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을 읽는 아침'
-조용헌 저, 백종하 사진, 알에이치코리아(RHK) 

'조용헌의 사찰기행',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방외지사',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의 명문가' 등으로 만났던 저자의 새 책이다. 저자 만의 독특한 관심분야와 그 분야를 바로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조용헌은 때로는 장자의 가르침을 빌려 그림자와 발자국을 쉬게 할 것을 권하고, 때로는 고립감 속에서 비렁길을 걸으며 근심 걱정을 잊으라 한다. 혼일昏日에는 역사서를 읽으며 인간사의 판례를 살피고, 비관적인 마음이 들 때는 그림을 보며 마음을 밝게 한다. 장작 한 개비, 음식 한 점도 그에게는 사유의 대상이다. 태산, 항산, 천문산, 북망산 등, 천하의 명산을 주유하면서는 장엄한 풍광 속에서 엄중한 기풍을 새기고, 심신을 충전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조용헌 살롱'의 글을 모아 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월의 숲이다. 짙어지는 녹음 속으로 아직은 부드러운 햇살이 만나 꽃으로 피어난다. 잎과 햇살 사이를 부지런한 바람이 길을 터주고 있다. 숲이 주는 다독거림이 여기로부터 출발하며 숲으로 옮긴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당한 그늘에 아무 곳이나 주저앉아도 좋다. 그렇게 멈춘 걸음에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가슴에 품어 그 싱그러움을 채워둔다. 

마주본 빛이 나를 통과하는 동안 나도 빛으로 빛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쩌면 하루의 마감이
이다지도 고울 수 있을까

지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동안

나도 환한 
마음의 빛으로"

*정연복 시인의 '노을 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구름마져 하늘로 스며들어 자취를 감춘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도록 시리더니 이리도 고운 빛을 보여주려고 그랬나 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피어 순간을 머물다 사라지기에 더욱 붉어지나 보다.

노을 꽃이 제 아무리 크다고 한들 사람을 담아 저절로 붉어지는 마음보다 더 클리는 없다. 노을 앞에선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큰 꽃 노을까지 품었으니 이제는 더욱더 깊고 넓게 붉어질 일만 남았다.

느긋한 반달이 떠서 아득한 봄밤이 점점 더 붉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추나무'
고개 숙이고 버거운 걸음으로 숲길을 걷다 은근하게 다가오는 향기를 맡으며 발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눈에 익숙한 꽃을 찾는다. 이렇게 향기로 먼저 다가오며 존재를 알리는 식물들이 많다. 눈보다 코가 먼저다.


순백의 하얀꽃이 가지끝에 모여 피었다. 열릴듯 말듯 향기를 전하는 모습이 나이 먹어도 여전히 수줍은 여인을 닮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향기가 일품이다. 나무 하나가 많은 가지를 내어 풍성한 모양의 꽃을 볼 수 있다.


고추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잎이 고춧잎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보다는 잎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한', '의혹', '미신'이라는 꽃말 역시 꽃이 가진 이미지와는 달라 이유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군가의 뜰을 거닐다 구석진 자리에서 인형을 발견하고는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 여행길에 마을 풍경이 마음에 들어 선듯 대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리산 형제봉 아래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감나무밭 한구석에 살집을 마련하고 뜰을 가꾸며 산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나무를 만지는 남편과 바느질과 수를 놓는 아내의 꿈이 영글어가는 뜰이다.


주인을 닮았다. 선한 눈매에서 연신 피어나는 미소가 자연스럽다. 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이의 넉넉한 마음이 베어나는 것이리라. 가난한 꿈일지라도 꿈꾸는 삶이란 이런 얼굴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피어나는 미소가 인형을 닮아간다.


새소리에 눈을 떠서 산을 넘어온 해와 마주하고 심호흡 하며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어쩌면 삶이란 거창한 철학적 명제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름도 묻혀버린 5월의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도록 시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표맥(漂麥) 2017-05-23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모습으로 살고팠는데... 현실은... ㅠㅠ... ^^

무진無盡 2017-05-24 21:14   좋아요 1 | URL
늘 가능성은 열려 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