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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 - 새롭게 만나는 아르누보의 정수
장우진 지음 / 미술문화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국을 사랑했던 보헤미안 - 무하

어디선가 본 듯한데 어떤 사람의 작품인지 도무지 모를 때가 있다. 그림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기에 알 수 있는 화가가 그리 많지 않지만 친숙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대할 때면 마치 작가에 대해 알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곤 한다. 어디선가 본 그림이고 그때의 느낌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러한 착각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서양미술의 경우 기억하기 힘든 화가들의 이름이라 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은 서양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면서 우리 그림보다 서양화에서 더 친근함을 느낀다면 어딘가 모르게 어긋난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서양화 중심의 학교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특수성이라고 보면 대개는 맞는 말일 것이다.

 

화가로써 성공하여 자신이 살던 시대에 부와 명예를 누린 화가들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화가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말았다. 부와 명예를 얻은 화가나 가난에 찌들어 겨우 겨우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화가나 그들에 대한 평가는 화가가 죽은 후에 보다 냉정하게 이뤄진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주목받고 있는 화가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그들이 남긴 작품이 변한 시대 상황에 의해 재조명 되거나 작가가 미술사에 미친 영향으로 이후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당대에 누구보다 빛난 활동을 펼쳤지만 시대가 변하며 사라졌다가 현대에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화가도 있다.

 

세기말의 보헤미안이라 칭하는 ‘알폰스 마리아 무하’(1860 - 1939)가 그런류의 화가 중 한사람이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화가들 중에서 무하는 이름만으로는 참으로 낯선 화가다. 미술문화에서 발행한 이 책 ‘무하’는 그런 ‘무하’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 예술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체코가 고향이지만 주유한 활동 무대는 프랑스 파리였고 이후 미국에서 활동하다 고국으로 돌아갔다.

 

‘무하’의 주요한 작품 범위는 책의 삽화, 잡지 표지, 우편엽서, 달력, 포스터, 광고 등을 넘어 장식패널, 극장의 무대와 의상, 일러스트, 벽화, 건축, 스테인드글라스, 보석디자인, 조각, 초상화 등 실로 다양한 범위에 걸쳐있다. 이는 전통적인 화가의 작품에서 일정정도 벗어난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무하’가 활동하던 당대에 화가라는 이름보다 ‘장식미술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무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이미지는 ‘매혹적인 여인과 화려한 장식의 상징성’이 아닌가 한다. 당시 일반적인 흐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미술 분야의 개척자로 변화하는 시대를 적극적으로 살아간 활동으로 주목받았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 ‘무하’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광고를 비롯한 상업미술의 획기적인 변화에 기인한 바도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무하’를 이해하기 위해 19세기 유럽의 상황을 자세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등 산업사회의 발달에 이은 화려가게 꽃을 피운 도시문명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를 살필 수 있다. 이는 당시 미술활동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 한가운데 ‘무하’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시대적 상황을 살피면서 무하의 일생을 따라가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무하’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무하’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으며 그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어 한발 더 ‘무하’에게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하’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할 작품이 ‘슬라브 서사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무하’의 예술정신의 근간이 되었던 고향 체코에 대한 그리움과 슬라브 민족을 위한 거대한 헌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체코로 돌아와 시작된 이 작품은 18여 년 동안에 걸쳐 완성된 대작으로 슬라브 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변혁의 단계를 20개의 장면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28년 조국에 기증되었다. ‘무하’의 작품을 대할 때 잊지 말아야할 것이 바로 조국을 생각하는 ‘무하’의 이러한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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