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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책 제목부터가 격하게 공감되었던 책이다. 나 역시도 조금 이상한 면이 있는데 이런 나의 이상함 때문에 기죽거나 소심해지지 말고 화이팅하며 살자는 저자의 메시지가 유쾌하게 읽혔다.
이 책은 시중에 넘쳐나는 여느 에세이 책들과는 다르게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함께해서 더 즐거웠다. 알고보니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으로 유명한 저자였는데 썩어라 수시생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신을 예술가,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애쓰던 수험생 시절, 좋아하는 친구가 썩지 말라며 붙여준 별명이 지금의 ‘썩어라 수시생’이 되었다고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게 좋아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게 된 사람. 썩지 않고, 오래오래 나아갈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한다.
책의 구성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품들 외에도 미공개 에피소드 24편을 더해 만들었고 저자의 인생스토리, 일상에서의 경험, 생각, 느낌들이 한편의 단짠단짠 좌충우돌 분투기로 엮여있다.
오늘도 살아남은 우리를 사랑해주자는 기치 아래 원래 조금은 이상하고 수상한 것이 인생이라고. 그렇기에 인생은 재미있고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그러니까, 에잇! 우리 조금만 더 살아보자는 저자의 인생철학(?)이 그림에세이에 녹여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에세이라고 해서 가볍고 유쾌하게 즐기는 책으로 생각했는데 어떤 대목에서는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목도 많았다.
저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어요. 왜 가끔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나는 우물 안 개구리더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신기해요. 저는 제가 우물 안 개구리도 아니고, 물컵 속의 올챙이인 거 진즉에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채찍질만 해왔고요. 아무래도 음대 입시 때문에 기가 다 죽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입시~ 지긋지긋한 시험~ 숫자로 평가받는 일 좀 그만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 속 고양이들은 배 뒤집기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주잖아요. 그냥 우리도 서로 좋아해주고 잘한다고 해주면 안 될까요? 그러면 물컵 속 올챙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세상 모든 울보들이, 찌끄레기들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요. 때로는 이 지긋지긋한 세상이 나에게만 왜 이리 모질게 대하나, 너무 이상하다, 수상스럽다, 싶지만 그래도 다들 그렇게, 이상하게 사는 게 인생 아니겠어요? 에잇! 그냥 한번 살아보자구요. 이상한 일이 들이닥치면, 더 이상하게 살아보자는 이상한 마음으로요. 그렇게 살아남자구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