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스러웠던 태풍이 안좋은 뒷끝을 남기고 떠나온 바다로 돌아갔다. 자연의 혹독한 시련 앞에 망연자실 손을 놓기도 하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온기다. 

물러간 태풍의 여운이 낮은 구름으로 남았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마알간 하늘이 보인다. 볕이 좋아 물폭탄 맞은 벼들도 한숨 돌릴 수 있을듯 하여 다행이다.

갖 피어난 꽃이 미처 향기를 보내기도 전에 나무와 이별을 한다. 나무는 강렬한 향기로 스스로를 알린다. 가을을 건너는 이는 향기를 나누거나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나무 소반에 옮겼다. 매년 나름의 절차를 치루며 거르지 않고 있다.

비로소 가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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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즐거움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기회는 인생 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値會心時節 逢會心友生 作會心言語 讀會心詩文 此至樂而何其至稀也 一生凡幾許番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최상의 즐거움이 어디 따로 있을까. 절정의 순간이다라는 것은 언제나 과거의 일이다.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는 것이기에 늘 아쉬움만 남는다. 

일상에서 누리는 자잘한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쌓여 그 사람의 삶의 향기를 결정한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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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초'
붉다. 그 붉음이 과하다고 느끼기 전에 이미 마음에 파고들어와 동화시키기고도 능청스럽게 딴청을 부린다. 긴 목을 세워 하늘 향해 펼친 꽃잎에 불 밝히듯 심지를 두었다.


토방끝자락에 늦여름부터 보이기 시작한 가느다란 줄기에 잎이 나고 더디게 뻗어가는 모습에서 저리 붉디붉은 기운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기다린 보람이 붉게 타오른다.


'유홍초'는 아메리카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심어 기르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물체를 왼쪽으로 감으며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며, 잎몸은 여러 갈래로 깊게 갈라진 빗살 모양이다.


꽃은 7~8월에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대 끝에 1개씩 달리며, 붉은색 또는 흰색을 띤다. 꽃받침은 꽃이 떨어져도 계속 붙어 있다.


둥근잎유홍초와 구별하기 위해 새깃유홍초라고도 부르기도 하지만 '유홍초'가 정명이다. '영원히 사랑스러워'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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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노랫말이 있다. 한 노래의 가사이고 그것도 앞뒤 가사는 잘라먹고 극히 짧은 대목만 무한 반복된다. 이렇게 멜로디와 가사만 떠오를뿐 가수도 제목도 오리무중일 때는 난감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해도 좋다.

"시간이 멈춘 듯 생각도 멈춰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우여곡절 끝에 찾은 마시따밴드의 '나는'이라는 노래의 일부다. 음원을 찾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듣지만 그 짧은 부분의 가사에 몰입되어 무한 반복적으로 중얼거릴 이유는 결국 알 수가 없다. 읊조리듯 편안한 멜로디에 노랫말 역시 억지를 부리지 않은 편안함으로 가끔 찾아서 듣는 밴드의 노래다.

집을 나서기 전 뜰을 돌아본다. 아침 햇살을 한껏 품은 홍접초다. 그 붉음의 강렬함으로 눈맞춤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그대로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

토라져 다문 입술처럼 불편한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은 모습과도 닮았다. 이럴때는 다른 수가 없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 송곳처럼 뾰쪽한 속내가 누그러뜨려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멈춰버린 시간이 무겁다.

점심 시간 짬을 내 뚝방을 걸었다. 시들어가는 꽃들 사이로 새롭게 피는 꽃이 제법 있다. 일찍 단풍든 벚나무 그늘에 앉아 '나는'이라는 노래에 온전히 들어본다. 

이 노래를 떠올리는 것이 이제 가을 속으로 들어왔다는 신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는다. 

https://youtu.be/7m4tUs6jv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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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왕도 익산, 그 미완의 꿈
-이병호, 책과함께


내게 익산은 왕궁리 5층 석탑으로 먼저 떠오른다. 왕궁리 5층 석탑(국보 제289호)은 담양 학선리의 개선사지석등(보물 제111호)과 나주 불회사 대웅전(보물 제1310호)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문화재다.

이 책은 "일본인 관학자들에 의해 익산의 근대적 문화재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10년부터,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준공식’이 있은 2019년 현재까지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제석사지, 쌍릉 등 익산의 주요 유적과 그곳에서 출토된 문화유산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통해 ‘익산을 낳은 백제’ ‘백제를 품은 익산’을 대면해보는 책이다."

옛 백제의 땅에서 나고 자란 후손으로 백제의 유서 깊은 익산을 '무왕과 왕궁리, 선화공주와 미륵사'를 중심으로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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