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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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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고 따로 읽어내는 그림이야기

사람이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하는 모든 대상에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인식하는 대상을 자신이 주목하는 시각에 의해 재구성하고 그를 근거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공감을 받을 때 일정한 흐름을 형성하여 한 시대를 대표하는 표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포함하여 자연을 인식하는 내용이나 방식 또한 구전되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그 대상이 되곤 한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창작활동의 산물인 그림, 사진, 시, 소설, 음악 등은 그렇게 대상을 인식하고 그 속에 창작자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들이 각각의 영역에 따라 표현되는 방식의 차이로 나타난 모습이다. 이러한 창작물에는 창작자가 담아놓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다시 대상으로 삼을 때 이 대상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해석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는 반복되거나 읽혀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의 이야기는 원작자의 의도와 공감을 이루거나 또는 전현 다른 이야기가 될 때도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실례를 그림을 해석하고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사람들에 의해 화인하게 된다. 박제의 ‘오후 네 시의 루브르’는 그림이라는 대상이 원 창작자가 모티브로 삼아 그림 속에 담은 이야기와 그 그림을 보는 작가가 읽어내는 이야기를 동시에 비교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대상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대상을 읽어내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 책 ‘오후 네 시의 루브르’는 저자가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가 예술품을 소장한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그림들 가운데 선별한 70여점의 그림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30여년을 프랑스에 거주하며 저술과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빈번하게 찾은 루브르에서 자신이 보고 경험한 그림의 세계를 화가들이 살아온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그 그림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들과 출처를 밝혀 상세한 해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선정한 70여점의 그림을 일정한 주제로 다시 나눈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을 그리다’의 초(肖)는 초상화를 중심으로 살피고 있으며 ‘거친 세상을 그리다’의 속(俗)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보여 지는 모습을 주로 담았으며 ‘바깥세상을 그리다’의 풍(風)은 배경이 되는 자연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며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을 그리다’의 성(性)은 성을 주제로 한 인물군상을 담았고 ‘영원한 어머니의 슬픈 아들을 그리다’의 성(聖)은 기독교의 내용을 담은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네 가지 큰 분류로 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화가들의 그림들에 관한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각에서 표현한 그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림을 그리게 된 원 이야기는 같은데 화가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주목하는 스토리를 재구성하여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이는 대상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자신이 주목하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으며 이런 과정 속에 예술가들의 창작의 자율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뿐 아니라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읽어내는 데이도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예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빗장’이라는 그림을 읽어내는 방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 박제는 이 빗장에 대한 해설에서 그림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열정적인 사랑이 끝난 후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읽고 있으나 같은 그림 빗장을 다른 이야기로 읽는 사람도 있다. 아트파탈(휴먼아트, 2011)에서 빗장에 대해 이연식은 이제 막 사랑을 나누려는 주인공들이 빗장을 잠그려는 모습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화가의 같은 그림을 두고 읽어 내는 이야기가 차이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가인 화가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화가마다 다르듯 동일한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읽어 내고 있다. 이는 화가가 그림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그림을 대하는 관람자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어 그림을 보는 재미만큼이나 책을 읽어가는 재미가 좋다.

 

400여 페이지를 훌쩍 넘어가는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부담 없이 읽히는 또 다른 점은 선명한 도판을 보는 재미에다 저자의 개인적인 관점이 곳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유명한 화가의 작품일지라도 그 작품을 대하는 저자의 솔직한 심정의 표현이 곧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와 통하는 것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 루브르 박물관처럼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미술관이 있고 그곳이 소장하는 예술품을 관객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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