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이승만 기념 시 공모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자유경제연구원이 2016년 3월 주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 입선한 두 작품이 문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입선작 '우담찬가'가 세로드립으로 작성된 시였는데 주최측이 입선으로 뽑았고, 당선자는 자신의 글이 실린 작품집과 상장을 공개하며 상금 10만원은 여자친구와 고기 사먹었음. 이라 적고 '안들켰음' 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이 것이 알려지게 되며 '우담찬가'가 세로드립을 한 시라는걸 알게되었고, 최우수상을 받은 영문 시도 같은 형식의 시라는게 밝혀졌다. 주최측은 서둘러 당선을 취소했지만 당선작품집은 이미 인쇄되어 배포 된 뒤였다. 우담찬가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영문시 To the Promised Land도 작가만이 아는 풍자로 남았을까?
기사를 검색하며 심사를 담당했던 복거일 작가가 영문시를 보고 감격해하며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는 글을 읽었다. 영시의 해석에 집중하느라 세로드립이라는 형식을 놓쳤던 것이다.
주최측은 당선작을 취소하고 작가에 대해서는 고소조치 하겠다고 나섰다.
어찌보면 어이없는 헤프닝으로 보이기도 하고, 심사위원들의 수준을 살짝 걱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세대차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젊은 친구들을 놀이문화로 이런 풍자글을 익숙하게 다루고 자신의 생각까지 담아내고 있는데, 그것을 심사하는 기성 작가, 혹은 원로작가들은 그런 신세대적 풍자형식을 모르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문학작품 공모를 해 놓고 칭찬하지 않고 풍자를 했다고 당선을 취소하고 고발조치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주최측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칭찬과, 좋은것, 예쁜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지 않는다. 그곳에는 풍자도 있어야 하고, 비판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학을 통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나선 지성인들이라면, 그리고 그 분들이 문단의 인정받는 어른이라면 더더군다나, 이러한 모든 형식과 결과를 수용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문학이 누군가의 입맛에 맞으면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고,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못된 의도가 숨어있다고 매도하는 것은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일 것이다.
당선작으로 뽑을때는 감격에 겨워했으면서, 날카로운 이면의 풍자를 알아채지 못하게 작품을 썼다고 강력한 대응조치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란 생각이다.
우남찬가는 세로 첫 글자로 읽으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 이고
To the Promised Land는 영문 첫자를 연경하면 'NIGAGARA HAWAII' 즉 '니가가라하와이' 가 된다.
아래에 문제가 된 두 작품을 옮겨본다.
우남찬가
한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
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친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일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인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고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족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반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역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한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망국과 침탈의 원통함이여
명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정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부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건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보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도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연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맹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학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살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To the Promised Land
Now you rest your burden
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
Greatness, you strived for;
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
Grounded in your thoughts.
And yet, your name was tainted
Right voice was censored
Against all reason
However, your name lives on
And your people are flourish
With and under ideals you founded
And so dearly defended
Indebted, we are,
In peace, you 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