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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람이어라 ㅣ 한국희곡명작선 97
도완석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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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하늘 바람이어라>는 고려 명종 때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1176년에 일어난 ‘망이•망소이의 난‘이 자리하며, 당시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정중부를 필두로 한 무신들의 폭정을 척살하고자 경대승이 일으킨 1179년의 기해정변이 곁가지로 자리한다.
역사적 이야기의 희곡은 읽는 재미 뿐만 아니라 미쳐 잊고 있었던 역사를 다시금 기억케 하거나 몰랐던 역사를 제대로 되새기게끔 한다. 특히 희곡은 역사 교과서와 같은 지식적 전달을 넘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화를 가능케 함으로써 역사를 보다 실제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힘도 가진다.
이것이 희곡, 특히 역사적 이야기를 전하는 희곡을 읽는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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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하늘 바람이어라>는 짤막한 16개의 장면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발빠른 장면 전환을 위해 작가는 회전무대를 제시한다. 또한 특이한 점은 정작 최소 29개의 배역을 단 9명의 의해 연기되어지도록 배우의 수를 한정지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자신의 희곡이, 특히 세상에 기억되길 원하는 역사적 이야기가 쉬이 공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30여 명의 배우를 동원하려면 제작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배우 수 뿐만 아니라 그만큼 따라야할 무대의 크기나 그 무대를 채워야 할 기술적 장치의 규모 또한 적지 않을 테니 그에 준하는 제작비는 그만큼 큰 규모여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9명의 배우라면, 이도 열악한 극단에서는 만만찮겠지만, 공연화를 고려해 볼만할 것이다.
다만, 9명의 배우로 극의 스피디한 전개와 임펙트한 장면을 구축하려면 마땅히 재능 있는 연출력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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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승
정녕 그대는 이 봉기가 성사될 것이라 믿었더냐?
-망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지는 거사에 대한 성사여부에 대해선 단 한번도 욕심을 내본 적이 없었시유! 오로지 천것이라 불리는 지들 소사람들의 굶주림을 면해볼라고 빼앗긴 양식을 도로 찾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상 좀 만들어 달라고 고함을 친 것 뿐잉께요. 그게 다였시유.
-경대승
그래? 그래도 조정의 항거는 국역이오 반역인줄 몰랐드란 말이냐?
-망이
배움이 없응께 알 턱이 없지유. 긍께 마라서 우덜 천것들 한테도 글을 갈켜주고 배움을 주셨더라면 세상이치의 옳고 그름을 진즉 알았을 거이고 또 천것들 풀뿌리 캐먹는 양식 그거시 뭐 그리 대단타고 때리고 짓밟붐서 빼앗아 갔는지 몰라도 그런 일만 없었어도 이런 사단은 없었겠지라!
---------- 장면 15 中에서 (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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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는 무엇일까?
역사적 사건일까? ‘망이•망소이의 난‘처럼 역사적 사건,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정작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사건 속에서 숨쉬고 있었던 이들, 즉 ‘사건‘이라기 보다는 ‘사람‘일 것이다.
특히 사건에 가려져 이름조차도 기억되지 못한 채 잊혀져 간 사람들,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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