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세기 대표적인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반전운동, 핵무기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평화주의자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어떤 사고방식과 철학을 가졌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한 것일까? 이 책,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러셀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권위에 대항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런 태도는 그의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너무 모호하게 제시했고 사람들은 그것이 심오하다고 생각했다”(p. 41)고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헤겔의 변증법은 논리적이라기보다 수사학적이며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다. 또한 헤겔의 정치철학은 프로이센 같은 전체주의적 국가를 정당화한다. 이런 이유로 러셀은 헤겔의 철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좌파건 우파건 교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자유, 학문의 자유, 상호 관용의 가치를 굳게 믿어야 한다”(p. 56)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글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는 증거가 없으면 판단을 유보하도록 훈련”(p. 67)받아야 독선적 지도자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견디고 판단을 유보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영 논리에 함몰되어 있다. 자기 진영의 주장은 무조건 옳고 상대 진영의 주장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하며,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많아져야 하지만, 정치인들부터 광장으로 나아가 모호한 수사로 선동을 일삼고 있으니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우파든 좌파든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민중을 선동할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명료한 생각이 사라지고 진영 논리가 힘을 얻을 때, 그 사회는 개인의 자유가 심각히 훼손된다. 러셀이 계속 강조하듯,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신중하고 정확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넓고 객관적으로 삶의 목표를 바라보아야 한다. 러셀은 일시적 명성, 금전적 보상은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된다고 경고한다(p. 131). 이 유혹에 넘어가면 최선의 생각을 하지 않고 대중의 의견에 맞추려는 경향이 생긴다. 따라서 지도자들은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순함과 명료함을 갖추어야 한다. 러셀은 마지막 장에서 아인슈타인을 세속적인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함을 가진 과학자로 평가한다(p. 277).


이 책의 논점을 요약한다면, 정확하고 독립적인 비판 의식을 가지고 개인의 자유를 해치는 맹목적인 애국심, 전체주의, 종교의 권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나 철학이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러셀은 직시하고 있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러셀의 주장처럼, 단일정부 아래 세계가 통합되면 인류의 미래는 환히 밝아올까? 도대체 세계의 단일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 무력이나 무력 행사도 때론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이 모든 어려움은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면 해결될까? 과연 과학과 철학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설교 수업 - 극장에서 만난 나의 하나님
하정완 지음 / 샘솟는기쁨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복음대로 살아내도록 도전하는 일은 교회의 사명이다. 지금 한국교회의 설교는 교회와 신앙의 틀에 갇힌 언어를 사용하기에 세상에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세상, 특히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는 무엇일까? 그것이 영화라고 확신한 하정완 목사는 영화설교를 사명으로 여기고 지금까지 감당해왔다. 그보다 영화설교에 대해 더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전도사 시절 <아마데우스>를 보다가 하나님을 경험했단다. 베드로는 환상을 본 후 로마의 백부장 고넬료의 집에 복음을 전했고, 후에는 바울을 이방인의 사도로 인정하게 되었다. 하 목사에게 영화는 베드로의 환상과 같은 것이 아닐까?


저자는 영화 속에 인코딩(숨겨진) 복음의 메시지를 디코딩하는(풀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자 자신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설교자가 말씀의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에 숨겨져 있는 복음 메시지를 찾아낸 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제대로 풀어낼 수 있다. ‘chapter4, 인코딩된 영화 속 메시지 찾기에서 저자는 복음의 메시지 찾기를 위해서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시대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화 <파묘>는 풍수지리, 무당, 굿과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당연히 기독교인들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영화다. 따라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런 영화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리스도인들이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또 설교에 굳이 이런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천만 명 이상이 본 영화라는 것이다. 그것을 보지 말라고 하기보다 그 영화를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해 내야 한다. 이 영화를 가지고 설교할 때, 하 목사는 우선 묫자리와 가계 저주론의 문제는 완전한 허구임을 분명히 말해 주고, 죄의 문제를 다루었다고 한다.


기독교적이거나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담은 영화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미 고전이 된 이런 영화들은 지금 청년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런 영화들을 설교의 소재로 사용한다면, 소통을 위해 영화설교를 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단절을 만들어 낼 뿐이다. 오늘날 쏟아져 나오는 비기독교적, 심지어 반기독교적인 영화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말하고 복음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은 반드시 도전해야 할 엄청난 모험이다. 설교자는 영화에 나오는 상징과 이미지를 매의 눈으로 살피고, 극중 인물의 대화에서 성경적 메시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다. 해야 해서 하는 거다”(p. 119)라는 주인공의 말을 소개하며, 그리스도인의 사명 감당에 대해 도전한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된 설교자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영화를 감상하면, 영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영화설교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도전받은 내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 필사노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33명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외 그림 / 저녁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사 노트에 사각사각 만년필로 써보는 ’! 화가들의 작품에 물씬 풍기는 ’! 겨울의 끝자락 2월에 봄과 관련된 시를 쓰고,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봄이 들어 온다. 한 아름 가득! 세 장으로 구성된 이 책, 하드 커버로 된 꽃무늬의 표지부터 마음에 든다. 책이 완전히 펼쳐지도록 묶여있고, 필사 노트는 항상 오른쪽에 위치해서 필사하기에 안성 맞춤이다.


1, 시인 윤동주는 이렇게 봄을 노래했다. “봄이 혈관(血管) 속에 시내처럼 흘러 / , , 시내 가까운 언덕에 /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시인 김소월도 바람과 봄을 이렇게 표현했다.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 /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 꽃이라 술잔()이라 하며 우노라”. 시인들에게 봄은 혈관의 피로, 바람과 꽃과 술로 다가오나 보다. 퀴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에 등장하는 화병에 풍성히 담긴 꽃들, 드레스 테이블에 서 있는 여인과 뜨개질 하는 부인, 강가를 강아지와 산책하는 신사, 봄비, 숲길은 내 몸 구석구석에 포근한 봄바람을 불어넣는다.


2, 김소월의 저 유명한 산유화를 적어본다. 산 저만치에 홀로 피고 지는 산유화, 꽃이 좋아 산에 사는 작은 새는, 덧없는 삶에서 느끼는 고독감이 오히려 행복임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네 인생에서 새로운 생명력으로 충만한 시간은 찰나에 불과해도 그 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파울 클레의 추상화에는 자연, 여인, , 고양이, 물고기가 선명히 담겨 있다. 그의 그림에는 현대의 난해한 추상화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묻어있다. 이 필사 노트 2장에 파울 클레의 작품을 수록한 것은 탁월한 선택임이 분명하다. 덕분에 일본의 짧은 시, ‘하이쿠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꽃 그늘 아래선 / 생판 남인 사람 / 아무도 없네”(고바야시 잇사), “두 사람의 생 / 그 사이에 피어난 / 벚꽃이어라”(마쓰오 바쇼)


3, 시인 김영랑은 찬란한 봄이 모란과 함께 지는 것을 슬퍼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 5월 어느 날,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 찬란한 슬픔의 봄을그의 시와 함께 차일드 하삼의 작품에 등장한 꽃들을 바라본다. 몇 년 전 강진의 김영랑 생가에 가서 본 모란꽃이 떠오른다. 다정히 불어오지만, 너무 쉽게 가버리는 봄바람, 올해에는 봄의 순간을 만끽해 보리라 다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공허한가 -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멍칭옌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정법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현대인이 경험하는 공허함의 원인을 찾아보고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분업화된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보편적 특징을 세 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사람의 도구화’, 둘째는 전 사회적인 소외화’, 셋째는 모순과 분열이다. 이런 사회에서 헤쳐나가야 할 개인의 삶은 너무나도 험난하다.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공허하게 살아간다. 그러면 삶의 의미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Organic Solidarity)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기계적으로 연결’(Mechanical Solidarity)되어 있을 때는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가족과 공동체에 의해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미 직장에서 도구화된 개인, 디지털의 세상에서 깊이 연결된 듯하나 실상은 깊이 소외된 개인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함만 더욱 느낄 뿐이다. 저자는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니,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거기에 맞추어 살아내는 용기. 저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자신이 찾은 삶의 의미가 옳은지 확신할 수 없으니 다시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지 않을까?

하긴, 이 책의 목적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직면해 그 현상을 이해하고 원인을 파헤치는 데 있지, 해답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이 전개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해법을 찾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이리라.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가 직면한 현대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의해 식민지화되었으며, 항상 감시당하는 삶을 산다. 우리는 SNS에 뜨는 표준화된 아름다움에 얽매여 외모조차 정형화되어간다. 여행도 인터넷상 유명세를 겪는 곳을 도장 깨기식으로 다녀온다. 대학교육은 가공업으로 전락해 인간으로서의 온전함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한다. 갈수록 인간은 기능적으로만 존재하게 되고, 세상에는 영혼 없는 전문가와 가슴 없는 쾌락주의자가 가득하게 된다. 또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되어가고 세대 간의 틈은 더욱 벌어진다. 소외화되는 사회에서 우울증 환자는 전염병처럼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이 생존을 넘어 의미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우리가 외로운 섬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산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런 인식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타인의 이해는 나에 대한 이해와 연결될 것이다. 이 책은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지만, 독자 스스로 해답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회와 개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좋은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 키케로부터 노자까지, 25명의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삶, 나이 듦, 죽음에 관한 이야기
오가와 히토시 지음, 조윤주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철학 교수 오가와 히토시는 나이 듦, 질병, 인간관계, 인생, 죽음,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를 가지고 주제별로 다섯 명의 철학자들의 조언을 들려준다. 철학이란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이니, 철학자들을 통해 이런 삶이 문제들을 밑바닥부터 파헤쳐 볼 수 있을 것이다.

키케로의 노년에 대한 논쟁은 꽤 설득력이 있다. 키케로는 노년에 일할 수 없고, 몸이 쇠약해지고, 쾌락에서 멀어지고,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일반 통념을 하나씩 반박한다. 현명해진 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몸이 쇠약해지면 거기에 맞는 일을 하면 되고, 정신적인 쾌락을 즐길 수 있다. 또 죽음이란 젊은이 늙은이 가리지 않는다. 대단한 철학적 이론은 아니지만, 삶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지혜가 담겨 있다. 오가와 히토시는 하나를 더한다.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자기 역사상 최고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늙었다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모두 오래 살고 싶다. 그런데 오래 살면 누구나 늙는다.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늙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모순적인가! 젊어서부터 올바르게 살아야, 늙어서 나이 듦의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늙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준비해서 잘 맞이해야 할 삶의 일부이다.

노년에 여러 질병이 찾아오더라도,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 삶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에피쿠로스처럼, ‘아타락시아’(평정심)를 추구해야 한다. 그는 아타락시아를 위해 오두막집에서 소박한 식사를 하고, 좋은 친구들과 철학적 담소를 나누었고 한다. 이런 삶이 그에게 쾌락을 주었고, ‘아타락시아를 누리게 했다. 인간관계에 관해, 일본 철학자 와쓰지 데쓰로의 주장도 상당히 흥미롭다. 2인 공동체인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마치 전우와 같이 서로 돕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자녀는 부모와 세대를 뛰어넘는 동지가 된다. 그러니 늙어서 가족의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가족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울고 웃으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처럼, 인간은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 나이가 들수록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타자는 나와 절대적으로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엄청난 갈등과 정치적 혼란도 타자는 나와 절대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왜 모두가 나처럼 생각해야 하고, 나와 생각과 사상이 다르면 혐오하고 배제하는가?

이 책은 인생을 재미있는 사는 법, 잠들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일, 등등 조금은 가벼운 주제부터 인생의 궁극적 행복, 죽음을 마주하는 법, 죽음의 불안에서 벗어나는 법, 등등 조금은 묵직한 주제까지 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알려준다. 나는 내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본다. 책 제목이 마음에 다가온다. <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저자가 확신에 차서 말했듯, “철학이 있는 인생의 오후부터 진짜 삶은 시작된다”(p. 267).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의 인생 후반전이 기대된다. 행복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