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새해가 되면 나는 가급적 이동을 삼간 채 꼼짝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어쩌다 외출을 하더라도 가까운 산을 가볍게 오르거나 집 근처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정도의 지극히 제한적인 활동만 한다. 마치 동면을 하듯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귀찮아서일 뿐인데, 이 시기에 어쩌다 뉴스를 보게 되면 내가 마치 상당히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바닷가까지 차를 몰고 가자면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리는 그 험난하고 무대책의 고속도로를 향해 사람들은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불편도 감수하겠다는 듯 용감하게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혹시 나는 어린왕자가 사는 B612 소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뒹굴뒹굴 시간만 보내다가 볼 만한 책을 뒤적이고 있다. 뒤적뒤적~~
내가 황경신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모두에게 해피엔딩' 을 읽은 후였다. 그때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글이 이루어지는 신선한 문체도, 작품의 소재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전작 읽기를 시도한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그럭저럭 읽다 보니 거지반 읽은 듯하다. 작가의 신작이 왠지 반갑다.
작가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마도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통해서였겠지만 나는 그 책이 그닥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이 형편없다는 게 아니라 작가의 역량에 비해 작품이 떨어진다고 할까, 아니면 대중을 타깃으로 쓴 상업적 성격이 짙다고 할까 아무튼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쓴 '마음의 서재'나 '헤세로 가는 길'이 더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생텍쥐페리를 소재로 쓴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인지라 은근 기대가 된다.
방송작가 김경희의 부탄 여행기를 고른 이유는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제목에서 딱 멈춰섰을 수도 있고, '김경희'라는 이름에 시선이 갔을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이맘때면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의 성향에 대한 반발심리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