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 예리! 특서 청소년문학 22
탁경은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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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섯 분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라이프가드>를 쓴 마윤제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제가 얼마 전에 읽었던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작가이기도 해서 더 반가웠습니다. 또 <나는 스트라이커!>를 지은 정명섭 작가는 추리소설, 역사물을 여러 편 저술한 유명한 그분이죠. 이 다섯 편의 공통점은 "스포츠를 즐기는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거라고 머리말에 나오는데, 읽어 보면 알 수 있는 여러 따스한 분위기, 주제 부각 같은 것도 닮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가열이야." 이 좋아하는 스키를 정말 지구온난화 때문에 못 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오빠나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면 들긴 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겠고, 능숙한 자신과 달리 기술이 서투른 "두 혹"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지금은 더 급선무입니다. 역시 어떤 스포츠든 처음에 자세, 폼을 어떻게 배우느냐가 중요한 건 저 주인공의 말투만 들어도 바로 느낌이 옵니다. 유진 선생님은 특히 어려운 자세 둘을 한 번에 이어서 가르쳐 준 그 솜씨가 돋보입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남한테 요령껏 가르치는 건 또 볅개의 문제지요. 같은 <선형대수학(리니어 앨저브라)>이라 해도 저자에 따라 순서, 구성이 다 다른데 어떤 책은 독자가 재미있어하고 또 어떤 책은 어려워합니다. 


주인공은 처음에 재미를 붙였으나, 이내 정체구간을 맞이합니다. 유진 선생님을 잘 따르기도 한 주인공이 왜 이처럼 빨리 흥미를 잃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다른 집중 대상을 찾기까지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하기 싫으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줄이게 되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잊혀지게 하면 될 것을 말입니다. 아마 다른 감정상의 동기가 있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작성 중)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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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경매 바이블 - 라첼과 함께 공부하는
전병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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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는 어떤 법적인 문제 자체보다, 이에 얽힌 여러 사실적 문제들이 법의 탈을 쓰고 튀어나오는 그 예측불허의 성격 속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니 법 공부, 혹은 실무 사례를 정리한 아주 두꺼운 책만 판다고 대처가 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한 대가한테, 그 몸으로 겪은 느낌, 구체적인 노하우, 이런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는 게 책 몇 십 권 읽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매각 허가가 이미 떨어졌다면, 이 매각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던 사람이 나(이를테면요)입니다. 그런 사람이 나중에 가서 매각 허가를 취소해 달라고 또 신청한다면, 이건 법원 입장에서 내킬 리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변심 반품, 환불 요청 같은 건데, 매수자 입장에서는 다시 생각해 보니 가격을 높이 썼다, 또 귀찮은 사정이 나타났다 등 여러 이유에서 마음이 변할 수 있죠. 일반 사인 간의 민법상 매매에 있어서도, "동기의 착오"는 그 취소 사유가 안 된다고 민법 조문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경매의 대가인 저자 같은 분이라면, 이런 경우 금전적 손해가 막심하겠지만 결국 포기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책 p140)는 명백히 법원 사무의 과실로 인한 거죠. 단순 동기의 착오가 결코 아닌... 사실 저자 같은 분이 그리 허술히 봤을 리도 없는 거고(물론 현수막이 작고 낡아서 못 보신 건 맞습니다만 이것도 당일에는 과연 걸려 있었을지 의문이며, 법원 사무관이 빼먹었을 정도면 어느 정도 사위성을 의심해 볼 만도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건 독자인 제가 알 수 없지만). 여튼 저자분은 쿨하셔서인지 그런 암시는 책에 일언반구 없습니다. 또 이게 맞는 거고요. 여튼 경매는 에프엠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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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명회 1
신봉승 지음 / 갑인출판사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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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기 34주차에 "한명회와 수양대군"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 있습니다. 수양대군, 나중에 세조라는 묘호를 받은 군주가 일찍부터 측근에 저 한명회를 들이고는 "나의 장자방"이라며 자랑스레 여긴 적 있었으며, 그를 요긴히 활용해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기어이 권력을 잡고 말았습니다. 물론 한명회도 주인인 수양대군을 잘 활용했기에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세와 영화를 다 누리고 저세상으로 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종서도 그렇고 훨씬 앞선 시기 최영 장군도 그렇고, 수양대군이나 이성계가 궁정쿠데타 혹은 군사정변을 감행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당한 듯합니다. 김종서나 최영 역시 그저 우직한 무장일 뿐인 그런 인사들이 아니고, 사람 상대나 정치를 한두 해 해 본 사람들이 아닌데, 어째서 저들이 저런 모험을 할 줄 전혀 꿈도 꾸지 못 하고 있었겠습니까? 이는 정말로, 수양대군이나 이성계나 흑심을 품고 평소와 다른 언행으로 상대를 속일 만한 위인이 실제로 아니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며, 만약 그렇다면 아마 그들의 장자방, 그들의 공명이 "안 그럴 법한 주인을 골라(평소에 의심을 받지 않으니 정변 주도에 최적의 요건)" 천만 뜻밖에(물론 제 주인은 빼고) 일을 벌인 덕분일 가능성이 큽니다. 수양대군이 그런 일을 감행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죠. 안평대군의 책사인 이현로든, 혹은 혜빈 양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든 간에 말입니다. 아무리 이런 거사에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해도, 적어도 김종서가 그처럼이나 방심하고 있었던 걸 보면...


이 책은 1992년에 출간되었다고 나옵니다. KBS에서 이덕화, 서인석씨 등을 캐스팅하여 드라마를 만든 게 1994년이므로 어느 정도는 원로 신봉승 작가가 극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그는 이보다 십 년 정도 앞선 시기에 MBC의 시리즈 <조선왕조 오백년> 세번째 기획 <설중매>에서 한명회라는 캐릭터를 대단히 재미있게 창조하여 새삼 대중들에게 어느 실존 인물의 인지도를 대폭 높인 적이 있습니다. 


한명회는 소위 칠삭동이라 하여, 요즘 말로 미숙아로 태어나 기이한 외모로 세상 사람들에게 놀림받았다는 야사, 혹은 저런 대중이 즐기는 컨텐츠에서의 태도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합니다만 실제로는 신장도 크고 인물도 잘생긴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정치를 하려면 이런 조건이 어느 정도는 필수입니다. 하긴 그와 수시로 정치적 동맹을 이루었던 수빈 한씨(소혜왕후), 또 그의 부친 한확 등도 촌수가 멀다뿐 일문으로 봐야 하는데, 한확의 경우 여러 차례 명 황실과 일종의 사돈 관계를 맺는 등 이 집안이 원래 외모 면에서 오히려 평균 이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전혀 아닐 것 같아도 이처럼 외모가 끼치는 영향이 알게모르게 크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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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本 한국사 근대편 - 100년 불굴의 역사
시대역사연구소 지음 / 시대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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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우리 시대에 개혁군주로 널리 평가받고 존중받는 위인이자 군주이며 개인적 능력이 확실히 출중했던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독자로서 한 가지 의문인 건, 왜 이처럼 출중한 능력을 지닌 분이 사거, 퇴위한 후 그토록 국세가 급속히 기울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하긴 청조의 건륭제도 기이할 만큼, 재위시 최강이었던 시스템이 후계자 손에 넘어가고 나서 영 시원찮게 작동했던 유례가 있으니...


순조 재위 초기에 이미 공노비 해방이 이뤄졌습니다. 완전한 신분 해방은 갑오경장 이후에 단행됩니다만, 이미 공적 섹터에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근 90년 앞서 이런 조치를 단행한 건 여튼 긍정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책에서는 물론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이런 조치는 세수 증가를 위한 불가피한 고육책으로 파악한다는 입장입니다. 납세 의무를 진 양인이 워낙 없다 보니 관이 보유한 자원이라도 민간에 내 보내서 세원을 마련한다거나, 혹은 먹이고 입히는 인건비라도 절약해겠다는 동기야 작용했겠지만 말입니다.


과거에는 진주 민란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는 민중의 노력과 자발적 각성을 무시하는, 좋지 못한 시야가 드러난 표현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진주농민항쟁은 사실 이 지역 진주에서 고려 중기 무신집권기에도 토호와 혹리의 착취에 항의하는 여러 정의로운 움직임이 있었는데, 근 천 년의 간격을 두긴 합니다만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마땅합니다. 


"프랑스 신부 1인당 조선인 1000명을 죽이겠다." 결과적으로 엄포에 그쳤으나 저 문언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건 부인 못 하겠네요. 여튼 그들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으며, 물론 성공적인 개화 노력으로 모범적인 근대화를 이뤘다면 더 좋았겠지만 외적, 그것도 더 우수한 장비로 무장하고 들어온 서양 제국주의 세력과 교전하여 승리를 거둔 건 대단합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저들 제국주의자들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지인 세력의 저항에 일일이 다 대응한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과거에는 "신사 유람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조사시찰단"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신사들이 자기 돈 지출하며 일본의 발달된 현황을 (놀아가며) 살펴 본다"는 뜻일 구 명칭은, 사실 당시만 해도 유림들의 반발이 워낙 거셌던 탓에 그런 위장 형식을 취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과거의 정부 정책에 대해 애써 그런 면피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본질을 그대로 주목하면 그만이죠. 이 부분도 저는, 우리 조상들이 그래도 어려운 여건 하에 많은 애를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래 한국의 지식인들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똑똑했지 않았습니까. 다만 원로들이 좀 더 너른 국량으로 젊은 세대를 대했더라면 그런 소모적인 대립에 쓰일 에너지가 바르게 지양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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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포트 - 탈코르셋부터 소수자 차별 금지까지, 기자 4인이 추적한 우리사회 변화의 현장들
김아영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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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어느 영화 제작자의 성추문 폭로를 시작으로 세계를 휩쓴 미투 열풍은 이 땅에도 페미니즘에 대해 전면적인 재정립과 성찰의 계기를 가져 왔습니다. 이 책은 지난 5년 간 국내에서 전개된 페미니즘 트렌드와 활동상에 대한 리뷰를 담았는데, 말미인 제4장에는 (제목은 "페미니즘 리포트"이지만) 성소수자 문제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p35에는 여자배구 경기에 선수들이 착용해야 하는 유니폼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저는 남성이고, 배구팬을 자처합니다만 객관적으로 봐서 여성경기 유니폼, 특히 하의가 매우 짧은 편인 건 맞습니다. 농구의 경우 1990년대 중반에 타이트한 의상 착용을 검토했었으나 반대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던 적도 있죠. 개인적으로 여성 배구리그를 보면서 그 유니폼을 통해 어떤 성적인 연상을 한 적은 솔직히 없습니다. 여자배구는 멋진 수비와 오래 지속되는 랠리, 감독들이 구사하는 전술의 묘미가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타 국가(특히 일본) 유니폼에 비해 여성 상의는 타이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대로 하의가 짧은 건 맞습니다. 


집필자는 책에서 "경기력과 관련이 있다면 왜 남자 선수들은 이렇게 입지 않는가?"라고 묻습니다. 1980년대 복싱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면 남자 선수들(당시에는 여성 복싱 경기가 없었으므로)이 팬티처럼 짧은 트렁크를 착용합니다. 더 이전 시기 남자 농구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팬들의 항의가 받아들여져 작년겨울~올해봄 여배 시즌에서는 어느 정도 규정이 수정되었다고 전합니다. 


노브라 운동 역시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렀습니다. "대안"의 등장은 언제나 어디서나 중요한데, 구태여 페미니즘 시각으로 이 움직임을 볼 게 아니라 입기 싫은 사람한테 그럴 자유도 줄 필요가 있죠. 이런 이들을 겨냥한 언더웨어 상품도 출시되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미투보다 훨씬 앞선 시점 프랑스에서는 너무 마른 모델들을 특히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들 해서 퇴출시키는 운동, 나아가 법제화(...) 움직임까지 있었습니다. 현재는 더 다양한 체형을 지닌 모델들이 활동하는 듯도 보입니다. "여성의 몸은 결코 균질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p65)" 어떻게 보면 꼭 이념적 캠페인의 결과가 아니라, 패션계가 자기 이익의 논리에 맞춰 다양한 여성을 겨냥하는 식으로 전략을 (늦게) 수정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획일적인 몸을 강조한 게 오히려 이상하죠. 책에서는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이 경향을 요약합니다. 


사실 보행에도 위험한 하이힐을 잘 신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자주는 아니라도 새삼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영화 <스위치>를 보면 외형은 여성인데 남자의 영혼이 들어온 주인공이 하이힐 신고 걸어다니라 엄청 고생하는 장면이 있죠. 일본에서는 "쿠투" 운동이 한창이라는데 대체로 여성에게 더 많은 억압이 들어오는 사회 분위기로 알려진 그 나라에서 이런 운동을 펴는 여성들이 참으로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74에는 "탈코르셋" 운동의 지향점에 대해 운동뚱으로 알려진 어느 셀럽의 예를 통해 조명하는 꼭지글이 있습니다. 이 대목은 특히 "탈코"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고 하는 젊은 남성들이 한번 읽고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취지에서 접근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꼭 설득을 당하라는 게 아니라 말입니다. 그들이 여태 접했을 어떤 극단적인 표현이나 주장이 적습니다. 의견의 다툼이 있을 때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면 서로 의견의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2장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리포트가 나오는데 참 외국도 아니고 우리 나라에 이런 사건들이 다 있었나 싶을 만큼 충격적입니다. "처벌이 면죄부가 되는 아이러니" 원래는 면죄부라 함은 처벌을 안 해 주는 것이니 약간은 논리적 문제가 있습니다만, 물론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들쭉날쭉 구형, 선고", "높은 재발률", "여전히 후진적인 의식" 등을 지적하고자 함이겠습니다. 본래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봐도 어떤 범죄나 처벌이 그저 만능은 아닙니다. 사형제가 유지되는 나라가 범죄율이 낮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디지털 성범죄(혹은 그 외의 성범죄라 해도)에 대해 형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학교 등에서 이것이 얼마나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지를 경각심 함양과 함께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합니다. 남성 우월주의 같은 게 혹시 있다면 이 역시 바로잡아야 맞겠지요.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뭐가 문제일까?(p140)" 정말 그렇습니다. 이에는 아마 여성들의 근로 능력과 효율이 남성의 그것보다 떨어진다고 여기는 잘못된 편견이 크게 작용했을 듯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성과의 발휘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며 같은 남성 그룹 내부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레 여성이라고 가치를 미리부터 평가절하하고 들어가는 건 오히려 해당 조직 관리직의 고과업무 해태라고 봐야 하겠죠. 왜 여성의 노동은 미리부터 "그림자" 취급을 당하나? 같은 항변도 있습니다. "그림자 노동"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점은 없는지 학계에서도 검토가 필요하겠네요. 


"트랜스젠더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는데 외래어라서 없는 게 아니었다. 게이, 레즈비언 등은 버젓이 등재되었었다.(p174)" 글쎄 사용 빈도로만 보면 뒤 두 단어에 미치지 못할 바 없을 것 같은데 왜 누락되었을까요? 게이나 레즈비언이 받곤 하는 혐오보다 더 심하게 기피되는 대상(이자 단어)이라서 그럴까요?(이런 좋지 못한 말을 사전에까지 실을 수는 없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나 법원만큼 보수적인 곳은 없는데 놀랍게도 수술을 통한 성별 정정을 한국 법원은 일찍부터 인정했습니다. 사전이 사법부보다 더 보수적이라니 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필자 중 한 분(한고은 기자)은 "몇 년 전에는 '당신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궁금해했다"고 말합니다(p119). 독자인 저에게는 그 당시 필자 자신도 확신은 없었다는 말로 읽혔습니다. 이제 그는 "나도 페미니스트구나!"라고 생각을 정리했으며, 그때의 뜻은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방해되는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은 워낙 복잡다기하여 무엇이 궁극적인 지향이고 무엇이 그 범주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 아직 합의된 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페미니즘 운동의 성패는, 상식을 갖춘 남성들의 많은 협조가 있어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이미 많은 남성들은, 저렇게 올바른 명분, 또 구체적인 활동에 얼마든지 동의하고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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