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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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배달부라 불리던 소년이, ‘속물변호사로 알려진 사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코시바 레이지의 입지는 협소해질 수 밖에 없네요. 기민한 판단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갖춘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조직폭력단을 잘 변호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사건은 소년범이기에 제대로 심판 받지 않았던 그에게 속죄의 의미와 그 길을 알려준 교관 이나미 다케오가 벌인 살인사건입니다. 교관님을 구하고 싶다며 보호받을 권리를 말하는 미코시바에게 이나미는 처벌받고 싶다며 속죄할 권리를 내세우는데요. 어쩌면 그에게는 가장 절실하게 매달리고 싶은 사건이지만,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의뢰인을 변호한다는 것은 가장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아닌가 싶네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심판받지 않은 죄라는 테마로 집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형법 37, 긴급피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침몰하는 한국 여객선을 버리고 떠나버린 선원들, 솔직히 특정 사건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인 그 곳에서 다른 사람의 구명 조끼를 강제로 빼앗아 살아남은 일본인 남성에게 적용된 법이었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할 수 있었던 남자는 속죄의 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또 다른 악행을 이어가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저는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거기에 더해 법률로 규정하는 죄와 가슴으로 이해하는 죄에 대한 딜레마를 느끼곤 합니다. 사건뿐 아니라 주인공이 갖고 있는 양가적인 이미지도 그러하죠.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의 뒤를 이은 은수의 레퀴엠, 恩讐の鎭魂曲에서는 은혜와 원한이라는 대척점과 그 사이에 수없이 나열되었을 사람들에게 과연 법이라는 것이 레퀴엠 즉 안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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