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일어나 난로에 불을 붙인다. 처마 밑 곶감 하나를 따서 오묘한 맛을 음미하며 뜰을 거닐어 본다. 차가움이 주는 맑음이 좋다. 물을 끊여 차를 내리고 앉았다. 작은 창문으로 모월당 한가운데로 들어온 볕이 모과향을 깨우는 시간을 함께 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편, 정미현 역, 황소걸음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년)의 일기가 바탕이 되었다. '소로와 나무의 깊은 관계'를 탐구한 리처드 히긴스가 소로의 일기와 짧은 에세이 가운데 100편을 엄선해 이 책을 엮었다. 허버트 웬델 글리슨의 사진 6컷, 자신이 찍은 사진 72컷을 붙였다. 소로가 직접 그린 스케치 16점도 들어 있다.

"어떤 장소가 특별한 까닭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되는 방식 때문이다."

"나무를 느끼는 그의 명민한 지각력, 나무가 그에게 전하는 기쁨, 나무에서 그가 발견한 시적 감흥, 나무가 그의 영혼을 살찌운 과정"을 찾아간다.

나무로 대변되는 소로와 하긴스의 '자연과의 교감'에 주목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小窓多明 使我久坐 소창다명사아구좌'

여기 저기 춥다는 호들갑이 무색하리만치 포근한 날이다. 볕도 좋고 하늘도 맑아 그 온기를 누릴만 하다.


"작은 창에 볕이 많아,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제주도에서 오랜 귀양살이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초당을 짖고 살면서 쓴 현판이라고 한다. 책상 하나 놓인 방안으로 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 볕이 고마워 꼼짝안고 앉아 있는 정경情景이 눈에 들어온다. 복잡한 심사야 어찌되었건 적막을 누리는 마음에 공감을 한다.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덩달아 맑아진다. 지금 이 날씨와 잘 어울리는 글귀라 읽고 또 읽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다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날 농사꾼 아우가 무심코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 한가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 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려라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

*정진규의 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다. 북쪽을 등지고 볕바리기를 한다. 차가운 겨울날 볕좋은 오후에 잠깐의 여유를 누리는 방법 중 하나다. 품은 온기를 안고 일어서며 다시 읽는다.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나는 무엇을 살려내고 싶은 것일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반가운 달이 반긴다. 더하거나 빼거나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달이다. 품을 키워가는 달이 딱 생각하는 그 만큼 부풀어 올랐다. 

초엿새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