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걷다 - 폭풍의 언덕을 지나 북해까지
이영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 10대 트레일을 완주하는 것을 꿈꾸었던 이영철, 그의 꿈이 이루어지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 것이 반가운 일인 거 같은 이유는 아마도 제가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겠지요? 세인트비스에서 로빈후즈베이까지 영국의 허리를 관통하는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oast to Coast Walk)’를 그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래도 산티아고 순례길은 비교적 많이 알려진 트레일이다 보니 그러하겠지요. 종교로 빚은 길과 문화로 빚은 길, 예전에는 그래도 죽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조금이나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CTC의 일부라도 걸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CTC는 잉글랜드의 3대 국립공원인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요크셔 데일스, 그리고 노스 요크무어스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요크셔 데일스를 선택하게 될 거 같네요. 예전에 요크셔는 브론테 자매 덕분인지 황량한 바람처럼 느껴지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재미있에 읽고 있는 수의사 헤리엇 이야기를 통해서 요크셔의 매력이 조금 다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 곳에 가면 잉글랜드 북부의 황무지를 일컫는 무어(moor)’라는 단어가 시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책을 통해 많은 이미지가 중첩되어가는 지역이라 꼭 방문해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어쩌면 T.S엘리어트가 황무지라는 시에서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주리라라고 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는 무어 들판에 헤더꽃이 만발하는 8~9월에 걷는 것을 추천했으니 말이죠. 사실 책에 수록된 사진 중에서 헤더꽃이 만발한 사진들에 유난히 눈길이 가기도 했고요. 특히나 고독과 감탄의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이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이기도 했어요.

또한 무지개라는 시를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저를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고향인 레이크 디스트릭스 역시 정말 놓칠 수 없는 곳이고요. 거기다 세인트비스 해안에서 조약돌을 하나 간직하며 여정을 시작하여 로빈후즈베이 앞바다에 던진다는, 그래서 그 조약돌이 여행자를 지켜준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욕심은 버릴 수 없을 거 같아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길을 만들어내는 그 곳에 제 발걸음을 더해보고 싶은 작은 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영국을 걷다>는 정말 좋은 가이드이자 영양분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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