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살라에서 보낸 한 철 도시산책 2
임 바유다스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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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심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배낭을 둘러매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여행을 다닌 임 바유다스의 <다람살라에서 보낸 한철> 인도의 산중도시 다람살라의 도시명은 왕의 방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가디족이 평화롭게 목축업을 하던 도시에서 영국의 휴양지로 그리고 다시 지진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히피들의 지상낙원으로 사랑받았던 곳이라고 해요. 지금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물이 우유처럼 좋다라는 이유로 선택한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된 도시이기도 하죠. 그 역시 오년의 세월을 지냈던 다람살라에서 보냈어요. 신들의 대지인 인도에 온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오크나무가 보이는 숙소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골목길들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얼굴이 눈에 선할 정도로 친숙한 곳이죠.

 오랜 시간 길을 떠돌며 살아온 그를 인도의 친구들은 선생이라는 의미의 ji’를 붙여서 임지라고 부르는데요. 왠지 그를 수행자처럼 여기는 것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도의 결혼식 풍습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남자에게 출가수행자가 될 기회를 여러 번 주고, 결혼을 선택했다면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가 끝나기 전까지는 출가할 수 없거든요. 수행자와 어우러져 가는 인도 사람들, 그래서 인도를 신들의 대지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붓다가 심오한 지혜를 친구들에게 나누기 위해 먼 길을 걸어간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말이죠. 종교와 삶이 함께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들과 나누는 대화는 때로는 선문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삶의 깊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델리로 떠나는 친구에게 굳이 마중을 가지 않겠다며,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기억나요. 나중에 세상과 작별할 때도 이렇게 담백하게 하자며 두 사람이 나누는 교감이 참 좋았거든요.

물론 유머러스함도 잃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었고요. 야채가게에 온 손님이 자신은 무만 필요한데, 왜무청까지 함께 무게를 재서 파느냐고 따지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상인이 바나나껍질을 먹지 않는다고 껍질을 벗기고 저울에 올리지 않냐고 반문하거든요. 그 순간을 지켜보다 친구가 된 두 사람, 오래간만에 다람살라로 한 철을 보내러 간 그가 껍질을 벗겨서 팔라고 농을 걸며 다가가자 친구가 유쾌하게 받아주는 이야기가 저는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다 어느새 사람들 사이로 다가가기 시작한 그의 마음이 절로 이해가 됩니다. 덕분에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찬사를 받았다던 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람살라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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