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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이 세계 속에서 경제는 그동안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부를 누리는 사람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좀 더 좋은 것, 멋있는 것, 진귀한 것 등도 속속 등장하고.. 이렇게 세계 평균적으로 봤을 때 모든 사람이 잘 살게 되었다라는 말이 이제는 진부하게 들릴 정도다.
하지만, 경제는 더더욱 성장하고 통화량은 점점 커지고 하면서 세상은 발전을 거듭한다지만, 과연 지금 세상을 '빈곤 없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질병 때문에 죽어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날로 확대돼 가진 사람은 더 먹으려 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더욱 못먹게 되는 현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의 절대적 빈곤이 나아졌다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빈곤 국가들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이러한 세계의 모습에 대해 당당히 '빈곤의 종말'을 선언한 작가가 있으니, 바로 「빈곤의 종말」을 쓴 '제프리 삭스'다. 스스로 여러 실험과 연구를 거쳐 절대적 빈곤의 종말을 위해 애쓰고, 현장에서 그 나라의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들을 내놔 도움을 주며, 나아가 2025년까지 절대적 빈곤의 종말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제안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말이지 아무리 한 개인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는 그래서 우리가 몰랐던 세상 속 빈곤 실태에서부터 소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국제 기관이라는 IMF와 세계은행의 잘못된 점, 빈곤 퇴치를 위한 초국가적 노력 현황 등을 소개한다. 또한 자신이 직접 현장에 투입돼 경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볼리비아, 폴란드, 러시아, 중국, 인도, 케냐 등의 사례를 인용하며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상대적 부국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빈곤의 종말을 위해서는 전 세계 국가, 기관, 정부, NGO 및 개개인 등 모두가 동참해야 함을 호소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글은 명쾌해서 좋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2025년에는 절대적 빈곤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대전제를 여러가지 사례와 통계, 전문지식 및 경험 등을 통해서 설득하는 것은 참 인상적이다.
특히 미국, IMF, 세계은행 및 자유주의 시장경제 등을 비판하고 ODA 등의 초국가적 노력을 끌어내는 부분은 깊이 와닿는다. ODA Watch를 하며 KOICA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ODA 또는 Aid라고도 풀이되는 대외원조, 빈곤의 종말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삭스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것들의 그 내면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왠지 모르게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우선 ODA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의 대외원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는 왠지 공여국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측면을 취한다. 미국이 대외원조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미국에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대외원조는 순수히 빈곤 퇴치와 불평등 개선을 위해서 행해져야 함에도 노골적으로 공여국의 이익을 거론하는 삭스의 발언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그가 주장하는 발전이라는 게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저명한 경제학자이고 실제로 여러 나라의 경제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반드시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서 빈곤이 없어져 간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GDP, GNI 등 가시적 경제지표는 늘어났을지 몰라도, 막상 원래 부자였던 사람만 더 잘 살게 되고 가난했던 사람들은 더욱더 빈곤에 처하게 되는 현실이 얼마나 많은가. 따지고 보면 상대적 빈곤의 격차는 더 커졌을텐데..
이러한 우려는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나 식량 위기 등을 보면 알 수 있는 것.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빈곤한 국가는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식량 위기가 닥쳐 곡물가는 상승하고 식량을 비축한 국가는 수출을 금지하는 실태에서 식량이 부족한 나라의 서민들은 점점 굶어간다. 이 또한 빈곤의 확장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경제성장으로 그 나라가 발전했다고 확언할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요즘 세상을 보면 '빈곤의 종말은 멀기만 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애초에 빈곤의 종말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불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태초의 인간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둥의 성악설을 떠나서, 아무튼 인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고보면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도 누구는 더 착취하고 더 많이 누리고, 누구는 더 나누려하고 더 함께 하려하고, 누구는 죽지 못해 살고 평생을 병마와 굶주림과 싸우다 허무하게 죽는 세상이 참.. 서글프고 불공평한 것 같다. 오 하나님- 저들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하지만 빈곤의 종말이 불가능하게 생각된다 해도,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그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만이 희망이며, 사람들의 힘이 하나둘 모일 때만이 오늘도 빈곤의 종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만을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마더 데레사가 남긴 말씀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저희가 하는 일은 바다의 작은 물방울이지만 저희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작은 물방울마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