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에서 나라면?

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마을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쇠락한 마을인 베어타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며 문득 ‘나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프로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열성적인 팬인데요. 프로야구에서도 여러 선수들이 사건사고를 저지르기도 하죠. 어떠한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으로 그 모든 문제들을 덮고 여전히 팬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받고, 선수로서 승승장구하기도 하는데요. 베어타운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를 응원하는 마을 사람들이 스타플레이어의 일탈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그런 맥락이었을 테니 말이죠. <오베라는 남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프레드릭 배크만, 그리고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 이어 <베어타운>까지 그의 작품을 읽을 때면 늘 미스터리도 아닌 것이 정교한 트릭이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물론 베어타운의 경우에는 도입부가 정말 미스터리 장르처럼 느껴졌으니 뭐 나름 맥락대로 간 것일까요?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에 마을의 운명을 건 베어타운에서는 하키실력이 또 하나의 계급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팀의 에이스인 케빈은 말 그대로 마을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국대회에서 승승장구하던 팀에 균열이 찾아온 것은 결승전을 앞둔 시점이었죠.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일까요? 축하파티에서 케빈과 단장의 딸인 마야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아이스하키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와 케빈의 든든한 팀메이트이자 친구가 그 사건에 끌려들어가게 됩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결국 사건을 수면위로 올려놓은 마야, 그리고 결승전 직전에 경찰서로 끌려가게 된 케빈, 그렇게 마을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게 되고, 책임의 소재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분열하게 되죠. 아니죠. 마야의 가족과 마을 전체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사람들은 쉽게 대의를 위한 희생을 말합니다. 마치 그 희생이 당연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마저 있고, 그 당연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신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그렇게 마치 저와는 전혀 다른 결의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러다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보며 일희일비하는 저를 보며 문득 다시 책을 펼쳐 읽게 되었습니다. 나라면…? 나라면…? 그런 질문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며, 케빈이 되었다가, 케빈의 아버지가 되었다가, 마야가 되었다가 마야의 엄마가 되었다가, 아맛이 되었다가, 벤이 되었다가, 요즘 유행어로 ‘팩폭’을 서슴지 않는 라모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그렇게 베어타운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입장에서 책을 읽게 되었네요. 그래서 더욱 마을 사람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오고, 소설의 결말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