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딘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날도 목적없이 어딘가로 가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날은 꼭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해지는 바다를 보기위해 그냥 찾아간 곳 추운 겨울바다를 따듯한 찻집에 앉아 바라본다. 커피의 향과 맛보다 창밖의 풍경이 더 기억되는 카페.  그곳의 찻값은 풍경의 제공값이었기에 가벼운 주머니로는 찾을 수 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히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테라스로 나가 찬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는 바다 서해바다이면서 아닌 척 갯벌이 보이지 않는 풍경.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그냥 바다만 바라보다가 노을을 품고 돌아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퇴근길

 

편의점 문을 열고 중년의 사내가 나온다

단추를 푼 헐렁한 양복의 어깨를 올려주던 패드는

실적 없는 하루가 담긴 가방끈에 짓눌려 구겨졌다

 

눈치 없는 가방이

지친 해를 업고

구부러진 하루를 끌고 가는

사내의 걸음을 흔들 때마다

기울어진 어깨 끝에 매달린

소주 두 병과 통조림 하나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린 하루를

한 번 더 흔들어 놓았다

    

가로등이 빛을 돋우기 시작했다

빛바랜 양복바지 풀썩이며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사내의

굽은 등이 휘청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포실포실포실 눈이 내린다
손바닥 뻗어
살살살 녹아내리는 마음위에
걱정을 소복이 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동두천 문학과지성 시인선 9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7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두천이라는 지명이 전해주는 우리의 근대사 한 페이지가 아프게 다가온다

동두천 연작시에서 시인은

  월급 만 삼천 원을 받으면서 우리들은

  선생이 되어 있었고

  스물 세 살 나는 늘

  마차산 골짜기의 허둥대는 바람 소리와

  쏘리 쏘리 그렇게 미안하다며 흘러가던 물소리와

  하숙집 깊은 밤중만 위독해지던 시간들을

  만났다 끝끝내 가르치지 못한 남학생들과

  아무것도 더 가르칠 것 없던 여학생들을

    (동두천 Ⅱ 중에서)

 

스물 세 살 시인이 만난 학생들은 생계를 위해 공부보다 세상을 먼저 배워버린 그 시간의 단면이 보인다. 우리의 아픈 시간. 그렇게 삶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버텨야 했던 시간을 대표하는 지역 중 하나 동두천. 시집을 읽으며 그 시간이 아리게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