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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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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딛고 일어선 예술가들

예술 한다는 사람을 만날 때 우선 생각되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다. 빈 화폭을 대할 때 드는 절망감은 뒤로하더라도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혀 길고 긴 길을 가야한다는 점이 앞선다. 예술가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인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예술가들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삶에서 그리고 이를 조장하거나 만들어 온 사회적 관습에 의거한 것이리라. 하지만, 예술 또는 예술가라는 이미지에 갇혀 어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오직 작품 속에서만 이야기되어지는 예술가들의 삶에 중요한 무엇이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작품 속에 담고자 했던 예술가의 사사상이나 가치관을 비롯하여 그런 사상과 가치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들의 구체적인 일상을 배재하기일쑤다. 작품의 성공여부에만 국한시켜 예술가를 평가하는 것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이 책 ‘예술, 상처를 말하다’는 바로 그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지화된 이름 속에 갇힌 예술가의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을 표현하는 이야기 중에서 창작에 대한 고통을 거론한다. 창작의 고통은 곧 예술가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관련되어 있다. 즉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섦을 대변하는 것이 작품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작의 길은 대단히 험난하다. 생각하는 것을 화폭에 다 담을 수 있는 것도 힘들지만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깊이 관계된다.

 

저자가 주목하는 예술가 카미유 클로델, 빈센트 반 고흐,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권진규, 백남준, 이성자,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장미셸 바스키아 이 열 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들에게서 남들이 주목하지 아픈 영혼, 상처라고 말하고 있다.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진실로 접근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상처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스승의 그늘에 가려진 아픔, 가족으로부터 쫓겨난 배신감, 사랑에서 버림 받았다는 상실감, 창조된 이미지에 스스로 숨어들었던 좌절 등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외로웠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예술의 본질에서 벗어난 시대적 산물인 상업성과도 관계가 있다. 모든 것을 물질화 시켜 값을 매기고 그것에 자신의 정신을 빼앗겨버린 현실이 그것이다. 정신적인 피폐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과정이다. 열 명 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예술가들이 제법 많다. 자살은 삶에서 벗어나는 극단적인 수단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면에는 그들을 자살로 몰고 간 사회구조적 모순도 한 몫 한다. 바로 이러한 상처들이 창작의 배경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들에게서 상처에 주목하는 점이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바로 상처를 스스로 이겨내거나 그 상처 속에서 헤매는 과정이 창작활동과 떨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살아생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예술가나 화려한 명성을 당대에 누리며 살았던 예술가나 스스로 상처에 갇혀 이 상처가 싸우는 결과가 작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였다. 주류사회로의 진입이나 강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상을 버리거나 강자와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이며 소외된 사람들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강하다. 그리고 단정적이다. 예술의 본질로부터 벗어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강자나 상업성에 굴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자고 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여, 저자는 오늘날 예술이 들려주는 것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그 다름이 예술의 본질로 다가가는 지점으로 보인다.

 

강자와 타협하지 못하거나 상업성에 물들지 못하는 예술가들은 여전히 현실의 압박에 좌절한다. 예술은 역사와 시대정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과 예술가들의 개인의 경험은 모두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예술은 언제나 고통과 상처, 소외와 고독, 억울함과 분노, 수치심 같은, 실패와 상실로 오해되는 것들의 옆에서 성취 된다.’고 말한다. 이런 점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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