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볼프강 카이저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모르문디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괴기하고 당황스러운 것’에 대한 이해의 출발
트랜스포머, 케러비안의 해적, 헤리포터, 반지의 제왕, 미녀와 야수, 한강 등의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일까? 같은 장르로 묶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을 비롯한 많은 영화들이 컴퓨터그래픽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감독이 상상하는 세계를 만들어 낸 것과 더불어 이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에 주목해 본다. 그저 상상의 산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자동차의 로봇으로 변신,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골인간이 등장하여 사람과 싸움을 하고, 사람이 이상한 동물 모습으로 변하며, 무시무시한 괴물에서 감성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것 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경향성을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 영화 평론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나름 일정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말로 사용되는 것이 ‘그로테스크(grotesque)’라고 한다. ‘그로테스크’란 15세기 말 고대 로마의 폐허를 발굴과정에서 발견된 건축물 볼트가 동굴(grotta)과 흡사하였다. 그 벽 모양은 덩굴식물인 아라베스크에 공상의 생물, 괴상한 인간의 상, 꽃, 과일, 촛대 등을 복잡하게 결합시킨 것으로, 그 괴이함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그로테스키(grotteschi)라는 일종의 괴기취미의 유행을 낳았다. 그로테스크란 말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화에서 보여주는 괴기한 것을 그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볼프강 카이저의 ‘그로테스크’는 바로 미술과 문학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경향성을 분석하며 ‘그로테스크’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그 변천과정을 살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로테스크’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를 구분하고 있다. 16세기와 질풍노도 시대에서 낭만주의 시대에 걸친 시기 그리고 20세기를 그로테스크의 시대로 꼽는다. 이렇게 구분하는 시각은 이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경향성에 주목한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세계관에 대한 믿음, 안전한 세계 질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던 때’라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을 바탕으로 저자는 미술과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그로테스크’적 요소를 찾아내 분석하고 그것이 그 시대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우선, 미술 분야에서는 피에로 데 코시모, H.보스, 그뤼네발트, 라블레 등의 작품에서 보이는 정체 모를 괴물이나 괴수가 인간을 위협하고 농락하고 살해하며, 악기가 거꾸로 인간을 연주하고, 거지와 불구자나 망령의 무리들이 득실거리고 있으며, 합리적인 질서나 관념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적나라한 자연의 마력과 다시 대결하는 등의 그야말로 괴기스러운 모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 카이저가 주목하는 분야는 문학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포, 호프만, 에드거 앨런 등의 작품에 낭만적인 괴이한 환상이 자주 나타나는 경향성이나 19세기 후반의 보나벤투라, 로트레아몽의 문학 등에서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현대의 연극, 공포소설, 언어유희, 서정시, 초현실주의 회화와 그래픽 미술 등의 작품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소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던 것이 별안간 낯설고 섬뜩하게 다가올 때의 갑작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그로테스크의 일차적 본질’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미지의 무엇을 구체화한 것’이며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테스크’ 낯선 단어가 주는 당황함을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기에 그렇겠지만 만만치 않은 내용 또한 어려움을 주는 요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