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한뼘도 안되는 키로

 

언 땅

 

낙엽 뚫고 일어나

 

파랗게 날 세운 꽃잎

 

스무살 도시 처녀의 앙칼진 자존심처럼

 

세상을 찌르고 하늘을 가를 듯

 

봄을 부르는

 

연약한 열정 곁으로

 

둔탁하게 지나는 무심한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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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뭐해? 나 휴간데......

친구의 말에 신이났다. 바다가 그리워 지기 시작한 내 마음을 친구가 읽어 준 것 같아서......

당장 어딘가로 떠나야했다. 우리는 동해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오랫만에 둘이 떠나는 여행

새벽에 서울을 출발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바쁘게 달려간 망상해수욕장!

앞으로 걸어나가기 힘든 맞바람이 모래를 날려 바람결을 만들고 있는 넓은 겨울 바다!

발이 빠질까 조심히 딛은 모래사장은 고운 모래의 단단함으로 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바람소리가 쉭쉭 지나고 커다란 파도가 울렁이며 묵직하고 느리게 달려오고 있었다. 머릿속까지 시린바람이 통과하며 두통이 일었지만 마음은 시원하게 씻기는 기분이었다.

바다를 옆에 놓고 달리는 길.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 그렇게 춥지않다.  거기에 햇살은 봄을 흠뻑 품고있어 더 좋았다.

정동진에서 추억의 기찻길과 기차역을 찾아보았지만, 멋진 공원과 깔끔한 조형물들이 반겼다. 그래도 추억의 정동진은 동해를 올때면 웬지 꼭 들러야 할 곳처럼 여겨진다. 뜨끈한 순두부로 점심을 먹고 안목해변 커피거리로 향했다. 해변따라 있는 커피전문점. 이곳에도 유명커피체인점들이 많다. 도심에서 맛보던 커피말고 다른 커피맛을 보고싶어 체인점이 아닌 곳으로 들어갔다.

바다를 향해 난 커다란 창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없이 말도 없이 바다만 바라는 시간.

(카페 창을 통해 바라본 안목해변)

 

시간따라 변하는 하늘과 바람과 파도가 전해준 겨울 낭만을 마음과 눈에 가득 담고 돌아온 하루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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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전화


전화벨이 울린다
모니터 속 숫자에서 눈길을 거두고
자판기 위에서 바빴던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든다


네 한국입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연세대학교 부설 연구소……


툭!!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불쑥불쑥 나타나
숫자 맞추는 일에 빨간불 켜주는
전화기 너머 그녀만큼
내 마음도 빨갛게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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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떴다 깨끗한 하늘에 환하게 빛나는 달을 보며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이렇게 조명이 밝은 곳에 저렇게 또렷이 달이 보이는게 이상해서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보름달이 맞았다. 바쁘게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사진기능을 찾으며 예전에 찍었던 달사진이 전화기속에서는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었던 생각이 났다. 더군다나 내가 서 있는 곳엔 건물을 밝히는 밝은 조명이 이렇게 환한데...... 그래도 사진을 안찍을수 없었다. 그 안타까움이 전해졌을까? 전화기속 사진에 달이 조명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가 보름달만큼 행복한 마음이 가득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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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가고 싶은 곳 코콕 눌러 저장하고 안내시작

 

150m 우회전 하십시오

 

산길인지 바닷길인지 몰라도 알려주는 대로
좁고 덜컹이는 외길이 나와도
두려움이 밀려와도
기계에 대한 무한 믿음으로

 

2Km 직진입니다

 

마음을 끄는 연초록이 손짓해도
빠져들고픈 하늘이 잡아당겨도

앞만보고 시키는대로

 

잠시 후 좌회전 입니다.

 

왼쪽으로 차를 몰아 산속으로 산속으로
덜컹덜컹 기우뚱 흔들려도
잡풀들이 낄낄대며 웃어대도
네비게이션의 목소리따라 쭈욱~~

 

목적지 인근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일을 마친 안내자는 퇴근해 버리고
좁은 산속 외길
나무와 풀들만이 해맑은 이곳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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