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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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나 타마로의 <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장르의 에세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소설이라고 할까요? 서간문이라고 할까요? 장르를 딱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생의 마지막을 앞둔 할머니가 고향을 떠난 손녀에게 보내는 15편의 편지를 담고 있어요. 할머니가 밝혔듯이 유언장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할머니가 그리울 때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삶에 지칠 때면 꺼내 읽으며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편지입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잠시나마 멀어졌지만 늘 그렇듯이 손녀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따듯한 마음과 그리고 할머니와 손녀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딸의 이야기, 가족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요. 저는 친할머니를 뵌 적이 없어서, 외할머니에게 더욱 애틋한 마음이 있었는데요. 만약 저에게 이런 편지를 쓰실 수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을지요. 생각해보면 항상 저에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잘해라,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아껴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세 달을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인디언 속담을 통해 풀어나가셨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제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편이고, 또 친해지면 짓궂은 성격을 드러내는 편이라, 더욱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마치 할머니가 당신의 바람을 더해 전해주신 것처럼 느껴졌고, 더욱 겸손하게, 더욱 사람을 아끼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달리기가 아니라 활쏘기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할머니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손녀의 입장도 너무나 공감이 되기도 했고요. 제가 요즘 양궁을 조금씩 배우고 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 삶을 살다 보니, 과녁의 중앙에 맞히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것보다 도리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향은 생각지도 않고 일단 뭐라도 하려고 하는 조급함만 내세우다 보면 결국 제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겠지요. 인생은 선택이고, 그 선택에 의해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니까요. 성격이 급한 편이라,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는 것에 연연하곤 하기 때문에, 더욱 기억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저 역시 제가 늘 울할머니라고 부르던 분에게 손녀로 받은 편지 같은 느낌마저 주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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