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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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당시에 손이 가지 않았던 서유미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를 뒤늦게나마 읽어 보았습니다.
첫 소설집이었던 「당분간 인간」이후 약 6년만에 나온 두 번째 소설집이고 저번 소설집에는 실리지 못한 2편의 단편이 있었는 데 이번에는 3편의 단편을 덜어내셨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했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었는 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200쪽도 되지 않는 책을 13000원에 판매한다는 것이 더 아쉽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서유미작가님에 대해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6편의 단편 중 (에트르)는 앞서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바통시리즈 「파인 다이닝」의 맨 마지막에 실려 있었는 데 그 때도 제게 깊은 인상을 주었지만 다시 읽어보니 더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다 아르바이트로 먹고 사는 인생이 됐지. 새로운 일을 구하고 그 곳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익힐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일하던 곳, 몸에 익힌 단순하고 얕은 기술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사회생활의 경험이라는 그럴싸하고 두루뭉술한 말로 포장해봐도 공갈빵처럼 금방 부서지고 배가 꺼졌다. 면접 보는 사람들도 나이와 이력을 확인하고 나면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왜,라거나 언제까지,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계획과 달리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다보니 취업에서 멀어졌다. 여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달리 갈 곳을 알지 못해 여기로 떠밀려온 사람의 몸 안에는 낭패감이 두텁게 쌓였다.(에트르, 15쪽)‘와 같은 문장이나
‘3개월, 6개월 일하고 2주 정도 쉬는 생활을 하다보니 서른살이 돼버렸다. 휴대폰 매장과 까페, 옷 가게에서 일했지만 명함 한장 만들지 못하고 이력서에 적을 경력도 변변치 않다. 찡이나 나나 근면 성실했지만 그건 자랑도 자부도 되지 못했다.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었다. 주의 사람들도 다 시간을 쪼개고 욕망을 유보하며 살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왔는데도 서른살의 겨울을 생각하면 인생을 대충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초라했다.(에트르, 19쪽)‘같은 문장을 보며 곧 다가올 서른살의 겨울이 생각하면 벌써부터 시려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개의 나날)의 가출하여 성매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삐끼로 하루를 연명하는 조보다 덩치가 크지만 항상 조의 시다바리역활을 하던 나의 ‘어둠이 뼛속까지 내려앉은 뒤 일당을 주머니에 구겨넣으며 내일은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방에 돌아가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다 잠들 것(개의 나날, 65쪽)‘이라는 예감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은 강한 예감도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아내를 눈을 피해 오늘도 담배를 피는 남편(휴가)이나 설악산에 간 남편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증발되어 아직까지도 소식을 듣지 못한 중학교 사회 교사인 아내(뒷모습의 발견), 아내와 이혼 후 24시간 사우나에서 집이 팔릴 때까지 숙식을 해결하는 남편(이후의 삶), 마지막에 실린 (변해가네)의 치매를 앓은 어머니와 그의 늙은 딸까지......
6편밖에 실리지 않았지만 6편모두 제게 깊은 인상을 주어서 당분간 제 머리속에서 망각되지 않고 둥둥 떠다닐 것 같습니다.
덜어낸 3편도 궁금하지만 앞으로 나올 서유미작가님의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서유미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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