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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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뮤지컬의 본좌! 뮤지컬계의 스타 감독이자 극작가 장유정님의 작품 < 김종욱 찾기>

 

 

극작가 장유정님의 뮤지컬 ' 김종욱 찾기' 는 뮤지컬로 태어난지(2005년 초연)어느정도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늘 매진을 하던 그 작품, 2007년 제 1회 뮤지컬어원즈에서 작가/극본상,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초연 후 몇차례의 수정으로 지금까지 좋은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사는 지방에선 아직 만나 보지 못했기에( 했었는지도 모르지만)반드시 뮤지컬 ' 김종욱 찾기 '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극작가 장유정님의 작품중 ' 형제는 용감했다 ' 작품을 최근 본적이 있는데, 홍록기와 이지훈이 주인공이였다. 유쾌하면서 내용있는 뮤지컬이라 상당히 즐겁게 봤다. ' 김종욱 찾기'의 인기행진은 결국, 소설로 출간되고 동시에 영화까지 개봉했다.

 

 

 소설 혹은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자주 봤는데, 뮤지컬이 영화나 소설로 나오는 건 드물지 않나 싶다. 올해 <팬이야>라는 책을 냈던 작가 전아리님이 소설을 펴냈다.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전아리식 심리묘사가 펼쳐진다. 한남자 만을 사랑하는 여자, 효정과 수많은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성재. 서른세 살 광고회사에서 참신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퇴사당하는 성재는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고리대금업의 전단지를 첫 작품으로 만들면서 개인사업을 시작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다. 스물아홉의 여행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던 효정은 자신의 기사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회사에서 나와버리고, 성재가 만든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에 성재를 찾아가게 된다.

 

 '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의 종이를 어떤 이는 고리대금업인줄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하면, 어떤 이는 정말 말 그대로 첫사랑을 찾아주는 곳인줄 알고 성재를 찾아든다. 효정 역시 흥신소라고 생각하고 찾아가서 자신의 첫사랑 ' 김종욱'을 찾으면서 테스트를 받겠다며 성재가 차려놓은(도망간 대부업 아주머니의 사무실) 사무실로 출퇴근한다.



 

 성재는 효정의 제의에 장난삼아 승락하면서 효정과 둘이서 그녀의 첫사랑 ' 김종욱'을 찾아 나선다. 그녀의 첫사랑 김종욱은 그녀가 인도에 여행갔을 때 만났던 남자. 그와의 달콤한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들으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초단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깊이 또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흐른 시간의 크기도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 또한 든다. 인도에서 만난 김종욱을 왜 한국에 돌아와서는 만나지 못했을까?

 

 


툭, 하고 가슴속 어딘가에 달려 있던 단추 한 개가 떨어지는 기분. 고작 단추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온 세상이 변해 버린 듯한 기분. 눈부신 그의 얼굴을 보며 속이 아득해졌다.

극도의 행복은 어째서 까닭을 알 수 없는 절망을 동반하는 걸까. 나는 웃음이 흘러넘치는 얼굴을 감출 수 없어 종욱을 향해 마주 웃었다. 인도로 오길 잘했다. 이젠 어떻게 해도 그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75


효정은 인도라는 낯선 곳에서 그를 만났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사막과 새까만 하늘이 있었기 때문에 종욱을 더욱 사랑한 것이 아닐까. 그녀도 첫사랑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을 함께 사랑하는 것이 '첫사랑'이라는 말을 알고 있음이리라. 김종욱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찾고 싶지 않은 것인지..... 책속의 반전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상큼한 결말이 <김종욱 찾기>를 잡고 있는 내 얼굴을 즐겁게 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어렸을 때 좋아했던 남자아이를 첫사랑이라 명하고, 그와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치부해 버리곤 추억만이라도 아름답기를 바라며 가슴에 자물쇠를 걸었다. 그런데 어떤 금술 좋은 부부는 서로가 첫사랑이라며 자랑을 하곤 하던데...... 과연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 고등학교 때 첫사랑을 다시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거뭇거뭇한 수염자리에 기겁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기억이 난다. 첫사랑은 딱  그때 그만큼이였을때..... 느티나무 밑에서 작은 노트를 들고 뭔가 열심히 습작을 하던 그 모습이였을때가 아름다운 것 같다. " 첫사랑은 당시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을 포함한다."라는 작가의 말이 아주 정답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나의 첫사랑 김종욱은 어디 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찾지 않는다. 왜냐면 거뭇거뭇한 수염자리를 본 그 아이는 내 첫사랑이 아니였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잊고 싶었다. 그래서 여전히 나의 첫사랑 김종욱은 학교 안 느티나무 벤치에 앉아 날씬한 청바지에 야구모를 눌러쓴 13살 그 녀석이다. 해가 따스해서 느티나무 그림자가 사박사박거릴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듯이 첫사랑이란 나에게 추억이라는 메달을 걸고 가슴속 진열장에 서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는 곳으로 우린 걸어갈 뿐이다.......

 

" 그 사람을 잊을 필요 없어요. 첫사랑은 그대로 두고 우리 새로 사랑하자구요. "  - BY. 성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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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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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다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은 책! < 앵무새 죽이기 >

 

저자 하퍼 리는 < 앵무새 죽이기>라는 제목의 이 책을 1960년 출간하고 화제를 일으켰으나 그 이후 작품을 내지 못했다. 아니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또다른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그녀는 이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을 쓸 엄두를 못 내는 것일까? 자기 생애 최고의 작품을 발표한 뒤 은퇴를 한 것과 같지만, 자신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는 것을 안 이후라면,  다음 작품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싶다.

 

  저자는 이 책을 발간 한 다음해에 미국에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상을 받고, 그레고리펙이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 단 한권의 책이 그녀에게 대중적 성공과 문학적 성과를 주고, 많은 사람들에겐 마음의 양식을 준 것이다. 이런 작가가 있기에 인간의 마음과 뇌는 글밥에 실려 흘러가는 것이다.

 

 

 전 세계인에게 읽혀지고, 성경 다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 < 앵무새 죽이기 > 라는 작품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앵무새 죽이기>를 접한 게 어린 시절이였고, 사실 썩~ 이해하고 읽은 것 같지 않다. 그리하여 최근들어 고전을 다시 읽고 있었는데, 이번에 문예출판 < 앵무새 죽이기 > 를 만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읽었었지만 어떻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읽기 시작하면서 스카웃이라는 주인공 성별이 여자임에 놀랐다. 이 책을 출판 한 시대를 생각하면 주인공 아이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이 독특한 건 사실이다. 그 당시 주인공이 6살 나이의 여자 아이라는 것에서 이미 화제가 되었었다고 한다.

 

 메이콤이라는 작은 지방. 초등학교 입학전 스카웃(진 루이스 핀치)과 11살이 된 그의 오빠 젬. 이 둘의 성장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게다가 인종차별의 문제를 어린 아이의 눈으로 풀어낸 전개가 1960년대 사람들에겐 놀라움이 아니였을까 싶다. 책 제목이 왜 '앵무새 죽이기'일까...책에 앵무새가 등장하나 싶어 초반에 열심히 훑었다. 부끄럽게도 초반에 100여장을 읽는 진도에도 이책을 읽었던 기억이 없다. ( 분명히 읽었었지만...)

 

 


 

  "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P. 173 - 모디 아줌마의 말 중에서...)

 


 

 

 스카웃과 젬이 공기총으로 놀고 있을 때 그들의 아빠 (변호사)가 아이들에게 어치새를 쏘아도 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말해준다. 아이들은 궁금해서 모디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앵무새는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 외엔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기에 죽인다면 죄가 되는 것이란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백인은 흑인을 깔본다. 만약 흑인이 백인의 농간에 반응이라도 한다면 감옥행이다. 법정의 배심원들도 명백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결국엔 백인 손을 들어준다. 이러한 인종차별은 어린 아이들 눈에 부조리한 어른들의 선긋기로 보여진다.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 P. 200 - 아빠의 말 중에서 )

 

 

메이옐라 이웰과 톰 로빈슨 사건을 맡게된 아빠. 톰 로빈슨(흑인)은 메이옐라 이웰의 일을 조금씩 도와줬다. 그러다가 메이옐라가 톰을 유혹했고 그 장면을 메이옐라 아버지가 목격하게 되자,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 메이옐라는 톰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톰 로빈슨을 변호하게 된 아빠. 아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은 백인의 손을 들게 된다.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도록 창조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 거지도 록펠러와 동등하고, 어리석은 바보도 아인슈타인과 동등하며, 무식한 사람도 어떤 대학 총장과 동등한 하나의 인간 제도가 있지요.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 제도입니다. (중략) 우리의 법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어 있습니다. ( P.388 법정에서 톰을 변호하던 아빠의 말 중에서)

 

 

화자 스카웃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섯살 스카웃이 아홉살이 된다. 스카웃이 3년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회상하는 방식의 화법을 구상하는데, 어린 아이의 사고치곤 꽤나 성숙하다. 그리고 그들보다도 몇곱절이나 나이먹은 내가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스카웃은 모디 아줌마, 알렉산드라고모 그리고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 듀보스 할머니 등의 주변 인물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그들은 스카웃의 인생 조력자가 아니였나 싶다.

 

 스카웃의 이웃 ' 부 래들리'는 무서운 사람이였는데, 책의 종반부에선 그 생각이 틀렸음을.... 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부 래들리 집 앞에 발 들여놓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였는데, 사실 스카웃, 젬, 그리고 딜이 부 래들리 집 앞에서 노니는 모습을 부 래들리는 집안에서 다 보고 있었다. 그런 그는 책의 종반부에서 밥 이웰의 곤궁속에서 아이들을 구출한다. 스카웃이 부 래들리를 대하는 장면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부 래들리와 톰 로빈슨 같은 사람이 바로 '앵무새'였던 것이다. 톰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톰을 죄인으로 만들었던 이웰 가족도 엉망으로 치닫게 된다.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절적 변화에 주목을 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름으로 시작해서 가을로 끝이나는 계절. 의미가 무엇일까?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라고 하나? 스카웃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나는 한 여자 아이가 진정 성숙한 숙녀로 거듭나는 모습에 흐뭇했다. 그리고 왼쪽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출간 당시 이 책이 크게 화제를 일으킨 이유를 어느정도 알 것 같다.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은 그시절보다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인종차별, 남녀불평등이 있는 곳이 많다. 여전히 우리는 양심이라는 돌의 모서리를 갈고 닦아야 한다. 그 모서리가 어느 누군가를 찌르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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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의 기술 - 나 홀로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이 알아야 할 솔로여행의 모든 것
베스 휘트먼 지음, 강분석 옮김 / 푸르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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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을 최근 많이 접했다. 무려 10권을 올 한해 만나봤는데, 혼자 여행하는 책이 그 절반이다. 비행기라곤 (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 신혼여행지 갈때 처음 타보고..... 기차라는 것을 22살에, 서울 지하철은 25살에 처음 타 봤다는 나다. 오직 학교와 집을 오고가며 살았고, 버스타고 시내 나가는 것이 고작이였던 두발에게 부끄러운 여자.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 타는 내내 귀가 먹먹해 내리자마자 이통을 앓아야 했었다. 배타고 꾸역꾸역 게워냈던 기억은 끔찍하기까지 하고, 자전거 체인에 허벅지를 긁히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자전거는 타보지도 못하는 몸치다.

 

 내가 여행을 하려고 하면 자전거도 못타지, 운전도 못하지, 걷는 것 밖에 더 있나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녀본 게 다인 터라 해외여행을 꿈꾸는 나에겐 여행이라는 것이 미지다. 여자 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철저한 준비는 우선이고, 두려움도 버려야 한다. 그래서 <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의 기술>이란 이 책이 고맙다. 얼마나 세세하게 적혀 있는지.....세상에 하고 깜짝 놀랐다. 다만, 이미지나 사진이 곁들여진다면 더 멋질 것 같은데.....궁금했던 부분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실려 있어서 완독하고 여행길에 나선다면 혼자면 어때? 준비가 완전하다면 어딜가든 두려움은 없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준비입니다. 늘 한 발 앞서서 생각해야 합니다. (P. 123 )

 

 

 

  가장 우선순위로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다. 자전거 끌고 다니며 걷기도 하고 타기도 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떠나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펴서 후딱 날라가고 싶다. 그래서 여행서적을 이것저것 챙겨보기도 했지만, 국내 여행보다도 해외여행을 먼저 할 수 있으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는 언제든 떠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현지에 도착하게 되면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해 보라고 한다. 자동차, 오토바이, 택시 셔틀, 버스 등등의 이용이 있다. 한 친구가 신혼여행을 떠나 죽도록 아팠다는 말을 했는데 진통제만 준비해 갔던 터라 약이 무척 그리웠다고 한다. 현지에 있는 병원 진료가 쉽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의료적인 면에서도 준비는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아픈 것은 예고도 없고 정해저 있는 스케줄이 아니니까 말이다. 여행지에서 쓸 현금 혹은 카드 준비부분, 안전을 위한 태도나 옷차림 등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담아놓았다. 이건 완전히 여자의 여행을 위한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백과가 아닌가 싶다.

 

 

 귀국 후 컨디션을 생각해서 직장으로의 복귀시간도 조절하라고 말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 생생 팁! '이 매우 인상적이다. 내년이 되면 아이 둘을 데리고 가던가 아니면 신혼여행지에서 곧바로 돌아온 사건이 있었던 우리 부부만의 또다른 여행을 할 것이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남편의  ' 혼자 가 볼래? 내가 아이들 봐 줄께.' 라는 매력적인 제안이 귓전에 맴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 볼 마음에 책을 많이 읽어놓은 터다. 이 책을 도움받아 정말 도전해 볼까한다. 비행기, 기차, 자전거등등 교통수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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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 - 그리스 신화와 함께 읽는 토종 야생 들꽃 생태 기행
진종구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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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를 키우며 지내다 보니 베란다에다가 이것저것 키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꽃집을 기웃거리는 건 나의 일상이다. 평범한 것들은 싫다. 그저 좀 더 독특한 것이 없나 하다가 결국 결정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다음에 따 다시 가서 둘러보다가 돌아오곤 하는데......어느날, 시골에 놀러갔다가 산을 한바퀴 돌던 중 이름모를 꽃이 보였다. 어찌보면 볼품없지만, 큰 나무 아래 해도 잘 받지 못한 그곳에서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넋을 놓고 보다가 갑자기 ' 갖고 싶다, 키우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던 꼬챙이를 들고 둘러 판 뒤 흙까지 소복히 손에 들고 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데려온 하얀 꽃을 심었느냐? 아니다. 심지 못했다. 들고 내려왔는데 저녁무렵이 되니 시들더라. 물을 좀 줘 봤는데 결국 힘없이 죽고 말았다. 꽃잎이 추룩 하고 처지면서 나를 원망하는 듯 보였다. 그냥 놔두지. 왜 날 데려왔어? 하는 것 같았다. 그 꽃은 해도 잘 들지 않고 나무뿌리 사이에 억지로 머리를 내밀고 있으며 나를 유혹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그 세계를 침범한 건 아닌가 싶었다.

 

 

 작가 진종구님은 2002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면서 6·25 동란 전적지를 답사하던 도중 비무장지대(DMZ)의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경기북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부근과 우리나라 끝단에 있는 섬의 야생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 책 안의 대부분의 꽃을 그곳에서 담았다고 한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그곳엔 이름모를 녀석들이 무성하다. 인간이란 침입자를 피해 그곳에서만 나고 지는 건 아닌지...... 꽃들을 보는 순간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한편으론 얼마전 산에서 캐어 갖고 내려와 내가 죽게 만들었던 그 꽃이 생각나 마음을 접었다. 덕분에 이 책을 보면서 그 충동의 일부를 메워 넣었다.......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그리스 신화에 대해 큰 가닥을 알게 되었다. 신화는 정말 아이들이 열광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신화속 인물들의 사연과 들꽃의 연결이 환상적이란 생각은, 이 책을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버리게 된다. 작가는 수많은 들꽃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들꽃을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의 꽃이 이렇듯 아름답게 펴 있다'  이름모를 꽃이란 말을 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붙여진 이름이 어떤 사연으로, 어떤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말해준다.

 

 

 

 

 

 



 

 

 

 참 고맙다. 나처럼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이름만 알고 있는 사람을 위한 신화의 첫 시작을 말해주는 페이지란..... 태초 세상이 혼돈(카오스)상태였을 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늦은 밤, 책을 한번 훑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었던 내 손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어찌나 흥미롭던지...... 헷갈리는 이름 때문에 열심히 노란 태그지를 붙여가면서 읽는 열정을 불태웠다. 제우스가 전쟁으로 올림포스 산 정상에 앉아 신들의 왕이 되고 인간들의 지배자가 된 이야기를 보면서 당장 그리스 신화 전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뒤이어 나오는 들꽃들을 보면서 신화이야기와 어우러져 머릿속에 박히는 꽃 이름들이 반갑기 그지 없다. 왜 그 꽃이름이 ' 미치광이풀'인지...... 누구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와 연결해서 꽃말을 듣고 보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이른 봄 푸르른 대지 위를 산들산들 지나 다니며 꽃들을 부르고 여린 처녀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산들거리는 바람결에 꽃이 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인지 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풍요와 봄의 여신이자 꽃의 여신인 플로라( Flora )의 연인이기도 했다. 꽃의 여신 플로라 ( Flora ) 의 이름에서 오늘날 꽃이라는 일반명사 플라워 ( flower)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P. 60 중에서)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나 인간들의 이름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로 파생되어지는 과정은 재미있다. 몰랐던 사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네모네라는 말은 자주 들었었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리스 신화 속 사람이다.( 혹시 이 서평 읽는 누군가는 과자 이름이 아닌가..... 하는 분도 있을 듯 하다. 내가 그러했다.)

 

 봄의 여신 플로라는 자신의 시녀 아네모네(Anemone)와 함께 아담한 성에 살고 있었는데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그 성에 닿았을 때 플로라는 자신 말고 아네모네에게 관심 가지는 제피로스때문에 화가 났다. 그리하여 아네모네를 멀리 포모누의 성으로 쫓아냈는데 제피로스는 아네모네를 찾아가게 되고 두사람의 밀회장면을 새로 변신한 플로라가 목격하게 되면서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시녀였던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린다. 제피로스는 아네모네를 잊지 못해 봄만 되면 따스한 산들바람을 일으켜 그 주위를 맴도는데 그것이 바로 아네모네, 즉 바람꽃(Anemone)라고 한다. 꽃말과 그 꽃의 영어는 신화속 주인공 이름과 똑 같다.

 

바람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이라고 한다. 바람꽃에는 독성이 있어 마법의 약초라고 불리우는데 그것은 아마도 아네모네의 한 맺힌 눈물이 스며들어 독성이 남아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작가의 해석이 덧붙는다. 이렇듯 꽃의 아름다운 사진과 신화속 이야기, 꽃말과 개화기 그리고 특징은 물론,신화를 그린 그림까지 담아놓은 < 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다.  들에 핀 보라색 빨간색 흰색 꽃들에게 각자 이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독특한 엮음으로 만나니 신기하다. 우리가 즐겨 먹던 곰취의 꽃대를 처음 봤는데 잊을 수 없다. 노란 사루비아를 본 느낌이다.

 

 이런 들꽃을 발 들여놓기 힘든 곳에서만 볼 수 있다니......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미래를 꿈꾸며 ' 라는 소제목으로 환경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도 이런 아름다운 들꽃을 민통선부근 혹은 우리나라 끝단에 있는 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길가다 자주 마주치던 민들레꽃과 제비꽃도 찾아보기 힘든 요즘인데 책 속의 꽃들을 자주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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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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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한번도 방 밖에 나가지 못하고 화초처럼 자란 분재소년. 잭이 다섯살 되던 해 그들 모자는 탈출을 결심한다!

 

 

 

 오스트리아의 핫 이슈. 2008년 74세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지하실에 감금하고 성폭행하면서 무려 7명의 아이를 낳게 한 사건이 터졌었다. 밀실강금사건.... 사실 미국드라마가 국내에서 성행하게 되면서 이런 성범죄라던가, 화려한 수사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성범죄를 다루던 수사물에서 몇년동안 헛간이나 또다른 방 안에서 여자를 납치하여 강금하고 그에게 성폭행을 행하여 아이까지 낳게 하는 이야기를 자주 봤었다. 실제라고 한다면 ' 미친 짓이다 ' 라는 말이 절대 아깝지 않는 스토리가 아니던가.

 

 상상이 가능한 것들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라면, 상상조차 싫을 정도로 두려운 것들이 있다. <룸>에서 만난 잭과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런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어깨가 서늘하게 인간의 타락성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실제 오스트리아의 납치 강금사건을 모티브로 썼기에, 내용의 전반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읽어갔지만 다섯살 잭과 그녀의 엄마의 탈출기는 읽는 내내 새로우면서 안타까웠다. 사실 읽으면서 납치범의 머리를 망치로 수천번은 두둘겨주었다. 잭이 텔레비젼의 세상을 믿는 것처럼, 창문도 없는 그 헛간의 방에서 처럼....세상 밖이란 것은 오직 텔레비젼인 것처럼, 나는 수없이 상상하며 납치범을 증오했다.

 

 

 

 " 한번도 못만났다고 해서 진짜가 아닌 건 아니야. 이 세상에는 네가 꿈조차 못 꿀 것들이 더 많이 있단다." (P.144)

 

 " 그래. 한데 엄마가 왜 슬펐냐 하면, 그건 방 때문이었어. 올드 닉 ……엄마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단다. 난 열아홉 살이었는데, 그가 날 훔쳤어." (P.161)

 

 

 

 

다섯살 잭에게 엄마는 설명한다. 그(올드 닉)가 그녀를 훔쳤다고. 잭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훔쳤다니......'. 사람을 훔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잭은 엄마에게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몇권 되지도 않는 책과 텔레비젼이 세상이다. 헛간 안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그의 세상 전부다. 잠들기전, 집안의 것들에게 잘자라고 인사하는 잭. 가진거 별로 없는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이 모자들처럼 내 방안에 있는 물건들에게 잘자라고 인사하다간 날을 홀딱 보낼지도 모른다.

 

 

훔친다는 것은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복잡했다. (P. 62)

 

 

 맞다. 나는 잭과 그의 엄마에 비해 가진 것이 너무 많다. 많아서 문제라는 잭의 말에 멋쩍어진다. 탈출을 하자고 제안하는 엄마는 잭에게 첫번째 계획과 두번째 계획을 모두 연습하게 하고 설명해준다. 그러자 잭은 " 그냥 여기 있자"라고 말한다. 엄마는 방이 점점 작아져 간다며 나가자고 한다. " 이 바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하는지 넌 몰라." 라고 말하는 엄마의 심정을 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제 다섯살하고도 몇일이 지난 잭에겐 얼마나 어려운 말일지.... 그것도 이해가 간다. 정말 침착한 엄마. 잭에게 상황설명을 차근차근하게 하는 엄마가 용감해보인다. 그리고 죽은척 연기를 해내는 잭. 그리고 계획대로 잭은 죽은 채(실은 죽지 않았지만) 트럭에 실린다. 트럭이 몇차례 멈추고 잭은 탈출! 우여곡절끝에 그들은 구출되는데, 세상을 처음 만난 잭은 힘겨워하며 그를 가둬 두었던 방을 그리워한다. 밤 9시만 되면 담요를 덮고 있어야 했던 벽장. 바닥에 늘 있던 깔개..... 그 모든것이 그리워진다.

 

 

 

 

 

 엄마와 잭은 드디어 세상 밖에서 함께 할 수 있지만, 잭은 깔개를 잊을 수 없다. 엄마에겐 끔찍한 그 방안의 물건들이 잭에겐 더없이 소중한 아이러니. 세상 밖에 나오면 무조건 방안보다 행복한 것일텐데, 현실은 너무 다르다. 곱지 않은 시선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가 어떻든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타이틀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아닐까..... 그런 삐뚤어진 시선은 어김없이 책 안에서도 볼 수 있다. 살인자의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에겐 살인자의 유전자가 흐른다고 했던가? 그런 얼토당토않는 유전자설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이렇게 글을 쓰는 나도 사실 어느정도 그런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썩은 정신머리를 갖고 있다. 맑은 곳에서 났어도 결국 흐르고 흐르면 하수구물이 되어 버리는 건지......

 

 

 오늘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 이야기가 방송되는 것을 봤다. 그리고 뉴스에서 나오는 지하철 칼을 든 시민 이야기. 만취상태에서 교도소 들락거리는 계급장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칼을 휘둘더라. 자폐아인걸 알면서도 한 시민은 아이에게 사과를 거듭 강조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런 것들이 바로 현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 세상을 나와 함께 공정하게 나눌 자격도 없는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내어줄 자리 한칸도 없는 세상 인심이라는게...... 눈흘기며 바라볼 자격도 없는 나일지도 모른다.<룸>을 통해 그런 일면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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