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대디 한국희곡명작선 124
정재춘 지음 / 평민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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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대디
#정재춘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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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인간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고민거리다. 특히 그 정체성이 性과 관련을 맺을 경우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파장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 정체성에 대해 폐쇄적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며 그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려는 부류도 있지만, 당장에 퀴어축제가 지자체장에 의해 또는 특정 세력들에 의해 저지 당하거나 비난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그 말은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나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니, 나아졌다는 판단을 하는 자체가 이미 차별과 편견이 만연함을 자인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사람, 즉 한 개인의 개성과 특성이 철저하게 외면 당한다. 오직 그들의 다름이 틀린 것, 나쁜 것, 옳지 못한 것의 판단 기준이 되거나 다름의 행위와 결과만을 놓고 차별과 편견으로 지탄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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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희곡 <미스 대디>는 주목할 만하다. 그 이유는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가장 인간적인 면에서, 더욱이 지탄과 갈등의 대상이 아닌 화해와 화합이라는 희망적인 언어로 다뤘기 때문이다.

희곡은 명예퇴직을 하게 된 아버지 박석구가 여자로 살아보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밝히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극작가 정재춘은 성 정체성의 문제를 한 가족 안에서 풀어내고 있다. 부부 간의, 부모자식 간의 이야기로 성 정체성을 건드린 것이다. 가족의 이해가 아니라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풀 수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희곡에서는 일단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면을 전혀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성 소수자라는 특별 개념으로 성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한 남자가 여성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의 접근으로 보다 인간적인 면을 통해 그의 가족 안에서 그 문제를 풀어갈 뿐이다.

희곡은 갈등 구조를 심화하기 보다는 가족 간의 화해와 화합이라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정감있고 따뜻하게 풀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소 유토피아적인 분위기가 강하지만, 가족이란 것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유토피아적인 곳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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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성 소수자... 이 단어가 성 소수자로 묶어버린 사람들을 얼마나 차별과 편견으로 몰아 세우고 있는지를... 성 소수자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몰아넣고 지속적인 낙인찍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단어에 불과할 뿐이라는 시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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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한국희곡명작선 127
김인경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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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쟁이유씨
#김인경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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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긴 누구나 마찬가지지.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죽는 거만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건데 말야. 아등바등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면 뭐할껴? 결국모두 다 송장으로 마감하는 인생인걸. 언제든 후회 없이 죽을 준비를 하면서 실면, 그만큼 자기 인생에 더 진지해지게 될 텐디. 사람들... 참 어리석어.
------‐------------------------- ( 16쪽 )

......

✏️
참으로 유명한 희곡이다. 아니, 연극으로 더 유명하다. 보통 연극으로 기억해도 희곡으로는 기억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은 문학작품으로서의 희곡을 먼저 접하지는 않는다. 연극으로 상연되는 희곡을 만날 뿐이다. 아쉽지만 연극으로 상연된 후에도 희곡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요는 극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되지 못한다는 불편한 사실...

그렇더라도 요즘 희곡 출판물의 소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 증가폭이야 미미하긴 하지만, 유의미한 분위기로 볼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 영향으로 연극 공연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고 그 틈을 낭독극 문화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그런 유의미한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
희곡 <염쟁이 유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염을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유씨 : (상략) ...... 내가 왜 자네한테 연락을 헀느냐면, 오늘 하는 염이 내 마지막 염이거든. 왜냐구? 뭐 그냥 이제 근력두 딸리구. 이번 염을 앞두니께 당체 심사가 아제러워서... 너무 많이 캐묻지 말어. 아무튼 그러자고 맘을 먹으니께 가슴 한켠이 썰렁하니 그러드라구. 그러니 누구한테라두 마지막 염을 보여주면 좀 낫것다 싶은데, 그때 따 자네 생각이 나더라구. 가만있자. 헌디, 자네 이름이 뭐라구 했더라? ------ (8~9쪽)

유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집안의 일인 염을 이제 끝내려고 한다. 유씨가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염이 이 희곡 전반적인 내용이고 그 염의 대상이 반전의 대상이다.

✏️
이 희곡은 모노드라마, 즉 1인극을 위해 쓰여졌다. 단 한 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좌지우지하듯 이끌어가며 극의 내용을 개진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염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를 제대로 풍자하기까지 한다.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여유가 없을 정도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됨은 물론 가슴 저리도록 아픈 사연이 반전까지 이루며 그야말로 제대로, 아니 너무나도ㅜ잘 쓴 희곡의 면모를 보여준다.

희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나다. 희곡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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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한국희곡명작선 127
김인경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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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유씨
#김인경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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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긴 누구나 마찬가지지.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죽는 거만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건데 말야. 아등바등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면 뭐할껴? 결국모두 다 송장으로 마감하는 인생인걸. 언제든 후회 없이 죽을 준비를 하면서 실면, 그만큼 자기 인생에 더 진지해지게 될 텐디. 사람들... 참 어리석어.
------‐------------------------- ( 1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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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유명한 희곡이다. 아니, 연극으로 더 유명하다. 보통 연극으로 기억해도 희곡으로는 기억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은 문학작품으로서의 희곡을 먼저 접하지는 않는다. 연극으로 상연되는 희곡을 만날 뿐이다. 아쉽지만 연극으로 상연된 후에도 희곡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요는 극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되지 못한다는 불편한 사실...

그렇더라도 요즘 희곡 출판물의 소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 증가폭이야 미미하긴 하지만, 유의미한 분위기로 볼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 영향으로 연극 공연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고 그 틈을 낭독극 문화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그런 유의미한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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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염쟁이 유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염을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유씨 : (상략) ...... 내가 왜 자네한테 연락을 헀느냐면, 오늘 하는 염이 내 마지막 염이거든. 왜냐구? 뭐 그냥 이제 근력두 딸리구. 이번 염을 앞두니께 당체 심사가 아제러워서... 너무 많이 캐묻지 말어. 아무튼 그러자고 맘을 먹으니께 가슴 한켠이 썰렁하니 그러드라구. 그러니 누구한테라두 마지막 염을 보여주면 좀 낫것다 싶은데, 그때 따 자네 생각이 나더라구. 가만있자. 헌디, 자네 이름이 뭐라구 했더라? ------ (8~9쪽)

유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집안의 일인 염을 이제 끝내려고 한다. 유씨가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염이 이 희곡 전반적인 내용이고 그 염의 대상이 반전의 대상이다.


✏️
이 희곡은 모노드라마, 즉 1인극을 위해 쓰여졌다. 단 한 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좌지우지하듯 이끌어가며 극의 내용을 개진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염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를 제대로 풍자하기까지 한다.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여유가 없을 정도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됨은 물론 가슴 저리도록 아픈 사연이 반전까지 이루며 그야말로 제대로, 아니 너무나도ㅜ잘 쓴 희곡의 면모를 보여준다.

희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나다. 희곡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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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전설이다 한국희곡명작선 128
양수근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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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전설이다
#양수근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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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미술품을 소장하던 시대가 가고 부자들이 극작가의 희곡을 소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프랑스 왕립박물관 증축과정 중, 지하창고에 매장 되어있던 ‘오이디푸스왕‘ 초판본이 발견됐다.

이 작품은 2천 500년 전 그리스 비극의 대가 소포클레스가 나무껍질을 깎아 직접 쓴 것으로, 경매가가 무려 10조원을 넘으면서, 희곡 한 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극작과나 문예창작학과 희곡 전공이 의대 수능보다 점수가 높은 세상. 그야말로 신춘문예 희곡 당선만 되면 삼대가 풍족하게 먹고 사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한 극작가, 그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칠성급 호텔에서 글을 쓴다. 또 한 남자, 극작 작품을 부호들에게 중개하고 그 수수료로 먹고 사는 드라마딜러가 등장한다.

딜러는 회장님이 전설의 작품을 기다린다며 원고를 독촉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고물장수 소리가 들리면서 작가는 밤새 극단 연습실에서 술에 취해 꿈을 꾼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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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2022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극단 씨어터 연바람이 공연했을 당시 소개한 희곡 <나는 전설이다>의 시놉시스다.


✏️
황당할 만큼 웃기고 재미있는 꿈 이야기가 곱씹을수록 가슴을 참 먹먹하게 만드는 희곡이다. 극작가가 전설이 되는 세상, 비록 꿈 속에서나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현실 자각에 슬프기 짝이 없다는 걸.

희곡을 쓰는 가난한 극작가,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또 가난한 연출가. 그들이 그럼에도 연극을 놓지 못하는, 끝내 놓지 않는 그 열정을 그 누가 알아줄까?


✏️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양수근은 말한다.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과연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가.
(중략)
전설로 남고 싶은 극작가와 연출의 이야기. 황당하고, 웃기고, 그러다가 쓰리고 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애환을 풍자하고 싶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우리는 돈과 물질의 좀비, 탐욕의 좀비, 권력의 좀비가 되어 그 누구도 좀비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떠한 유혹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가 곧 전설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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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탐한 대가 한국희곡명작선 89
김성진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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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탐한대가
#이를_탐한_대가
#김성진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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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은 수식어로 미화하기에 미안할 만큼 잘 쓴 작품을 만날 때면 간혹 일종의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불끈 솟아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탓에 잘 쓰는 작가에게 미운 마음으로 존경심을 대신하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치르게 된다.


극작가 김성진은 내게 그러한 작가가 되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평민사의 한국희곡명작선을 통해 만난 <가족死진>도 그렇고, <소년공작원>도 그랬듯이 그의 작품에서 애써 지적할 만한 군더더기를 찾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헛수고이자 속된 말로 뻘짓에 불과할 뿐이다.


유독 극작가 김성진 뿐이겠는가 마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글을 잘 써도 너무 잘 쓴다. 그들이 훗날 중년이 되고 노년에 이르러 철학적 깊이가 제대로 곰삭으면 얼마나 찬란한 작품이 탄생하게 될까? 그런 날을 함께 누릴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이 못내 속이 쓰리다.



✏️
희곡 <이를 탐한 대가>는 SF적인 작품이다. 단 두 명만 등장하는 에 작품에서 32세의 이수한과 45세의 탐은 냉동인간 실험 제의에 응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냉동인간으로 100년의 시간을 보낸 후 깨어나는데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테이블 위의 페이퍼 뿐이다. 그리고 그 페이퍼에 적힌 내용을 이수한이 읽는다.


📖 13쪽
이수한
(읽으며) 2121년, 잠깐만 2121년? 그렇지. 튜링테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로 토론을 통해 두 존재 가운데 인공지능을 찾아내시오. 15분마다 시련이 있을 예정이오니... 폭력과 살인을 포함한 모든 행동이 용인됩니다. 단, 본인을 해할 수는 없습니다. 자해와 동시에 실험은 종료되며, 두 존재 모두 사회로 나갈 수 없습니다. (탐을 보며) 이게 무슨 소리야.


둘 중에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AI인데, 둘이 토론을 해서 AI를 찾아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며, 결국 살 길을 찾으라는 말이다.


참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냉동인간으로 100년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느닷없는 실험체가 되어 난감한 시험과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게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니...


이수한과 탐, 이 둘이 펼치는 토론이 이 작품의 주요 흐름을 장식한다. 그 토론을 보고 듣는 재미는 두 인물의 개인적, 상호적 양가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서로를 속이는 과정 속의 긴박함이다.


과연 누가 인간이며 누가 AI인가? 그 둘의 정체를 무엇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
인간적?
사전적 의미 : 마음이나 됨됨이, 하는 행동이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맞는 것

‘인간적‘이라는 의미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단어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적‘이 따라 붙으면 비범함으로 바뀌는 묘한 법칙이 있다.

국문학(특히 문법)적 이해를 해야할 지, 철학적 이해를 해야할 지... 아니면...?

자주 경험하는 바이지만, 우리말은 사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무튼, 희곡 <이를 탐한 대가>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인간적‘이다.


당신에게 있어 ‘인간적‘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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