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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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았는데도 왠지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몇 권의 책들이 있어요. 그 책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또 인용된 문구들을 많이 봐서인데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철인황제라 불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입니다.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그리스어 원전을 완역한 <명상록>이 나와서 드디어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인 박문재의 해제를 더했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서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각도하니 문득 그런 말이 떠오르더군요. 야구의 타격이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에게 맞게 최적화한 타격자세를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각도를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에픽테토스의 인간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시각 때문에 불행해진다라는 말과도 연결점이 있다고 여겨지네요. 마루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너는 왜 너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냐?”고 화두를 던지는데요. 제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예민한 편이라 그런지 이런 문구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더군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전성기를 이끈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는데요. 그는 전쟁 중에 자신이 그 동안 보고 배운 것과 그 속에서 키워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명상록을 집필합니다. 스토아 철학이 지지하는 것은 바로 이성입니다. 또한 예전에 그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왔는지를 살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명상록의 글귀들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스스로 이룬 성과에 취하게 될까 우려했던 것일까요? 그러한 경계의 문구들이 더욱 그의 깊이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주더군요. “네가 태어난 것이나 죽는 것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연의 결정을 선의로 받아들여서 순순히 떠나라. 너를 떠나보내는 자연도 선의를 가지고서 너를 떠나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또한 그 무엇도 아닌 합리적인 판단력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현대에 더욱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눈은 그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보아야 하고, “나는 오직 녹색만을 보겠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눈이 병들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중략) 따라서 바른 마음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마음이 나의 자녀들은 안전해야 해라거나 나의 모든 행위가 모든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아야 해라고 말한다면, 녹색만을 보려고 하는 눈이나 부드러운 것만을 구하는 치아처럼 병든 것이다.”

미래를 염려하지 말라. 운명에 의해서 네가 그 미래로 가야 한다면, 너는 지금 현재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로 그 동일한 이성을 가지고서 미래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너의 판단력을 믿고 존중하라. 너를 지배하는 이성이 본성이나 이성적 존재로서의 너의 본질에 맞지 않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너의 판단력에 달려 있다. 분별 있고 사려깊은 사고, 다른 사람들과의 친화력, 신들에게 복종하는 것이 모두 거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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