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데이트 뮤지컬의 본좌! 뮤지컬계의 스타 감독이자 극작가 장유정님의 작품 < 김종욱 찾기>

 

 

극작가 장유정님의 뮤지컬 ' 김종욱 찾기' 는 뮤지컬로 태어난지(2005년 초연)어느정도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늘 매진을 하던 그 작품, 2007년 제 1회 뮤지컬어원즈에서 작가/극본상,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초연 후 몇차례의 수정으로 지금까지 좋은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사는 지방에선 아직 만나 보지 못했기에( 했었는지도 모르지만)반드시 뮤지컬 ' 김종욱 찾기 '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극작가 장유정님의 작품중 ' 형제는 용감했다 ' 작품을 최근 본적이 있는데, 홍록기와 이지훈이 주인공이였다. 유쾌하면서 내용있는 뮤지컬이라 상당히 즐겁게 봤다. ' 김종욱 찾기'의 인기행진은 결국, 소설로 출간되고 동시에 영화까지 개봉했다.

 

 

 소설 혹은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자주 봤는데, 뮤지컬이 영화나 소설로 나오는 건 드물지 않나 싶다. 올해 <팬이야>라는 책을 냈던 작가 전아리님이 소설을 펴냈다.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전아리식 심리묘사가 펼쳐진다. 한남자 만을 사랑하는 여자, 효정과 수많은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성재. 서른세 살 광고회사에서 참신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퇴사당하는 성재는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고리대금업의 전단지를 첫 작품으로 만들면서 개인사업을 시작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다. 스물아홉의 여행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던 효정은 자신의 기사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회사에서 나와버리고, 성재가 만든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에 성재를 찾아가게 된다.

 

 '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의 종이를 어떤 이는 고리대금업인줄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하면, 어떤 이는 정말 말 그대로 첫사랑을 찾아주는 곳인줄 알고 성재를 찾아든다. 효정 역시 흥신소라고 생각하고 찾아가서 자신의 첫사랑 ' 김종욱'을 찾으면서 테스트를 받겠다며 성재가 차려놓은(도망간 대부업 아주머니의 사무실) 사무실로 출퇴근한다.



 

 성재는 효정의 제의에 장난삼아 승락하면서 효정과 둘이서 그녀의 첫사랑 ' 김종욱'을 찾아 나선다. 그녀의 첫사랑 김종욱은 그녀가 인도에 여행갔을 때 만났던 남자. 그와의 달콤한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들으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초단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깊이 또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흐른 시간의 크기도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 또한 든다. 인도에서 만난 김종욱을 왜 한국에 돌아와서는 만나지 못했을까?

 

 


툭, 하고 가슴속 어딘가에 달려 있던 단추 한 개가 떨어지는 기분. 고작 단추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온 세상이 변해 버린 듯한 기분. 눈부신 그의 얼굴을 보며 속이 아득해졌다.

극도의 행복은 어째서 까닭을 알 수 없는 절망을 동반하는 걸까. 나는 웃음이 흘러넘치는 얼굴을 감출 수 없어 종욱을 향해 마주 웃었다. 인도로 오길 잘했다. 이젠 어떻게 해도 그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P.75


효정은 인도라는 낯선 곳에서 그를 만났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사막과 새까만 하늘이 있었기 때문에 종욱을 더욱 사랑한 것이 아닐까. 그녀도 첫사랑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을 함께 사랑하는 것이 '첫사랑'이라는 말을 알고 있음이리라. 김종욱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찾고 싶지 않은 것인지..... 책속의 반전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상큼한 결말이 <김종욱 찾기>를 잡고 있는 내 얼굴을 즐겁게 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어렸을 때 좋아했던 남자아이를 첫사랑이라 명하고, 그와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치부해 버리곤 추억만이라도 아름답기를 바라며 가슴에 자물쇠를 걸었다. 그런데 어떤 금술 좋은 부부는 서로가 첫사랑이라며 자랑을 하곤 하던데...... 과연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 고등학교 때 첫사랑을 다시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거뭇거뭇한 수염자리에 기겁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기억이 난다. 첫사랑은 딱  그때 그만큼이였을때..... 느티나무 밑에서 작은 노트를 들고 뭔가 열심히 습작을 하던 그 모습이였을때가 아름다운 것 같다. " 첫사랑은 당시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을 포함한다."라는 작가의 말이 아주 정답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나의 첫사랑 김종욱은 어디 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찾지 않는다. 왜냐면 거뭇거뭇한 수염자리를 본 그 아이는 내 첫사랑이 아니였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잊고 싶었다. 그래서 여전히 나의 첫사랑 김종욱은 학교 안 느티나무 벤치에 앉아 날씬한 청바지에 야구모를 눌러쓴 13살 그 녀석이다. 해가 따스해서 느티나무 그림자가 사박사박거릴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듯이 첫사랑이란 나에게 추억이라는 메달을 걸고 가슴속 진열장에 서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는 곳으로 우린 걸어갈 뿐이다.......

 

" 그 사람을 잊을 필요 없어요. 첫사랑은 그대로 두고 우리 새로 사랑하자구요. "  - BY. 성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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