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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2024년 새롭게 단장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솔직히 책 표지와 모양, 디자인이 이전보다 훨씬 세련되게 바뀐 점이 마음에 들어요.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건 맞지만 때로는 잘 갖춰진 형식이 내용을 더욱 빛내는 경우가 있어요. 한손에 쏘옥 들어오는 그립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관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주네요. 무엇보다도 2024년 현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타나토노트 3부작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없이 단번에 쭉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천사들의 제국》은 타나토노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에요. 순서가 바뀌어도 읽는 데에 전혀 지장은 없지만 이야기 흐름상 《타나토노트》를 읽은 다음에 《천사들의 제국》을 읽고 마지막 대단원의 《신》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타나토노트'는 영계탐사단이라는 의미이고, 죽음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타나토스와 항해자를 뜻하는 노트를 합성하여 만든 단어인데,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영계탐사, 즉 사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예요.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첫 장면부터 미카엘 팽송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저승에 이르는데 그곳에서 아내 로즈와 아망딘을 발견하게 돼요. 수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간 곳은 심판대 앞이며 세 심판관이 있어요.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세 대천사가 심판을 하는데 주인공을 포함한 영계탐사단이 저승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한 점을 지적하면서 유죄 판결을 내렸어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지옥으로 가는 건가요?」 아망딘이 그렇게 묻자, 이렇게 답했어요. 「지옥? 미안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소. 천국 아니면 지상이 있을 뿐이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지상에 돌아가 환생하도록 되어 있소. 어찌보면, <지상이 바로 지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환생이란 고등학교 학생들이 치르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과 같은 거요. 낙방하면 재수를 하게 되어 있소. 당신들은 낙방이오. 따라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오.」 (30-31p)
사후세계가 존재하는데 지옥은 없고 천국뿐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이 지옥이라는 설정은 매우 충격적이에요. 대천사들이 영계탐사단을 질타했듯이 반대로 따져 묻고 싶어요. 악마들이 제멋대로 활개치게 놔두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요. 암튼 미카엘 팽송은 심판 결과에 따라 환생할 뻔 했는데 에밀 졸라의 깜짝 등장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 천사가 되어, 에드몽 웰스로부터 천사의 일을 배우게 돼요. 천사의 임무란 세 명의 인간을 돌보는 것인데 이를 완수하면 문을 통과해 다음 단계로 떠나게 돼요. 에드몽 웰즈가 첫 수업에서 알려주는 숫자의 비밀이 중요한 힌트라고 할 수 있어요. 1은 광물, 2는 식물, 3은 동물, 4는 인간, 5는 현자, 6은 천사 그리고 7은... 하나씩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초보 천사인 미카엘의 시점에서 인간들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이 신기해요. 그래서 《천사들의 제국》은 한마디로 인간탐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프랑스인 자크 넴로드, 러시아인 이고르 체홉, 미국인 비너스 셰리던이라는 세 인간의 수호천사가 된 미카엘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