓으면 토끼처럼 튀어나가고 한참 달리다가는 알피엠이 저혼자 북북 올라가는 걸, 알고도 게으름, 그 놈 탓이다.
정비기사는 두말도 없이 차 놓고 가라지. 차 없이는 못간다 했더니 차를 빌려주겠다는데 차마 차 가지고 간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래, 홍천, 춘천, 원주 다 갔다왔다. 정비사 몰래!
차에게 그토록 간절하게 빌어보기도 처음일 거다. 아무튼 우리 세 식구 천우신조로 무사히 명절을 가족과 함께 잘 보내고 왔다.
남편 몰래 나는 속으로 또 한가지를 빌어야했으니, 현관 열쇠를 이사하면서 받아놓고는 다시는 보지 못했던 나는 문도 못 잠그고 며칠을 집을 비워야했다. 사람을 믿고 경비 아저씨를 믿고, 헉 헉!
그날, 집에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살펴본 집은 무사했다) 남편이 어, 이상해 하더니 그길로 바로 아웃, 그가 살아생전에 가장 독한 감기요, 내가 알기로도 다 큰 어른이 그렇게 아파하는 것도 처음이다. 그렇게 아프기 시작해 보름이 다되는 지금까지 약도 안되고 주사도 안되고 아무튼 갈비뼈가 아파서 더 이상 기침도 못하겠다며 퇴근하더니 곧 쓰러졌다.
그를 선두로 내가 뒤따르고 조카가 뒤따르고 아들이 뒤따른다. 나는 어제 고비를 넘기고 오늘 좀 살만해졌다. 아들은 이틀째 결석, 청년 조카는 주사 까지 한 방.
그래서 오늘 마트에 가 시장을 봐가지고 나오니 옴마야, 차 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버렸다. 출발할때 때글때글 소리가 나더니, 마트에 있는 정비사가 한소리 한다. 아, 내일 큰언니네 보름 찰밥 먹으러 가야하는데, 친정엄마도 오신다고 했는데,
그 난리법석통에 찌르륵 찌르륵 날아든 메세지, 신간평가단 신간페이퍼 올려주세요.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우선 올 한해 액땜 한번 찐하게 했다는 것, 나쁜 일은 역시 한꺼번에 닥친다는 것, 병은 아플만큼 아파야 낫는다는 것, 그리고 문제는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것.
우선 며칠째 글자한줄 읽지 못했으니 새로운 책 구경부터.
북극이야기, 빌브라이슨 아저씨 이야기, 부엌이야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술 이야기.
시턴이 아주 오래된 북극 이야기도 썼다는 것은 몰랐다. 빌브라이슨은 또 어떤 수다를 풀어 낼지. 나는 내가 여자라는 자의식이 별로 없는데 유난히 부엌에 욕심이 많은게 좀 이상하다. 지금 이 두통이 잘못 마신 술 뒤끝처럼 아프지만 그래도 몸이나 나이 이야기말고 술이야기가 더 재미있겠다싶다. 이상.
이라고 하고 마침표를 찍은 밤, 나는 결국 내가 죽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몸은 하나에 얼굴은 아이 얼굴과 어른 얼굴인 내 모습은 평화로워보였고
어느 순간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그것은 미소였으니
기원을 따지자면 레오나르도 아저씨의 모나리자와 그의 제자가 동시에
그린 모나리자를 보았던 것이 원인인데, 무의식의 난해함은
그것이 왜 나의 죽음으로 나타나느냐는 거지.
어쨌든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감기에서 탈출하려고 하는데
어질어질 질기고 모진 감기다. 끄-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