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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걸음 아직 늦은건 아니라고 시든 꽂 위에 다시 꽃을 떨구는 때죽나무의 마음에 닿는 아침이다.

기다린 마음이나 늦은건 아닐까 더딘 발걸음으로 초조한 마음은 늘 어느 구석인가는 닿아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겹으로 쌓인 마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겹은 시간의 물리적 작용과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시 공간을 초월하는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한다. 

우리는 그것을 인연이라 부른다. 거듭되는 삶의 윤회 속에서 그대와의 만남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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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은노루오줌'
연붉은 꽃이 모이고 모여 하나를 이룬다. 속내를 보이는 다른 방법으로 모여 핀 것은 아닐까? 노루귀ᆞ노루발 등과 같이 노루라는 동물이름을 식물에 붙여 부르는 것이 여럿있다. 그만큼 일상에 친근한 동물이었나 보다.


전국의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30-60cm이고, 갈색털이 있다. 잎은 어긋난다.


꽃은 6∼7월에 피고 흰색 또는 연한 홍색이며 모여 핀 꽃봉우리가 옆으로 처지기 때문에 숙은노루오줌이라고 한다. 이는 다른 노루오줌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은 뿌리에서 노루의 오줌 냄새가 난다는 말도있고,노루가 잘 노는 습한 계곡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모여 피어 드러난 속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고 본 것일까? '쑥스러움', '기약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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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9th
JUNG JEONG -lM Solo Exhibition


"달빛사랑" open studio


2016. 6. 20(월) ~ 7. 20(수)
정정임 아트스튜디오
광주광역시 서구 회산길 22-11


"대지에 뿌리를 두고 서있는 나무의 모습은 인간들의 형상과 너무도 비슷하다. 비바람과 달빛 속에서 고통과 자유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그 모습에서 인간 즉, 나의 모습과 일치점을 찾아 생명을 그려내고자 한다.


점들은 쉴 새 없이 흐르는 대열을 따라 묵묵히 일련의 순환과정을 실현하려는 의지이며, 무한한 공간에서 세포의 움직임이고, 나의 시간의 기록이다." - 작업노트 中에서


*각刻, 벼른 날로 스스로를 깎아 덜어내는 일이다. 덜어내어 여백을 만들고 만들어진 여백을 통해 숨을 쉰다. 그 숨으로 인해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다.


각刻은 닫힌 몸과 마음을 열어 자연의 숨이 내 안으로 들어오도록 길을 내는 일이기도 하다. 어찌 수고로움과 고통이 따르지 않겠는가. 나무가 새순을 내고 꽂을 피우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땅의 달이 나무의 꽃으로 걸리고. 하늘의 꽃이 연못에 달로 앉아 눈맞춤한다. 각刻으로 인해 숨 쉬는 틈이 생겨 교감한 결과다.


*은은한 배꽃 향기와 달빛으로 가득한 "달빛사랑" open studio에 조각 이기원, 도예 이경희의 작품이 함께 빛난다. 누구든 들러서 그 맛과 멋을 함께 누려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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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근지적야遠者 近之積也'
먼 것은 가까운 것이 쌓인 것이다

-유성룡柳成龍(1542~1607)이 원지정사(遠志精舍)라는 정자를 짓고 나서 직접 쓴 기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상하 사방의 가없는 공간이나 옛날로부터 흘러온 아득한 시간은 멀고도 먼 것이지만, 이것들은 모두 눈앞의 가까운 것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내딛는 한 발짝은 지극히 사소하고 보잘 것 없을 수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간신히 관대를 통과한 소리가 그대에게 닿길 바라는 것이 욕심인 줄 안다. 그래도 떠난 소리가 다시 내게 돌아와 그대 있음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 그것이면 족하다. 쌓이고 쌓여 익어 언젠가 그대를 뚫고 하늘에 닿을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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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蓮을 심었다.
씨앗을 발아하여 연을 피우고 싶었다. 움을 틔워 새싹내는 오묘함을 보여주더니 땅으로 돌아가서는 더이상 품을 키우지 못한다. 그렇게 사계절이 지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하여, 정성껏 키웠을 봉우리 맺은 연 두 뿌리를 얻어와 들고나는 대문에 심었다. 그 둘 중 하나다. 붉디붉은 연의 마음이 벌써부터 베어난다.

이렇듯 안으로 무르익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붉은마음의 본질이리라. 이미, 연꽃 피우는 여름이다. 그 연못에도 지금쯤 붉디붉은 꽃대를 올렸을 것이다. 연꽃의 그 붉음과 그대를 보는 내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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