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삼 일 전

 

빨간 신호등 횡단보도 앞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러니까 김신조가 괜히 내려왔겠냐고, 또 목숨 걸고 넘어오는 사람들 보면 모르냐? 빨갱이들 쳐들어오면 그냥 끝장나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설치는 놈들……

 

초록 불이 켜졌다 등산복에 모자를 쓴 초로의 아저씨 세 분이 길을 건너갔다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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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속 굴러다니는 물건 정리해주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주머니

동전 들고 비집으면

불룩하니 배 불려 넣어주고

길쭉한 볼펜 쑤셔 넣으면

뾰족한 끝 바들바들 버티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더니

결국 소리도 내지 못하고 실밥 튿어

견디고 견뎌온 시간을

쏟아놓고 말았다

줄줄 흐르는 내장을 보면서도

굳게 닫힌 입

지폐 들고 벌리니

조용히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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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대답

 

세모야 홀로 외롭게 있지말고

옆 친구와 함께해봐

나처럼 반듯한 네모가 될 수 있어

 

네모야 그 모서리를 갈아봐

그런 나처럼 어디든 갈 수 있는

동그라미가 될거야

 

넌 왜 그렇게 뿔이 많아?

별에게 동그라미가 물었습니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별이 대답합니다

 

그럼 세모에게 한조각씩 떼어줘

그럼 너도 나처럼 동그랗게 될 수 있을거야

동그라미는 어깨를 의쓱 해 보였습니다

 

별이 답합니다

미안해 난 나를 아프게 하며 갈아내거나

떼어 내고싶지 않아

그리고 삼각형도 혼자 있고싶을지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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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반짝  바람이 밀고오는 파도따라 햇살이 반짝인다

찰방찰방찰방 밀려오는 물결이 들려주는 소리

이 햇살과 소리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이유는 충분하다

호로로 로로 바람은 해변의 모래를 몰고다니고

서서히 밀려왔다 나가는 바닷물은 모래위에 발자욱을 남겼다

한 결 한 결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떠난 물이

햇살싣고 반짝이며 찰방거리며 들어오고 있다

 

3월의 서해바다는 그렇게 조용히 혼자 반짝이고 있었다.

이 넓은 해변을 독차지한 즐거움

봄바람의 차가움이 옷깃으로 스미고 콧물을 훌쩍이며 걸어도

저 햇살이면 충분히 행복하다

그 기억 오래 간직학 싶어 동여상으로 담아왔다

컴퓨터릴 켤때마다 동영상 한 번 보고 그날의 햇살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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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꽃

 

 

물만밥 한 사발

 

휙~~ 뿌린 듯

 

단단한 줄기마다

 

예리한 가시를

 

견디지 못하고 풀어헤친

 

탱자꽃

 

이 봄 만이라도

 

빗장풀어

 

지나는 맘 잡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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