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옥 씨의 선물로 마주하게 된 책. 어디서 들어본듯 만듯 또렷하지는 않은 인물 '강상중'이 적은 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몸을 맡기며 자기 성찰이나 의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수인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작품. 『고민하는 힘』이다.

고민. 분명 포괄적인 의미의 '생각'이나 깊이 있는 '성찰'과는 개념이 다르게 느껴진다. 사전을 찾아보니 "마음 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이란다. 흠.. 이래서 사람들이 고민하기를 싫어하는 건가?!

그렇다면 과연 강상중 교수는 고민 속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했기에 그것이 힘이 되어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고민하는 가운데 삶에 있어서의 의미, 관계에 있어서의 참뜻을 발견하고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찾게 된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9가지 화두를 던지며 썰을 푸는 그의 이야기는 매우 호소력 있다. 그 이야기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뚱맞은 것도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음직 하고 생각해봤을법한 것들을 저자는 고민이라는 개념으로 끄집어내어 공론화시키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론화 속에 작가가 제시하는 힘이 인상깊게 전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타자와의 상호 인정을 통해서만 자아가 성립된다', '사랑은 그때그때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다', '사랑의 모습은 변한다. 사랑이 식을 것을 처음부터 겁낼 필요는 없다'는 구절은 동감을 넘어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결론은 충분히 고민하면서 뜻깊은 삶을 추구해온 사람만이 낼 수 있다고 믿기에, 이러한 해답을 발견한 그가 존경스럽다.

다만 그의 이러한 명쾌한 의견들이 얼마나 현대인들에게 영향을 줄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의 말을 벗삼아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누군가는 콧방귀를 뀌면서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라고 저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강상중 교수가 우리에게 고민하는 힘의 저력을 보여줬고, 삶의 질을 추구할수록 고민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일게다.

'당신은 뱃속까지 진지합니까?'라는 질문에 뜨끔해지는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엮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참여연대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아니 내가 참여연대 인턴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아니 내가 참여연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참여연대 내에 '국제연대위원회'가 있어서였다.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당연히 관심이 가는 분야였고, 비록 위원회 안에서 인턴을 하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내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국제연대위원회에서 야심차게 하는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아시아 생각'에서의 칼럼 모음이다.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아시아, 더 행복한 아시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기록한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살아숨쉬고, 또 글을 읽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칼럼들을 모아 엮어낸 칼럼집도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홈페이지에 칼럼이 드문드문 실리면 그때만 반짝 관심을 갖기 일쑤였는데, 이렇게 책 한권으로 모아놓으니 더 집중되면서도 관심을 넘어 행동 - 칼럼 안 내용들을 확인해보고 참여방법을 알아보는 행동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 느낀다. 유럽에 EU, 미국에 NAFTA가 있다면 동남아에는 ASEAN이 있다는 걸 아는지? 인도네시아의 손길이 지나간 동티모르에 이제는 호주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는 걸 들어보았는지? 태국과 필리핀에서 자행되는 독재는 눈치챘는지? 태국의 노동자박물관은 가보았는지?

그래, 그래도 믿는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걸. 괴롭히고 고통을 주는 것도 사람이고, 회복시켜주며 기쁨을 주는 것도 사람이지 않은가. 우리의 조그마한 관심이 후에 큰 불씨가 되어 열정으로 활활 타오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러한 열정이 실천으로 옮겨져 선(善)을 살리고 행복을 만드는 길이 되길 간절히 두 손 모아 소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
프랜씨스 무어 라페 외 지음, 허남혁 옮김 / 창비 / 200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들어 전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두가지. 바로 유가 폭등과 식량위기이다. 전체적으로 원자재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이에 따라 점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어디 하루이틀 문제랴. 예전부터 논의는 계속 되어왔던 것을. 그리고 이렇게 「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라는 멋진 책도 진작에 나왔었고 말야.

책은 말 그대로 우리가 믿음직한 가설들을 신화로 명명하고, 그러한 신화가 알고보면 잘못된 것임을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열두 가지를..ㆀ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이자 이 글의 핵심, 바로 굶주림에 대한 정의와 그 원인이다. 굶주림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완벽히 알기 힘들듯이, 굶주림도 굶주림으로 인한 고통, 슬픔, 굴욕, 그리고 공포 이 네가지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정의가 어렵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게다가 더욱 멋진 말은 굶주림의 원인이 민주주의의 부족 때문이라는 말. 즉 사회적 책임의 부족 때문에 불평등, 빈부격차가 확대되었고 이것이 굶주림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정말 그 동안 접한 논리 중 가장 명쾌한 논리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신화 하나하나를 비판해나가는 저자. 식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거짓임은 이미 알고 있고, 자연재해 역시 재해에 대한 취약성 증가가 더 문제임은 자명하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굶주린다는 어불성설도 있고. 제3세계의 인구증가에 관해서는 참 안타깝다.. ㅠ

그 밖에도 서로 간의 상충 면에서 식량과 환경, 정의와 생산, 서로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식량과 자유가 서로 충돌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또한 녹색혁명이나 자유시장, 자유무역 등 소위 경제성장의 주역들이라 불리는 것들도 오히려 굶주림의 확산에 기여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것은 굶주림이라는 키워드에 무척이나 다양한 개념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굶주림은 단순히 그 나라의 불행이고 책임이다라는 생각은 무참히 깨진다. 굶주림에는 자유시장 및 자유무역 제도의 문제가 서려 있고, 자유로서의 발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며, 진정한 경제적 민주주의 달성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협, 공정무역, 농업생태학, 도덕적인 용기 등의 대안도 나온다.

이렇게 굶주림과 관련하여 여러가지가 얽혀 있어서, 더욱 재밌고 좋았던 책이었다. 이제 현재 모습으로서의 FTA를 반대하는 논리로 굶주림을 들 수 있게 되었고, 대외원조가 어떤 이중성을 띠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왜 굶주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지, 더 나아가 지금의 식량위기는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지 등을 조금이나마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식량위기는 비단 남의 나라 문제뿐만은 아니다. 식량자급도가 떨어지고 농산물 가격경쟁력이 낮아도 아무튼 아직 먹고 사는데는 거의 대부분이 별 걱정 없는 우리나라도, 식량위기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까이는 미국 쇠고기 사태부터가 그렇고, 좀 더 나가보면 곡물값 폭등으로 인한 GMO 식품 수입 등이 그렇다. 이 때 우리가 대처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책을 읽어보았다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 소란스럽다. 대한민국은 더 시끄럽다. 왜? 바로 '먹을 것' 때문이다. 사람에게 먹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살기 위해 먹는건지, 먹기 위해 사는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고. 다 먹고 살라고 하는 짓이라는 말도;; 암튼! 요지는 사람에게 먹는다는 행위, 먹는 것, 먹을 것, 음식은 정말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먹을 것 때문에 세상이 난리가 아니다. 원자재값 급상승으로 식량이 모자란 나라에는 비상이 걸리고, 식량이 그나마 풍부한 나라는 수출문을 꽁꽁 닫았다.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급부상한 것.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먹을 것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AI는 전국으로 퍼져 닭·오리 등의 음식 매출은 뚝 떨어졌다. 게다가 식량위기를 핑계로 옥수수 등 GMO 작물까지 들어온댄다.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의 음식 상황은 '최악'이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라고 해서 절망만 하고 있으면 안되겠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직접 행동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여기, 지금의 이러한 난리를 그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바라볼 학자가 쓴 책이 있다. 침팬지 연구가로 알려진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이다.

우선은 누구나 가질법한 궁금증. 침팬지를 평생 연구한 사람이, 갑자기 왠 음식에 관한 책?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가 이 책을 쓴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침팬지를 사랑한다는 것은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어떤 것을 어떻게 먹는 게 진정으로 잘 먹는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므로 음식 문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 관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녀가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웰빙바람부터 해서 지금의 이러한 식량위기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관한 여러 이슈들이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에 대안까지 제시되어서. 마치 그녀가 미래를 예측이나 한듯 문제들을 정확히 집어내어 조목조목 거론하고 비판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게 참 존경스럽다. 그래서 참 배울 게 많다.

예를 들어 GMO식품을 놓고 봐도, 책에는 GMO가 나타나게 된 배경부터 역사,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한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대처 방안까지가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얼마나 친절한 구달씨인가!ㅋ 그녀 덕분에 나도 GMO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얼마 안되어 우리나라에도 GMO가 들어온다는 말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 것이다. 정말 아는 것이 힘인 것 같다.    

또한 이 책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채식주의자가 되어볼까?'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도 최근에서야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몇명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한 친구가 말한 '과연 우리 인간이 동물을 먹을만한 권리나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라는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히 제인 구달이 이야기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많은 동물들이 인간이 먹을 음식을 위해 희생된다, 그것도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태어나면 정말 말도 못하게 취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그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다가 나중에는 인간에 의해 허무한 죽임을 당하고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불쌍하다거나 안타까운 감정을 떠나서, 이건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다시 돌아와 인간의 음식에 대해 말한다면 이건 참 쉽지 않은 문제다. 동물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살다 죽임을 당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고기를 먹지 말자?! 아니면 고기를 먹더래도 동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먹자?!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동물들이 자라나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은 동감하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하루 아침에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고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지 말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책을 읽으면서는 '채식주의를 한번 해볼까?'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금세 잊어버렸다. 머랄까, 음식- 특히 고기를 먹는 것은 배를 불리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욕구를 넘어선 욕망 충족? 고기를 먹었을 때의 그 포만감과 만족감 그리고 행복? 이런 것 때문에 고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결국은, 책을 통해서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한번쯤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고 고기를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동물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또 죽임을 당하는지, 또 어떠한 다양한 채식주의들이 있는지 등을 알게 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이건 참 솔직한 이야기이지만, 채식주의자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ㅁ;

이외에도 패스트푸드와 관련된 비만 이야기, 유기농 식품이나 지역 특산품의 장점에 대한 설명, 글로벌기업들의 여러 나쁜 작태와 횡포 등 부정적인 모습, 물 위기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정말 우리가 음식 문제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그나마 속시원히 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제인 구달이 음식에 관한 글을 쓴 이유는 결국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촉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음식은 그냥 우리 인간이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모든 동식물이 관련되어 있고, 사람의 건강 및 행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결국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광우병 쇠고기'라 불리는 음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과 여론을 보면서, '음식이란 게 무척이나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이 세계 속에서 경제는 그동안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부를 누리는 사람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좀 더 좋은 것, 멋있는 것, 진귀한 것 등도 속속 등장하고.. 이렇게 세계 평균적으로 봤을 때 모든 사람이 잘 살게 되었다라는 말이 이제는 진부하게 들릴 정도다.

하지만, 경제는 더더욱 성장하고 통화량은 점점 커지고 하면서 세상은 발전을 거듭한다지만, 과연 지금 세상을 '빈곤 없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질병 때문에 죽어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날로 확대돼 가진 사람은 더 먹으려 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더욱 못먹게 되는 현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의 절대적 빈곤이 나아졌다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빈곤 국가들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이러한 세계의 모습에 대해 당당히 '빈곤의 종말'을 선언한 작가가 있으니, 바로 「빈곤의 종말」을 쓴 '제프리 삭스'다. 스스로 여러 실험과 연구를 거쳐 절대적 빈곤의 종말을 위해 애쓰고, 현장에서 그 나라의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들을 내놔 도움을 주며, 나아가 2025년까지 절대적 빈곤의 종말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제안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말이지 아무리 한 개인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는 그래서 우리가 몰랐던 세상 속 빈곤 실태에서부터 소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국제 기관이라는 IMF와 세계은행의 잘못된 점, 빈곤 퇴치를 위한 초국가적 노력 현황 등을 소개한다. 또한 자신이 직접 현장에 투입돼 경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볼리비아, 폴란드, 러시아, 중국, 인도, 케냐 등의 사례를 인용하며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상대적 부국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빈곤의 종말을 위해서는 전 세계 국가, 기관, 정부, NGO 및 개개인 등 모두가 동참해야 함을 호소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글은 명쾌해서 좋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2025년에는 절대적 빈곤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대전제를 여러가지 사례와 통계, 전문지식 및 경험 등을 통해서 설득하는 것은 참 인상적이다. 

특히 미국, IMF, 세계은행 및 자유주의 시장경제 등을 비판하고 ODA 등의 초국가적 노력을 끌어내는 부분은 깊이 와닿는다. ODA Watch를 하며 KOICA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ODA 또는 Aid라고도 풀이되는 대외원조, 빈곤의 종말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삭스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것들의 그 내면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왠지 모르게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우선 ODA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의 대외원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는 왠지 공여국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측면을 취한다. 미국이 대외원조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미국에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대외원조는 순수히 빈곤 퇴치와 불평등 개선을 위해서 행해져야 함에도 노골적으로 공여국의 이익을 거론하는 삭스의 발언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그가 주장하는 발전이라는 게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저명한 경제학자이고 실제로 여러 나라의 경제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반드시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서 빈곤이 없어져 간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GDP, GNI 등 가시적 경제지표는 늘어났을지 몰라도, 막상 원래 부자였던 사람만 더 잘 살게 되고 가난했던 사람들은 더욱더 빈곤에 처하게 되는 현실이 얼마나 많은가. 따지고 보면 상대적 빈곤의 격차는 더 커졌을텐데.. 

이러한 우려는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나 식량 위기 등을 보면 알 수 있는 것.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빈곤한 국가는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식량 위기가 닥쳐 곡물가는 상승하고 식량을 비축한 국가는 수출을 금지하는 실태에서 식량이 부족한 나라의 서민들은 점점 굶어간다. 이 또한 빈곤의 확장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경제성장으로 그 나라가 발전했다고 확언할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요즘 세상을 보면 '빈곤의 종말은 멀기만 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애초에 빈곤의 종말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불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태초의 인간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둥의 성악설을 떠나서, 아무튼 인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고보면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도 누구는 더 착취하고 더 많이 누리고, 누구는 더 나누려하고 더 함께 하려하고, 누구는 죽지 못해 살고 평생을 병마와 굶주림과 싸우다 허무하게 죽는 세상이 참.. 서글프고 불공평한 것 같다. 오 하나님- 저들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하지만 빈곤의 종말이 불가능하게 생각된다 해도,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그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만이 희망이며, 사람들의 힘이 하나둘 모일 때만이 오늘도 빈곤의 종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만을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마더 데레사가 남긴 말씀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저희가 하는 일은 바다의 작은 물방울이지만 저희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작은 물방울마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