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들은 자라면서 특별해지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남들이 안 하는 나만 하는 특별한 행동, 일이 자신의 권위와 위상을 세워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금지된 것이 많은 시간을 살아온 사회적 영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2,30대의 젊은 친구들은 보통이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는데 이 사회는 보통이 되기도 힘든 거예요. 직장을 옮기려고 잠시 쉬고 있는데 부모님은 계속 왜 아무것도 안 하냐고 하세요. 그런데 전 계속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 눈에는 그게 안 보이나 봐요. 그래서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느냐는 말에 자꾸 짜증이 나고 안 좋은 말투로 대꾸하게 되고 그래요. 돈이 정말 최고인지 묻고 싶어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보통이 되기도 힘들다는 말에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느끼는 좌절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들은 공부만 해라 좋은 대학 나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12년 이상의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대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게 아니었고,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절망부터 느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들의 절망은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가 인격인 순간부터……

 

   20대와 30대를 청년이라고 할 때, 이들의 부모세대는 노력하면 결과가 나오는 시대를 살아왔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안정된 월급이 보장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월급으로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하면 이자가 붙고, 나이를 먹으며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경제적으로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편법을 동원하든 더 큰 편법을 동원하든 아파트를 사서 팔 때마다 월급으로 모을 수 없는 큰돈이 들어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좋은 대학 가라고 모든 경제적 지원을 했다. 그들 부모세대는 먹고사는 게 더 큰 문제여서 그들을 대학에 보낼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경제부흥기에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모든 걸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맞이한 현실은 대학 졸업장으로 해결 되는 게 너무 적은 시대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부모들이 바라는 보통이 되기에도 힘든 세상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이 노력을 안 한다는 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금 젊은이들이 느끼는 보통이 되기도 힘든 시간이 과연 그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일까? 이건 모두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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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이승만 기념 시 공모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자유경제연구원이 2016년 3월 주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 입선한 두 작품이 문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입선작 '우담찬가'가 세로드립으로 작성된 시였는데 주최측이 입선으로 뽑았고, 당선자는 자신의 글이 실린 작품집과 상장을 공개하며 상금 10만원은 여자친구와 고기 사먹었음. 이라 적고 '안들켰음' 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이 것이 알려지게 되며 '우담찬가'가 세로드립을 한 시라는걸 알게되었고, 최우수상을 받은 영문 시도 같은 형식의 시라는게 밝혀졌다. 주최측은 서둘러 당선을 취소했지만 당선작품집은 이미 인쇄되어 배포 된 뒤였다.  우담찬가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영문시 To the Promised Land도 작가만이 아는 풍자로 남았을까?

기사를 검색하며 심사를 담당했던 복거일 작가가 영문시를 보고 감격해하며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는 글을 읽었다.  영시의 해석에 집중하느라 세로드립이라는 형식을 놓쳤던 것이다.


주최측은 당선작을 취소하고 작가에 대해서는 고소조치 하겠다고 나섰다. 

어찌보면 어이없는 헤프닝으로 보이기도 하고, 심사위원들의 수준을 살짝 걱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세대차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젊은 친구들을 놀이문화로 이런 풍자글을 익숙하게 다루고 자신의 생각까지 담아내고 있는데, 그것을 심사하는 기성 작가, 혹은 원로작가들은 그런 신세대적 풍자형식을 모르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문학작품 공모를 해 놓고 칭찬하지 않고 풍자를 했다고 당선을 취소하고 고발조치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주최측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칭찬과, 좋은것, 예쁜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지 않는다.  그곳에는 풍자도 있어야 하고, 비판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학을 통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나선 지성인들이라면, 그리고 그 분들이 문단의 인정받는 어른이라면 더더군다나, 이러한 모든 형식과 결과를 수용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문학이 누군가의 입맛에 맞으면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고,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못된 의도가 숨어있다고 매도하는 것은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일 것이다.


당선작으로 뽑을때는 감격에 겨워했으면서, 날카로운 이면의 풍자를 알아채지 못하게 작품을 썼다고 강력한 대응조치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란 생각이다.


우남찬가는 세로 첫 글자로 읽으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 이고

To the Promised Land는 영문 첫자를 연경하면 'NIGAGARA HAWAII' 즉 '니가가라하와이' 가 된다.

아래에 문제가 된 두 작품을 옮겨본다.



우남찬가


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

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국과 침탈의 원통함이여

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To the Promised Land

Now you rest your burden 
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
Greatness, you strived for;  
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 
Grounded in your thoughts. 
And yet, your name was tainted 
Right voice was censored 
Against all reason
However, your name lives on 
And your people are flourish 
With and under ideals you founded  
And so dearly defended 
Indebted, we are, 
In peace,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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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쏟아졌다.

출퇴근길에 만난 날씨는 아직 차가웠고, 그래서 두툼한 겉옷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 한낮에 봄이 쏟아졌다. 

 

sns로 전해진 진달래 사진 한 장이 누워있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벌써? 그럴리가 없었다. 어느 양지바른 곳 한쪽에 성급한 놈이 어설픈 웃음 짓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렇게 방안에 누워 있기에는 꽃소식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가벼운 산책이나 하자고 나선 길이었다.

진달래동산 입구에는 꽃소식보다 먼저 나온 상인들의 천막이 즐비했고, 선거차량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꿍꽝거리고 있어 괜한 걸음을 했나 순간 후회도 했다.

그러나 입구로 몇발 옮겨 딛으며 쏟아지는 봄을 만났다.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주위 사람들이 웃음가득한 얼굴로 쳐다본다. 쑥스러워 고개 숙였지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목소리와 함께 몸속의 추위가 모두 쏟아져 나갔나보다. 그 순간부터 내게도 봄이 왔다.

 

갓 피워낸 꽃잎들은 색이 선명했다.  저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약속이라도 하고 몽우리를 터트렸나보다. 그 모습에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쏟아지는 봄을 맞고 돌아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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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애인은 없다네 창비시선 380
이창기 지음 / 창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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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게 던져진 질문이 아니다

* 이창기 *

 

우린 서로 만난 적이 없으므로

침묵이 먼저다

왜 그래야 했는지 동기가 불분명하므로

침묵이 먼저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므로

침묵이 먼저다

내부 고발자의 진술을 배제했다 해도

침묵이 먼저다

결정적인 증거가 조작되었다 해도

침묵이 먼저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므로

침묵이 먼저다

정부의 발표를 듣고 난 뒤에도

침묵이 먼저다

 

침몰하는 배에서 보내온 학생들의 문자와

모든 약속

그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가

증거불충분으로

파기 환송된다 해도

우리 안에 자유에 대한 열망이 있어

괜찮다 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자고 울부짖어도

 

--------------

 

침묵이 먼저인 세상

침묵을 스스로 택한 사람들이

무겁게 입 닫고 무너져가는 시간

소리를 잃고 침묵하는 자신을 대면하기 어려워

엉뚱한 소리 지르고 발광하며 해소하는 시대

그래야 겨우 숨 붇이고 살 수 있는 시간

침묵이 먼저다

그렇게 침묵하며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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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 문학과지성 시인선 342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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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허공
         -오 규 원

 

잎이 가지를 떠난다 하늘이
그 자리를 허공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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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짦은 시에서
한편의 그림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하늘거리다 떨어지는 잎과
살랑거리며 불어주는 바람까지

잎이 떠난 자리를 허공에 맡기는 하늘의 마음은 어떨까?
배려의 마음…  그래서 쓸쓸하지 않다.
잎이 떠난 자리는 소멸하지 않았으니까
허공에 맡겨진 그 자리처럼
떠난 자리를 누군가 지켜준다면
떠나가는 이도 행복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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