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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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 에세이예요.

윤여준 작가님이 쓰고 그림도 그려낸 그림책이에요. '다 그림책'은 도서출판 키다리의 새로운 브랜드인데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즐기는 다양한 그림책을 만들어간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요즘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터라 무척 반가웠어요. 글보다는 그림, 때로는 그림 한 장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 책에서는 아빠의 일상을 바라보는 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퇴직한 아빠의 하루는 간만에 여유를 되찾은 것 같아서, 편안하고 괜찮아 보였어요. 일 년의 시간은 특별할 것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어요. 그러다가 덜컥, 뭔가 걸려 넘어지듯 전혀 괜찮지 않은 아빠를 발견하게 됐어요. 비오는 날, 딸이 아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그냥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이고 무슨 감정인지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어요. 그동안 아빠는 늘 자식들에게 "아빠는 괜찮아."라고 말해왔고 실제로도 든든하고 믿음직한 아빠였을 거예요. 하지만 일을 그만 두게 된 아빠는 겉으론 괜찮은 척해도 전혀 괜찮지 않았던 거예요.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없어요.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우산이 없으면 흠뻑 젖듯이, 아빠의 퇴직은 예기치 못한 소나기였던 것 같아요. 그걸 모르는 딸은, "아빠, 왜 자꾸 비를 맞고 다녀요."라고 말했고, 아빠는 "괜찮아, 많이 오지도 않는데 뭘!"하고 답했던 거예요.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우산이 없는 사람은 그 비를 맞을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딸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아빠에게 다가가, "여기, 우산.", "괜찮다니까!", "같이 써요. 이젠 제 우산도 제법 커요."라고 말할 때는 뭉클해졌어요. 어느새 훌쩍 자란 딸이 커다란 우산으로 비를 막아주고 있으니, 이젠 아빠도 진짜 괜찮아질 거예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제목 그대로,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아빠의 안부뿐 아니라 가족 간에 서로 안부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종종 소홀해질 때가 있어요. 가족끼리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거나 아끼지 말고 열심히 표현해줘야 해요. 밖에서 아무리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우리 집과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다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고요. 가족을 생각하게 되는, 좋은 그림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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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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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는 네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아홉 가지 인생 이야기예요.

이 책에는 아홉 가지 주제에 관한 작가들만의 내밀한 진심이 담겨 있어요. 처음은 '나이'라는 단어의 주제로 시작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 척', '첫 경험', '고백', '좋아하는 것', '인생 명언'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담과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홍성미 작가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데 필요한 건 돈이나 상황이 아닌 의지였다면서 당당하게 본인의 인생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류수진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소중하다면서 앞으로의 삶도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멋지게 살겠다고, 이경아 작가는 지나온 시간이 소중하며 나이들수록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김혜원 작가는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라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네 명의 작가들은 아홉 가지 단어를 통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위로받았고, 글을 쓰면서 각자가 살아온 삶의 기억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네요. 각 주제마다 마지막 부분에는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 척, 첫 경험, 고백, 좋아는 것]에 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며 그 아래 빈 여백이 있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어요. 인생의 한 페이지, 우리는 매일 매순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처럼 글을 쓰고 한 권의 책을 내지 않더라도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위해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혹은 평범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들이 우리 주변의 친구, 지인, 이웃 같다고 느꼈어요. 소소한 일상이지만 열심과 노력으로 채워가는 모습이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어요. 어쩌면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게 된 것도 저자들이 용기를 내어 도전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망설이고 주저하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잠시 멈추어 뒤돌아보는 것은 후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 살아왔구나'라며 힘을 모으기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면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응원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 '나'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한 번쯤 칭찬해주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당당하고 자신있게 나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워킹맘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였네요. 그동안 잘 살아왔고, 여전히 앞으로도 잘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강력한 응원의 메시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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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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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잘 있습니다》는 이병률 시인의 시집이에요.

이 책은 이병률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번째 시집이에요.

2017년 9월 출간된 시집 첫 장에는 '시인의 말'이 적혀 있어요.

"어쩌면 어떤 운명에 의해

아니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詩).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 바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은 이 나무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다행이다, 참말로 다행이다.' 했어요.

시인의 말처럼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그 시가 지금 여기 있으니 말이에요.

"있지 / 가만히 서랍에서 꺼내는 말 / 벗어 던진 옷 같은 말" (24p) 이라는 <있지>라는 시를 통해 이야기하듯이 우리에겐 마음 서랍 어딘가에 꾸깃꾸깃 넣어둔 말들을 끄집어내야 할 순간들이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45p) 라는 <사람이 온다>라는 시를 읽으면서 '아, 나에게 시가 왔구나!'라고 느꼈네요. "눈보라가 칩니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103p)라는 <이별의 원심력>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바람과 함께 묵혀 있던 먼지들을 날려보냈어요. 그리고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 우리는 그것을 살자." (104-105p)라는 <이 넉넉한 쓸쓸함>이란 시를 읽으면서 "살자!!!" 외치며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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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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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은 두 권으로 구성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이에요.

1권에서는 주인공 미카엘이 죽음 이후 초보 천사가 되어 지도 천사인 에드몽 웰스에게 천사의 <일>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자신이 맡게 된 자크, 이고르, 비너스라는 세 인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호천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해서 죽음 이후 천사가 된 미카엘 팽송을 통해 다시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는 과정 전체가 엄청난 탐험으로 느껴져요. 아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믿음이나 가치관, 철학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때로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방황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삶에 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3부작은 <죽음 - 삶 - 신> 이라는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어요. 놀라운 상상력으로 인간과 천사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안에는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담겨 있어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의 확장을 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 중간에 나오는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책이었는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현실에서 출간되었고, 몇 번의 개정증보판을 거쳐 《상상력 사전》이라는 벽돌책이 탄생했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자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소설에서는 "202. 백과사전 - 실재, <실재란 우리가 더 이상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아도 계속해서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라고 미국 작가 필립 K. 딕은 말한 바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인간의 지식과 믿음을 초월하는 객관적인 실재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이해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실재다. - 에드몽 웰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4권" (264p) 라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현재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면서 저 너머를 향해 탐험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그리하여 모험은 계속 될 거예요. 결국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모험이 아닐까요.

「쉿. 별들을 보렴. 네가 살아있다는 것이 고맙지 않니?」 (274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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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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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2024년 새롭게 단장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솔직히 책 표지와 모양, 디자인이 이전보다 훨씬 세련되게 바뀐 점이 마음에 들어요.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건 맞지만 때로는 잘 갖춰진 형식이 내용을 더욱 빛내는 경우가 있어요. 한손에 쏘옥 들어오는 그립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관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주네요. 무엇보다도 2024년 현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타나토노트 3부작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없이 단번에 쭉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천사들의 제국》은 타나토노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에요. 순서가 바뀌어도 읽는 데에 전혀 지장은 없지만 이야기 흐름상 《타나토노트》를 읽은 다음에 《천사들의 제국》을 읽고 마지막 대단원의 《신》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타나토노트'는 영계탐사단이라는 의미이고, 죽음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타나토스와 항해자를 뜻하는 노트를 합성하여 만든 단어인데,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영계탐사, 즉 사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예요.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첫 장면부터 미카엘 팽송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저승에 이르는데 그곳에서 아내 로즈와 아망딘을 발견하게 돼요. 수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간 곳은 심판대 앞이며 세 심판관이 있어요.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세 대천사가 심판을 하는데 주인공을 포함한 영계탐사단이 저승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한 점을 지적하면서 유죄 판결을 내렸어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지옥으로 가는 건가요?」 아망딘이 그렇게 묻자, 이렇게 답했어요. 「지옥? 미안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소. 천국 아니면 지상이 있을 뿐이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지상에 돌아가 환생하도록 되어 있소. 어찌보면, <지상이 바로 지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환생이란 고등학교 학생들이 치르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과 같은 거요. 낙방하면 재수를 하게 되어 있소. 당신들은 낙방이오. 따라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오.」 (30-31p)

사후세계가 존재하는데 지옥은 없고 천국뿐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이 지옥이라는 설정은 매우 충격적이에요. 대천사들이 영계탐사단을 질타했듯이 반대로 따져 묻고 싶어요. 악마들이 제멋대로 활개치게 놔두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요. 암튼 미카엘 팽송은 심판 결과에 따라 환생할 뻔 했는데 에밀 졸라의 깜짝 등장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 천사가 되어, 에드몽 웰스로부터 천사의 일을 배우게 돼요. 천사의 임무란 세 명의 인간을 돌보는 것인데 이를 완수하면 문을 통과해 다음 단계로 떠나게 돼요. 에드몽 웰즈가 첫 수업에서 알려주는 숫자의 비밀이 중요한 힌트라고 할 수 있어요. 1은 광물, 2는 식물, 3은 동물, 4는 인간, 5는 현자, 6은 천사 그리고 7은... 하나씩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초보 천사인 미카엘의 시점에서 인간들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이 신기해요. 그래서 《천사들의 제국》은 한마디로 인간탐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프랑스인 자크 넴로드, 러시아인 이고르 체홉, 미국인 비너스 셰리던이라는 세 인간의 수호천사가 된 미카엘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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