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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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인데요.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로 타고르가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맞춰 기고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 덕분이었습니다. 아마 타고르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그 제목만은 알지 않을까 싶네요. 그 시를 읽다 보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던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지 그리고 영감을 주었을지 짐작이 가더군요. 시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에 읽은 <기탄잘리>, ‘기트(git)’노래’, ‘안잘리(anjali)’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시집입니다. 타고르는 모국어인 동인도 벵골어로 썼던 시를 스스로 영역하여 출간하였는데요. 일대일로 완벽하게 대응되는 번역은 있을 수 없기에, 그가 직접 번역을 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한 생각이 들더군요. 103편의 원문시와 시인 류시화의 번역을 거친 시 그리고 그의 삶과 업적에 대한 글로 엮어져 있어요. 그 중에 예이츠의 서문이 있었는데, 그가 이 시집을 읽고, 과연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가 궁금하여 벵골 출신의 의사를 찾아가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더군요. “그의 시를 한 줄 읽으면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잊게 됩니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이렇게 시집 뒤에 바로 그의 삶과 시대에 대해서 알 수 있으니 어쩌면 예이츠가 구하던 것ㅇ, 바로 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어요.

 노래의 바침으로 이루어진 103편의 시는, 신을 위한 것 일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 가족,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위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기도문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기도문이 될 것이고, 연서를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사랑의 속삭임이 될 거 같아요. 그 중에서도 책을 다 읽고도 떠오르던 시는 바로 25번째의 시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첫 줄을 읽는 순간, 문득 세상에 이런 이가 있다면 끝없는 찬미를 올리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다음 줄을 읽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기대는 제가 문제가 아닐까 하더군요. 어쩌면 이 시에 당신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말이죠. 짧다면 짧은 시도 있고, 길다면 긴 시도 있었는데, 한 줄 읽을 때마다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의 운율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친 밤에는 잠과 씨름하지 않고 편안히 잠들게 하소서. 내 신뢰를 온전히 당신에게 맡긴 채.

내 지친 정신이 억지로 당신을 위해 초라한 예배를 준비하지 않게 하소서.

하루의 피곤해진 눈 위로 밤의 장막을 드리우는 이는 당신입니다. 더 싱그러운 기쁨으로 깨어나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로워질 수 있게 하는 이도 당신입니다.(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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