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책 -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정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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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정철의 책이라면 꽤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이번 신간이 첫 산문집이라는 설명에 잠시 의아해졌다. 그만큼 이전 책들이 재밌고 즐거운 읽을거리였고 내 기억엔 에세이로 남았던 것 같다. 


이번 책도 저지르다, 출근하다, 치우다, 비우다, 잃어버리다, 지키다 등의 60가지 동사를 제목으로 하는 60개의 길지 않은 챕터들이 엮인 색다른 형식의 즐거운 이야기다. 그런 동사들에 얽힌 저자의 생각, 느낌, 경험, 사유들을 읽어볼 수 있었도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자의 유쾌한 시각과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프롤로그에는 동사예찬론도 있다. 동사에겐 감정이 없을까. 이제껏 우리는 동사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듣지 않았으니 따뜻함도 고요함도 명랑함도 볼 수 없었다. 동사가 내게 들려주는 말을 차곡차곡 듣다가 동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딱 하나의 표정만 허락된 형용사보다 동사 네가 훨씬 자유로운 언어야.


비우다에는 실제로 글자를 비운 챕터가 있다. 글자를 비웠더니 비로소 종이가 보였고 종이의 질감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역시 카피라이터다운 생각이다. 


그 외에도 톡톡튀는 아이디어, 생각의 전환과 읽는 쾌감을 선사하는 대목들이 넘쳐나는 책이었다. 


흔들릴 때마다 나에게 질문. 오늘도 잘 견디고 있는가. 위기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니까.


마지막 챕터에는 ‘사람하다’ 라는 저자가 직접 제안하는 신조어도 소개한다. 


나는 사람 노릇 하며 산다는 말을 ‘사람하다’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사람이라는 문제는 결국 사람이라는 답으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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