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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
손태호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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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마음에 끌리는 것이 있다. 이렇게 시작된 무엇은 멈추질 못하는 속성을 가지게 된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을 하는 동안엔 행복한 마음이다. 이런 일 중에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전문가를 넘어서는 경우도 생긴다. 모두 마음이 내켜 하는 동안 즐기게 되는 이것은 그래서 때론 막강한 힘을 가지게도 만들어 준다. 꽃과 나무가 좋아 무작정 따라나선 길이 시간과 노력을 더해 어느덧 식물학자 이상 가는 실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따라가다 미술평론가 이상의 그림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전문가도 찾아내지 못하는 특별함을 찾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하여, 그들이 사는 생활방식이나 탐구한 결과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들며 또 다른 자신들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우리 옛 그림이나 나무와 숲에 관심이 많은 나로써 참으로 부러운 사람들이 그들이다. 오늘은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사랑이 넘쳐 자신만의 그림을 보는 안목으로 옛 그림과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있는 사람의 책을 만난다. ‘나를 세우는 옛 그림의 저자 손태호다. 그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 그림에서 얻은 마음의 힘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간 사람이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여행사를 운영하는 등 어떻게 보면 그림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 점에 주목하여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시사점을 주기에도 충분한 삶을 살아가는 한 예가 될 수 있어 비록 책을 통해서이지만 무척이나 반갑게 만난다. 이는 그림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전공자나 그림을 그리는 당사자들의 고유 영역이라는 생각에 그림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범이 아닌가 싶어서이다. 그렇다고 꼭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자처럼 책을 낼 정도의 실력을 갖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림이 주는 독특한 정서와 소통하면 그만인 것이기에 말이다.

 

저 솟은 봉우리와 흐르는 물 등은 다 나와 관계가 없는 것인데, 옛 성현이 오히려 이를 즐거워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저자가 책머리에 인용한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 중 송애기다. 저자는 바로 이처럼 어떻게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그림에 마음을 빼앗겨 즐거워한 일과 또한 일반인들이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에 관심을 기우리는 것과도 통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각으로 저자는 우리 옛 그림에 대해 자신의 마음속에 공감한 느낌을 나누고자 한 것이리라. 3부로 구성된 이 책에 공통된 주제는 지금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에 긍정적인 힘을 주는 의미로써의 그림을 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윤두서의 유하백마도, 김명국의 설경산수도,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김정희의 수식득격, 신윤복의 주사거배와 월하정인, 김홍도의 황묘농접도와 춘작보희, 채용신의 매천 황현 초상에 이르기까지 그림을 접하며 저자가 느낌 다양한 경험을 열아홉 가지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책에는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그림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자신의 독특한 경험과 더불어 우리들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 옛 그림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들에서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것을 소개하기도 하고 때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림은 어떻게든 화가와 화가가 살아가던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림 속에는 화가의 개인적인 관심사나 삶의 지향점을 비롯하여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과 생활풍습이 반영될 것이다. 이 속에 그림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며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전하고자 하는 것 말이다. 저자나 사람들이 우리 옛 그림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된 그림읽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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