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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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꽤 오랫동안 반려견과 함께 생활해왔고, 언젠가는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책 제목부터 참 끌렸어요.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원제는 女日記 이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소설가로 에세이스트로 사랑받아온 도도 시즈코의 비로서 홀가분해진 삶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서요. “예순한 살이에요. 남편 없는데요. 아이도 없어요.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지금 함께하는 하나를 만나기 전, 15년간 함께 해온 요크셔테리어 리키는 그녀와 정말 닮은 성격이었다고 해요. 제가 처음 키운 시츄의 이름도 리키였는데요. 처음 왔을 때부터 병원에 거의 출석부를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게 많이 아파서, 건강하라고 가수 리키 마틴의 이름을 따서 지어줬던 기억이 나네요. 그녀의 리키 역시 입도 짧고 소심한 성격이었다니 왠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리키가 떠나고 자신과 똑 같은 성격을 가진 하나와 함께 하게 되었지만, 무슨 사연인지 하나는 산책을 싫어해서 전전긍긍하는 이야기도요. 그녀가 개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가 이십 대 후반의 가을날 애견 구로스케와 한없이 산책을 하던 시절이라니 왠지 인생은 희극과 비극의 끝없는 교차점으로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하나에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가끔 산책에 적극적으로 변한 하나를 보며 드디어 산책의 맛을 알았구나 설레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 하나하나가 참 행복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제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막상 놓쳐보면 알겠더라고요. 산책을 나가기 귀찮아서 아이들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던 순간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말이죠.

물론 하나와 함께하는 시간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노년에 더 없이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리고 노년의 변화를 예민하지만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작가의 삶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있어요. 사실 저에게는 아직도 나이 드는 것은 죽음보다 더 강렬한 공포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공포를 내려놓지 못하네요. 그래서 요즘 더욱 이런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챙겨보려고 해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 또 여성으로 타인의 시선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꾸려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왠지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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