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크레이그 데이비슨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소설 러스트 앤 본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본 적이 있었네요. 제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가 나오는 영화였어요. 너무나 불안정하고 한없이 건조한 눈빛을 보여주던 두 사람의 모습, 하지만 결국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오직 사람만이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물론 시선을 분산시키는 부분들이 많아서 좀 애매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런데 그의 자전 에세이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를 읽고 나서, 문득 제가 너무 다른 곳으로 눈길을 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IMF때 친구들이 김영하 작가에게 너 요새 어렵지 않냐?’라고 물었을 때, ‘소설가는 언제나 IMF라고 답했다고 하는데요. 전업작가라는 길이 꽤 만만치 않은 듯 합니다. 소설가를 꿈꾸던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역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4년만에 빈털터리가 되게 되는데요. 좌절에 빠진 서른 두 살의 그는 우연히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스쿨버스 운전사가 되게 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412번 노선을 따라 3077번 스쿨버스를 운전하는 그와 스쿨버스에 탑승하는 5명 학생들은 어쩌면 그의 작은 소설처럼 이 세상의 탐험가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소설 러스트 앤 본의 등장하는 연인들 역시 그러하고 말이죠.

누군가는 마치 자신이 완전한 것처럼 생각하며, 그의 스쿨버스의 손님들이 불완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3077번 스쿨버스에서 아이들과 함께 여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그에게는 한없이 특별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마지막 날까지 함께한 크레이그 데이비드슨과 함께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표현처럼 우리 역시 다 불완전한 사람이라는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쉽게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막연하게 스쿨버스 운전기사와 장애인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생각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정말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죠.

우리는 쉽게 장애인에게 연민을 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희화화 하거나 못된 장난을 치는 사람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생각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제던가, UN 세계평화의 날 행사에 김연아 선수가 스티비 원더의 영상을 본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시각장애인에게 동의를 얻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것은 도리어 결례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요. 어쩌면 이 책을 읽기 전의 제가 다시 생각해봐야 했을 문제가 아닌가 하네요. 그랬으면 이 책을 더욱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많이 웃기도 하고, 또 함께 고민하기도 해서인지, 책을 읽기 전의 제 기대가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던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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