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 개정판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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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계의 역사는 뜻밖의 사건뿐만 아니라 뜻밖의 물건이나 음식에 의해서도 그 흐름을 바꾸곤 합니다. 중세 유럽, 종교적으로 육식이 금지된 피시 데이(Fish day)’에는 지방이 많은 청어(herring)가 대체 식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당연히 청어를 많이 잡을 수 있는 도시들이 부를 축적하고 엄청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회유어인 청어가 발트해에서 많이 잡혔을 때는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북해에서 많이 잡혔을 때는 북해 연안의 도시들이 번성했습니다. 청어의 출몰이 발트해에서 북해로 옮겨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어쨌든 저 유명한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이 청어로 인해 흥망성쇠의 부침을 겪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청어가 세계 역사를 바꾸었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대구(cod)는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으로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장기 보관하기 쉬웠습니다. 따라서 장거리 항해에 주요 먹거리가 되었고, 이는 신대륙 발견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필그림 파더스가 신대륙 외딴곳에서 전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메리카 선주민의 선의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관대하게 대구를 나누어 주었기에 필그림 파더스는 옥수수 수확 때까지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구는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물고기라 할 수 있습니다. 후에 잉글랜드가 카리브해에서 사탕수수를 대규모로 재배하면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부릴 노예와 노예의 식량으로 소금에 절인 대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대구 어장을 두고 뉴잉글랜드 어부는 잉글랜드 정부와 갈등했습니다. 이렇게 식민지 미국과 잉글랜드 사이의 독립전쟁이 발발한 원인 중 하나가 대구였다고 합니다.

중세 기독교의 피시 데이때문에 청어와 대구가 세계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후에 종교개혁으로 피시 데이가 쇠퇴하자 잉글랜드의 어업도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한때 국방력까지 약해졌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청어와 대구는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이번 독서 덕에 도서 출판 사람과 나무 사이에서 출간한 세계사를 바꾼시리즈에 관심이 갑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13가지 식물, 10가지 감염병, 커피, 맥주 등등. 모두 일본인 저자군요. 이 중 , 감염병, 커피는 시간 나는 대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유익한 상식을 재미있게 쌓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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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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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디오게네스에 관한 유명한 일화들은 접하게 되었지만, 그의 철학 사상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책이나 글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기행을 일삼는 괴짜 철학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 책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디오게네스와 관련된 일화들을 그의 철학적 사상과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통해 키니코스(견유학파) 철학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기 쉬운 고대 그리스 철학을 재미있게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알렉산더 왕의 아버지 필리포스가 디오게네스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디오게네스는 나는 당신 탐욕의 정찰병이오라고 대답했다죠. 디오게네스는 필리포스를 그저 인간의 욕망이 극한까지 발현된 한 사람으로 본 것입니다(pp. 100~102). 확실히 디오게네스는 권력을 추구하고 영토를 확장하려는 모든 시도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탐욕을 충족시킨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 권력자들 뿐이겠습니까? 인간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욕망을 좇아 살다 보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이 일화는 나에게 조언합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욕망을 정직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개처럼 인생을 살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디오게네스는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처럼 자연과 자신의 본성에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말로만 그렇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는 항아리 안에서 살면서 물을 떠먹는 바가지를 가지고 다녔지만, 어린아이가 손으로 물을 움켜잡고 먹는 모습을 보고 가지고 다녔던 바가지조차 깨버렸다죠. “이미 가진 것도 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신이 더 준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p. 187)는 그의 말은 그의 삶과 사상을 선명히 드러낸 것입니다.


디오게네스의 삶과 사상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조화로운 삶>의 스콧 니어링과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생각났습니다. 자기 성찰,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행동, 자연주의적인 소박한 삶의 실천, 등등.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온 이들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운 철학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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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춤을 추라 - 삶의 전환기에 배우는 스토리텔링 마음 수업
박성만 지음 / 밥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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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심리치료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박성만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심리치료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열 가지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꼭지마다 실어놓은 심리 읽기를 통해 독자들로 내적 성장을 이루도록 도움을 준다.


4장 이야기, “너무 애쓰며 살지 말자를 읽으며 나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실버타운에 들어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가 우울증에 빠진 아들에게 말한다.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이다. 너도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 그냥 가볍게 살아 ”(p. 105). 어머니의 이 말에 돌덩이처럼 무거운 마음속 묵은 감정이 녹아내렸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집과 가까운 지사로 전근을 신청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동감했다.


6장 이야기(“자식은 떠나보내려고 있는 것이다”)도 마음 깊이 다가왔다. 자식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다. 자식 앞날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식에게 무한한 기대를 건다. 그런 마음과 삶의 태도로 인해 자식과 손주에 대한 집착은 더 커진다. 부모의 아낌없는 헌신을 받은 아들은 과대한 자기애로 고착돼 타자와 감정이입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의 자식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자식에게 지나치게 헌신했기에 자식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자식이 부모를 떠날 때, 부모는 느끼게 될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놔 줘라. 아낌없이,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그래야 네가 갇힌 세계에서 나온다”(p. 158).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남편과 사별하고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여인의 심리, 열정적인 워킹맘이 아들을 떠나보내고 깨달은 인생의 진실, 타고난 미모와 지능지수로 자존감을 가졌지만 결국 조울증을 앓은 여인, 사교댄스를 주업으로 한 친구의 죽음, 자신을 위해 사랑의 눈물을 흘리는 트랜스젠더, 등등. 책을 덮으며 언뜻 들었던 유행가 가사가 떠올라 찾아보았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래요. 사람마다 알고 보면 말 못할 사연도 많아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 모두가 내일도 힘내세요.” 산다는 건 힘든 일이라서 마음의 병도 얻고 정신병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죽지 않고 살려는 희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공허감, 상실감, 외로움을 느끼며 삶에 지친 자들이 소설 읽듯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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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정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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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들을 참 많이 읽어보았다. 대표적으로 에디스 해밀턴과 토머스 불핀치가 쓴 책이었다. 해밀턴의 책을 통해 신들의 계보를 나름 정리할 수 있었고, 불핀치의 책을 통해서는 신화 안에 유명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또 명화를 보면서 그림과 관련된 신화의 내용을 요약해서 알려주는 책들도 여러 권 읽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로 된 그리스 신화까지 읽었다. 그런데 또다시 그리스 신화에 관한 입문 교양서를 집어 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스 신화가 너무 방대해서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마자키 스스무의 책은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의 출판 의도에 딱 들어맞는 입문서다.


1장은 그리스 신화에 관한 일반적인 소개로, 독자들이 했을 법한 질문들에 간략히 답변한다. 신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역사적 사실과의 관계, 신화의 주요 무대, 기독교 신과의 차이, 제우스가 자주 바람을 피우는 이유, 등등. 어떤 질문들은 대답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2장은 세상의 시작과 신들의 태동, 3장은 올림포스 신족 시대, 4장은 영웅들의 이야기로, 시마자키 스스무는 에디스 해밀턴의 서술 방식을 기초로 그리스 신화를 요약 소개한 것 같다. 이 책의 미덕은 간략한 정리에 있다. 1장에서 그리스 연표’, ‘제우스의 부인과 주요 외도 상대다이아그램,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천체도표는 신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정리는 2~4장에서도 계속 나온다. 또 군데군데 나오는 그리스 신화 토막 상식도 흥미롭다. 4장의 영웅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영웅들의 이름이 헷갈리곤 했다.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여섯 영웅과 관련된 사건은 다음과 같다.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처단,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수수께끼, 아킬레우스와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와 트로이 목마.


이 책, 그리스 신화 입문서로 가장 적합한 책이다. 이 책을 옆에 두고 그리스 신화를 서사적으로 다루는 불핀치의 책을 읽는다면,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알지 못하면 그림, 영화, 소설, 등으로 표현되는 서양의 문화적 담론들에 끼어들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그리스 신화에 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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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아포리아 5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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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표적인 철학자이며 수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반전운동, 핵무기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평화주의자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어떤 사고방식과 철학을 가졌기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한 것일까? 이 책,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러셀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권위에 대항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런 태도는 그의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너무 모호하게 제시했고 사람들은 그것이 심오하다고 생각했다”(p. 41)고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헤겔의 변증법은 논리적이라기보다 수사학적이며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다. 또한 헤겔의 정치철학은 프로이센 같은 전체주의적 국가를 정당화한다. 이런 이유로 러셀은 헤겔의 철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좌파건 우파건 교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자유, 학문의 자유, 상호 관용의 가치를 굳게 믿어야 한다”(p. 56)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글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는 증거가 없으면 판단을 유보하도록 훈련”(p. 67)받아야 독선적 지도자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견디고 판단을 유보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영 논리에 함몰되어 있다. 자기 진영의 주장은 무조건 옳고 상대 진영의 주장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하며,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많아져야 하지만, 정치인들부터 광장으로 나아가 모호한 수사로 선동을 일삼고 있으니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우파든 좌파든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민중을 선동할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명료한 생각이 사라지고 진영 논리가 힘을 얻을 때, 그 사회는 개인의 자유가 심각히 훼손된다. 러셀이 계속 강조하듯,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신중하고 정확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넓고 객관적으로 삶의 목표를 바라보아야 한다. 러셀은 일시적 명성, 금전적 보상은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된다고 경고한다(p. 131). 이 유혹에 넘어가면 최선의 생각을 하지 않고 대중의 의견에 맞추려는 경향이 생긴다. 따라서 지도자들은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순함과 명료함을 갖추어야 한다. 러셀은 마지막 장에서 아인슈타인을 세속적인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함을 가진 과학자로 평가한다(p. 277).


이 책의 논점을 요약한다면, 정확하고 독립적인 비판 의식을 가지고 개인의 자유를 해치는 맹목적인 애국심, 전체주의, 종교의 권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나 철학이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러셀은 직시하고 있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러셀의 주장처럼, 단일정부 아래 세계가 통합되면 인류의 미래는 환히 밝아올까? 도대체 세계의 단일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 무력이나 무력 행사도 때론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이 모든 어려움은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면 해결될까? 과연 과학과 철학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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