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 다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은 책! < 앵무새 죽이기 >
저자 하퍼 리는 < 앵무새 죽이기>라는 제목의 이 책을 1960년 출간하고 화제를 일으켰으나 그 이후 작품을 내지 못했다. 아니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또다른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그녀는 이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을 쓸 엄두를 못 내는 것일까? 자기 생애 최고의 작품을 발표한 뒤 은퇴를 한 것과 같지만, 자신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는 것을 안 이후라면, 다음 작품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싶다.
저자는 이 책을 발간 한 다음해에 미국에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상을 받고, 그레고리펙이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 단 한권의 책이 그녀에게 대중적 성공과 문학적 성과를 주고, 많은 사람들에겐 마음의 양식을 준 것이다. 이런 작가가 있기에 인간의 마음과 뇌는 글밥에 실려 흘러가는 것이다.
전 세계인에게 읽혀지고, 성경 다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 < 앵무새 죽이기 > 라는 작품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앵무새 죽이기>를 접한 게 어린 시절이였고, 사실 썩~ 이해하고 읽은 것 같지 않다. 그리하여 최근들어 고전을 다시 읽고 있었는데, 이번에 문예출판 < 앵무새 죽이기 > 를 만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읽었었지만 어떻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읽기 시작하면서 스카웃이라는 주인공 성별이 여자임에 놀랐다. 이 책을 출판 한 시대를 생각하면 주인공 아이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이 독특한 건 사실이다. 그 당시 주인공이 6살 나이의 여자 아이라는 것에서 이미 화제가 되었었다고 한다.
메이콤이라는 작은 지방. 초등학교 입학전 스카웃(진 루이스 핀치)과 11살이 된 그의 오빠 젬. 이 둘의 성장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게다가 인종차별의 문제를 어린 아이의 눈으로 풀어낸 전개가 1960년대 사람들에겐 놀라움이 아니였을까 싶다. 책 제목이 왜 '앵무새 죽이기'일까...책에 앵무새가 등장하나 싶어 초반에 열심히 훑었다. 부끄럽게도 초반에 100여장을 읽는 진도에도 이책을 읽었던 기억이 없다. ( 분명히 읽었었지만...)
"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P. 173 - 모디 아줌마의 말 중에서...)
|
스카웃과 젬이 공기총으로 놀고 있을 때 그들의 아빠 (변호사)가 아이들에게 어치새를 쏘아도 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말해준다. 아이들은 궁금해서 모디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앵무새는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 외엔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기에 죽인다면 죄가 되는 것이란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백인은 흑인을 깔본다. 만약 흑인이 백인의 농간에 반응이라도 한다면 감옥행이다. 법정의 배심원들도 명백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결국엔 백인 손을 들어준다. 이러한 인종차별은 어린 아이들 눈에 부조리한 어른들의 선긋기로 보여진다.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 P. 200 - 아빠의 말 중에서 )
메이옐라 이웰과 톰 로빈슨 사건을 맡게된 아빠. 톰 로빈슨(흑인)은 메이옐라 이웰의 일을 조금씩 도와줬다. 그러다가 메이옐라가 톰을 유혹했고 그 장면을 메이옐라 아버지가 목격하게 되자,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 메이옐라는 톰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톰 로빈슨을 변호하게 된 아빠. 아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은 백인의 손을 들게 된다.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도록 창조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 거지도 록펠러와 동등하고, 어리석은 바보도 아인슈타인과 동등하며, 무식한 사람도 어떤 대학 총장과 동등한 하나의 인간 제도가 있지요.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 제도입니다. (중략) 우리의 법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어 있습니다. ( P.388 법정에서 톰을 변호하던 아빠의 말 중에서)
화자 스카웃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섯살 스카웃이 아홉살이 된다. 스카웃이 3년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회상하는 방식의 화법을 구상하는데, 어린 아이의 사고치곤 꽤나 성숙하다. 그리고 그들보다도 몇곱절이나 나이먹은 내가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스카웃은 모디 아줌마, 알렉산드라고모 그리고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 듀보스 할머니 등의 주변 인물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그들은 스카웃의 인생 조력자가 아니였나 싶다.
스카웃의 이웃 ' 부 래들리'는 무서운 사람이였는데, 책의 종반부에선 그 생각이 틀렸음을.... 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부 래들리 집 앞에 발 들여놓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였는데, 사실 스카웃, 젬, 그리고 딜이 부 래들리 집 앞에서 노니는 모습을 부 래들리는 집안에서 다 보고 있었다. 그런 그는 책의 종반부에서 밥 이웰의 곤궁속에서 아이들을 구출한다. 스카웃이 부 래들리를 대하는 장면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부 래들리와 톰 로빈슨 같은 사람이 바로 '앵무새'였던 것이다. 톰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톰을 죄인으로 만들었던 이웰 가족도 엉망으로 치닫게 된다.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절적 변화에 주목을 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름으로 시작해서 가을로 끝이나는 계절. 의미가 무엇일까?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라고 하나? 스카웃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나는 한 여자 아이가 진정 성숙한 숙녀로 거듭나는 모습에 흐뭇했다. 그리고 왼쪽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출간 당시 이 책이 크게 화제를 일으킨 이유를 어느정도 알 것 같다.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은 그시절보다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인종차별, 남녀불평등이 있는 곳이 많다. 여전히 우리는 양심이라는 돌의 모서리를 갈고 닦아야 한다. 그 모서리가 어느 누군가를 찌르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