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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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추사를 만난다

글씨금석학고증학그림주역차 이 모든 것의 공통분모에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있다.우리나라 사람으로 추사 김정희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막상 추사 김정희하면 무엇을 이야기해야하는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완당평전을 출간 후 다시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 추사의 전기를 쓴 저자 유홍준은 이 책의 이 말로 머릿말을 산숭해심山崇海深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로 마무리 한다한마디로 추사의 삶을 요약하는 말로 이해된다.

 

유홍준이 들려주는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책 '추사 김정희'는 어쩔 수 없이 더디게 읽고 일부러 느리게 읽었다저자의 전작완당평전과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등으로 영역을 달리하여 접근하는 몇몇 사람들의 시각에 의지한 채 만났던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일천하다.

 

전공자가 읽으면 학술이 되고 일반 독자가 읽으면 문학이 되는’ 교양서로 추사 김정희 일대기를 담은 것이라는 이 책에는 저자의 김정희 연구에 쏟은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인다일대기를 조명한다는 것과 남긴 예술세계를 비롯하여 학문적 업적을 밝히고 기린다는 것이 서로 조화를 이뤄 추사 김정희를 이해하는데 한층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 책을 더디고 길게 읽었던 주요한 이유는 수록된 수많은 글씨와 편액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했기 때문이다.그 중에서 유독 오랜 여운을 남기는 것이 '유재'글씨가 주는 느낌과 그 의미를 풀어내는 글이 모두 좋다. '유재留齋', '남김을 두는 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유재留齋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화로움으로 돌아가게 하고녹봉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내 복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자손에게 돌아가게 하라.

留不盡之巧以還造化留不盡之祿以還朝廷留不盡之財以還百姓留不盡之福以還子孫

 

추사 김정희가 제자로 이조참판을 지냈던 천문학자 남병길(18201869)에게 그의 호인 '유재'를 써준 현판이다유재의 출전은 명심보감 성심편으로 그 내용이 아주 좋아 옛 선비들이 달달 외우던 글귀 중 하나였다고 한다이 유재를 결과로 판단하기보다는 출발과 과정의 마음가짐으로 이해한다면 추사로 나아가는 한걸음 더 걸어간 듯싶다살아가는 동안 시간과 공간에 머무르는 것에 남김의 여유를 챙길 수 있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더해갈 기회가 아닐까盡 속에 유가 있어 성이 머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유홍준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책장을 열었고 여전히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책장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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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을 내다'
들고 나는 숨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풍경을 울려 먼 곳 소식을 전하려고 오는 바람의 길이고,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물방울이 스며들 물의 길이다. 저곳으로만 직진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가고 오는 교감의 길이며, 공감을 이뤄 정이 쌓일 여지를 마련하는 일이다.


내다 보는 여유와 들여다 보는 배려가 공존하고, 누구나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지만, 마음을 내어준 이에게만 허락된 자리이기도 한ᆢ.


'정情이 든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내 마음에 구멍을 뚫어' 그 중심에 그대가 정착할 터전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 창窓에 드림캐쳐Dreamcatcher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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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수정초'
가까이 두고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못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고도 때를 놓치거나 사정이 있어 못보게 되면 몹시도 아쉽다. 비교적 가까이 있어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습기를 많이 품고있는 건강한 숲에서 봄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려는듯 불쑥 솟아난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멈칫거리듯 조심스런 모습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는듯도 하다.


나도수정초는 부생식물이다. 부생식물이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그래서 옮기면 죽는다.


나도수정초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수정난풀이 있다. 피는 시기와 열매의 모습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수정난풀을 보지 못했으니 구분할 재간도 없지만 곧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수정처럼 맑은 모습에서 이름도 얻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숲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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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꽃시'
-김춘남 외 99명, 김용택, 마음서재


100명의 어머니가 쓰고 김용택이 엮다.
"가난해서, 여자는 학교 가는 거 아니라 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이름 석 자도 못 써보고 살다 가는 줄 알았는데, 황혼녘에 글공부를 시작하니 그동안 못 배운 한이 시가 되어 꽃으로 피어났다. 손도 굳고, 눈도 귀도 어둡지만, 배우고 익히다 보니 이제 연필 끝에서 시가 나온다."


'엄마의 꽃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가운데 엮었다. 시 한 편 한 편에 김용택 시인의 감성을 덧붙여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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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낮추고,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샛길을 걷고, 잠깐의 평화로운 순간을 위해 일찍 길을 나서며, 냇가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하며,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스치는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를 멈추는 것ᆢ.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목하는 것, 마음이 이끄는대로 길을 벗어나 보는 것, 무엇이든 마음에 들어와 시선이 머무는 순간 걸음을 멈춘다.


쉽지는 않지만 못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세상을 조금 낯설게 보고자했던 이런 시도가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이면 만족한다. 이기심의 극치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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