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길어지는 요즘, 산과 들에는 초록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열악한 날씨에도 계절의 변화는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밤꽃 냄새가 진동했던 등산로에는 며칠 전부터 밤나무 수꽃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밤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피는 암수한그루라는 걸 아시는지요. 강아지풀을 닮은 수꽃과 가시가 있는 도토리를 닮은 암꽃이 한 가지에서 피어나는 것이지요. 비릿한 밤꽃 냄새는 주로 수꽃에서 풍긴다고 합니다.

 

 

계절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인간은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한 달이 넘었건만 대통령도, 정부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으니 말입니다. 연일 막말 논란에, 행사 때마다 꾸벅꾸벅 잠을 쳐자면서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인사들이 지난 정부의 주축 세력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어제는 또 자유당의 이철우 의원이 문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나 봅니다.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했던 그의 말인 즉, "다음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까지 지금 안 갈 것 같다. 오래 못 갈 것 같다. 반드시 찾아오도록 하겠다."면서 "지금 문재인 정부 하는 걸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나라를 망하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지요.

 

추경을 설명하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자유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졸거나 잠을 자더군요.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의 정책을 비판하고 바로잡겠다는 생각은 그들의 머릿속에는 아예 없었던 듯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똑바로 듣고, 그 내용을 요약한 뒤 정황상 맞지 않는 바를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고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한가하게 잠이나 쳐자면서 무슨 비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어떤 나라의 국회의원들도 대통령의 국회 연설 현장에서 잠을 잤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초등학생만도 못한 것들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고 뽑아놓았으니 말입니다.

 

당대표에 도전하는 한 인사도 현 정부를 두고 '주사파 운동권 정권'이라고 했다지요. 그런 낡은 사고의 틀로 권력을 되찾겠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그들은 통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통령이 탄핵되기 이전에 그들의 당이 먼저 해체될 듯합니다. 밤나무 수꽃이 지듯 허무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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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0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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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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