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빠진 후에, 로미오가 원수인 가문에서 태어난 것을 알고 슬퍼하던 줄리엣은 "아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라며 한탄했었습니다. <나 여기 있어요>는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을 나눈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을 가진 소설입니다. 물론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그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지만요. 이 책이 프랑스에서 촉망받는 신예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클레르 아비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은 자신의 몸에 세 들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엘자, 그녀는 얼음산을 등반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14주째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녀가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주위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엘자는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감각인 청각에 의지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죠. 재스민 향에 끌려 그녀의 병실로 우연히 찾아든 티보가 그녀에게 말을 걸게 됩니다. 그 날은 마침 그녀의 생일이었고, 티보는 가벼운 뽀뽀로 축하 인사를 대신하기도 하죠. 그런데 어쩌죠? 복잡한 가정사와 사랑에 실패하면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채 살아왔다고 믿고 있는 티보는 자신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기도 전에, 덜컥 마음부터 흔들려 버리고 마는데요. 그 후로 그는 힘들 때면 그녀의 병실을 찾곤 하죠. 어쩌면 그에게 엘자는 위로이자 행복이 되어버린 거 같더군요. 엘자 역시 늘 들려오던 울음소리가 아닌, 자신에게 향하는 무지개를 떠올리게 하는 티보의 목소리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요. 어디로 봐도 두 사람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한없이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데,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 봄날처럼 따듯하고 살랑거리는 느낌이 가득해서 손끝으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더군요. ‘벚꽃엔딩처럼 봄이 오면 생각나는 소설이 될 거 같아요.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갑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미 약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바로 엘사의 연명치료를 그만두는 것인데요. 그들이 나누던 사랑이 끝날 수 밖에 없는 그 순간,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물론 힌트는 제목에 있습니다. <나 여기 있어요 I'm Still Here>, 특히 중요한 것은 ‘Still’이죠. 제가 이 책을 읽을 때, 셀린 디온의 CD를 틀어놓고 있었는데요, ‘My Heart Will Go On’을 배경음악으로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Love was when I loved you one true time I hol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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