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저승사자

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식물 저승사자>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날 찾는 건가?’라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했어요. 남들은 키우기 쉽다고 하는 식물들이 왜 집에만 오면 다 죽어나가는지 정말 알 길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그 때만 해도 나름대로 우주목 화분 2개와 스투키 화분을 잘 키우고 있었지만, 책이 도착하는 그 짧은 시간에 화분 하나를 엎어버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요. 딴에는 잘 해주겠다고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려고 했던 것인데, 가지가 여러 개 부러지는 눈물겨운 사건까지 벌어지고, 친구들의 조언으로 겨우겨우 수습을 했는데요.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서인지,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기도 했네요.

이 책의 저자인 정수진은 ‘공간 식물성’이라는 식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식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참 좋았답니다. 그 중에 색이 완전히 변해서 그냥 눈으로 봐도 죽은 것을 알 수 있는 선인장을 들고 찾아온 손님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사실 본인도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 마음이 저 역시 너무나 이해가 갔었는데요. “손님들의 텅 빈 표정, 축 처진 어깨도 기억 속에 하나하나 새겨져 간다”라던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쩌면 자꾸 가지가 쭈글쭈글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 화분을 들고 갔던 제 표정도 그러했겠지요. 물론 물을 주라는 조언을 받고, 저의 무지함을 탓하며 돌아왔지만 말이죠. 분명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책에서도 이런 표현이 나오던데, ‘반려식물’이지만, 제가 그 동안 키워왔던 강아지과 보다는 고양이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식물의 삽화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산세베리아에 스투키가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특히나 삽화에도 스투키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기르는 법에 대한 조언을 더욱 열심히 읽기도 했어요. 저자의 아버지도 가게로 찾아온 손님도 산세베리아와 참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니, 왠지 저 역시 그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생깁니다. 그리고 이번에 키우는 식물들이 자리를 잘 잡으면 데려오고 싶은 식물도 생겼는데요. 바로 ‘무늬산호수’입니다. 무늬산호수를 데려간 손님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거든요. 저 역시 지금 있는 식물들에게 애정 가득한 눈빛과 따듯한 말을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식물저승사자’라는 나름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