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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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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탈을 쓴 사상을 분별하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살해하는 장면들은 사람의 본성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악마로 만드는 것일까? 그들이 믿는 신과 지켜야할 민족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와 비슷하게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 일이 있다.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 주역 중 하나였던 독일이 그 경우다. 히틀러라는 희대의 전쟁광으로 표현되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던 유인인 학살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의 주역 히틀러는 무엇을 믿고 그런 만행을 자행했을까? 독재자 한명의 야심에 의해 그렇게 된 것만으로 보는 것은 그 학살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히틀러가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만들어 준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히틀러와 어떤 관계를 맺었고 그들의 훗날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 이본 셰라트의 히틀러의 철학자들이다. 이는 근, 현대 철학에서 독일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독일 철학에 대한 이해가 온전하지 못한다는 점과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히틀러의 정치인으로 성장과정에서 독일 내 철학자와 법률가들이 히틀러에 붙어서 히틀러의 독재정치를 철학적, 법률적으로 보장하게 만들어 준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철학이 독재정치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밝히고 있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는 물론 동시대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신을 '철학적 지도자'로 여겼던 히틀러를 지지했으며, 반대자 탄압, 유대인 학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온갖 구실을 제공했다.

 

1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히틀러는 칸트, 쇼펜하우어, 헤겔, 포이어바흐, 니체 같은 그 이전 세대의 걸출한 철학자들이 철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곡해하며 자신의 사상적,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히 히틀러의 곡해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 철학자들의 견해가 인종주의적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유대인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며, 게오르크 헤겔은 유대인을 유럽에서 배제했으며, 그들을 인류 문명 바깥의 열등한 존재로 분류했고, 대단히 애국적인 독일민족주의자인 프리드리히 실러, 독일인은 유일무이하며 그 순수성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요한 피히테 등을 히틀러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독일철학자들이 등장한다. 법률가로 활동한 카를 슈미트와 강력한 지지자 마르틴 하이데거르 비롯하여 알프레트 보임러와 에른스트 크리크 등이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나치를 옹호했을 뿐 아니라 반대자 탄압, 유대인 대학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온갖 구실을 제공했다. 또한 이들에 의해 탄압과 박해를 받았던 발터 벤야민과 테어도어 아도르노, 하이데거의 학생이자 정부였던 한나 아렌트,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던 쿠르트 후버 등 저항 인사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뉘른베르크 재판과 그 이후까지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학살을 저질렀던 주역들에 대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대부분 자신의 과거를 숨기거나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학이나 패전이전의 자리로 돌아갔으며 이후 더 주목을 받으며 활동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독재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며 망명했거나 저항했던 학자들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철학은 윤리학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된 윤리는 비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에 중요한 순간에 철학은 수준 높은 윤리의식으로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오직 진실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시대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통념 속에서, 교육 속에서, 문화 속에서, 거짓된 진실의 탈을 쓴 채 행세하고 있는 온갖 관념과 사상을 분별해내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워줄 훌륭한 비판적 잣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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