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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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에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연주가에게는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운동선수에게는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배우에게는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단연 매력적으로 보이겠지요.  김연아도 그렇잖아요.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미스코리아가 잘 생긴 사람보다는 오히려 돈이 많은 사람을 배우자로 고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자신이 속한 분야에 익숙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많아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실수가 적은 까닭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닿을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웬 뜬금없는 그리움 타령이냐구요?  일종의 동경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군요.  지금까지 살면서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단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한계는 존재합니다.  선천적 재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연습을 통하여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했던 나폴레옹의 말은 순전히 뻥일 뿐입니다.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던 에디슨의 말도 뻥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세상을 살다 보면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얼마간의 성취가 한낱 쓰레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나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나보다 운동을 잘 하는 사람, 나보다 잘 생긴 사람, 나보다 부자인 사람은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 앞에만 서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게 마련이지요.  머리가 다 아득해집니다.  노랫말도 있었던가요?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하는.

 

저는 그런 일을 시도 때도 없이 겪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제대로'라는 말도 참 어정쩡하지만.  암튼 저는 부단한 노력이나 뛰어난 재능 중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런 까닭에 제가 만났던 사람 대부분은 저보다 잘났고 부럽기 그지없는 대상이었습니다.  내가 닿을 수 없는 곳, 내가 다다를 수 없는 저쪽 세계를 그리워하고 동경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성직자가 아닌 이상 아마 없지 싶습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사람이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몇 년을 노력해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십 년?  이십 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도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만요.  이 시대의 대표적인 문장가로 알려진 고종석의 글쓰기 직강 <고종석의 문장>을 읽고 들었던 생각입니다.

 

"음악이나 수학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다릅니다.  물론 글쓰기 능력이라는 것도 저는 어느 정도 타고난다고 생각합니다.  말에 대한 감각, 말을 다룰 줄 아는 능력 같은 게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데, 음악이나 수학과 달리 이건 충분한 훈련이나 연습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p.40 ~ p.41)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위와 같이 썼고 자기 경험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를 탓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자와 논쟁하자는 얘기도 아닙니다.  어차피 논쟁을 해봐야 피차 확실한 근거도 없는데 쉽게 끝날 것 같지도 않구요.  1장 '글은 왜 쓰는가?'로 시작하여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예문을 들고 이렇게 고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쓰인 이 책은 다른 글쓰기 책에 비하여 친절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따금 일반인에게는 조금 버겁겠다 싶은 전문적인 내용도 없진 않지만 그럭저럭 참으며 읽을 만합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글쓰기 관련 서적이 좀 많아야지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주 쉬운 책부터 전문가용 서적에 이르기까지 서가가 모자를 정도로 차고 넘쳐나는 것을 많이들 보셨을 줄 압니다.  그 많은 책을 다 읽는다 해도(다 읽기도 어렵겠지만) 글쓰기 솜씨가 눈에 띄게 좋아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제가 드릴 수 있는 팁 하나는 '위는 쳐다보지 마세요'입니다.  실수 좀 하면 뭐 어떻습니까.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맘에 드는 글쓰기 책 한두 권 읽고 무작정 쓰다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결코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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